이번에 읽은 책은 [생각의 시대]였다. 생각에도 시대가 있나? 시대에 따라 생각이 있어왔고 , 시대가 생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의 시대]라는 책 제목을 처음 보고는 무엇에 대한 책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부의 미래]같은 미래를 전망하는 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지 않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부질 없는 짓이다. 오지 않은 것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삶은 , 터미네의터의 정신 병원에 갇힌 린다 헤밀턴 같은 모습이 아닐까?

읽다가 보니 [생각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이야기를 하는 듯 했다

이제 교육을 통해 자신의 시대까지 누적된 지식을 습득하여 그것에 의존하여 살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에는 누가 어떤 지식을 어마나 갖고 있는냐는 관건이 아니다. 그것들은 네트워크 안에 넘쳐나는 데다 개별적이고 미시적이며 수명마저 짧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의 관심은 어떻게 격변하는 환경을 꿰뚫을 수 있는 보편적이고 거시적이며 합리적인 전망과 판단을 획득할 수 있으며 또 어떻게 그에 합당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확보할수 있느냐에 쏠려 있다 한마디로 지식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생각의 시대다

생각의 시대가 왔음을 선포하는 이 부분은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다 지식의 시대를 지나 생각의 시대라니 물론 생각이라는 말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 나열된 지식을 서로 연결하여 전혀 새로운 것으로 나아가는 행위를 말하고 있었다 이종을 교배하여 새로운 종을 탄생시켜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전에 읽은 통섭의 그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가끔 영화의 티져 영상을 보고 영화를 보러 갔다가 실망한 적이 있다. 왜냐하면 티져의 내용이 영화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생각의 시대]도 티져뿐인 영화인 듯하다.

이러한 지식을 생산하는 생각을 하기 위해서 생각의 도구들을 소개한다. 메타포라 (은유) 아르케(원리) 로고스(문장) 아리모스(수) 레토리케(수사)가 그것이다 이미 한 번 씩 들어본 말이다. 슬쩍 보니 언어학과 철학이 생각의 도구라고 말하는 듯 했다 가만 이 책은 생각의 시대에 대해서 말하려는 책이 아니었나?

[생각의 시대]를 읽다가 보면 많은 문헌을 인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문헌(지식)을 읽고 새로운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생각의 시대 '생각을 획득하는 방법인 것일까?

내가 아둔한 탓이겠지만 많은 인용을 한 문장은 저 문장들이 끌어내는 결론이라든지 과정들이 인용서의 생각인지 인용자의 생각인지 희미해진다. 예를 많이 들어준다고 해서 이해를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하는 사람의 책임 회피인 듯 하기도 하고 , 책임 전가 같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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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량의 글을 읽으면서 , 이토록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할 이야기인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정확한 표현으로 하고 싶은 말만 해서 글을 읽고 있는 독자를 설득시켜야 하는 작가는 이 점에서 실패한 것 같다.

중간 중간 삽입된 꼭지들은 지식이긴 한데 굳이 필요한 것 같지 않다. 계속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은 현상을 나열하는 것 뿐이며 많이 읽은 것과 아는 것을 드러내는 현학적 자세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예시들이 계속되면 읽는 독자는 피로감이 누적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회의적이어서 지금 시대가 생각의 시대가 맞기는 한 것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생각이 없어지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어쩌면 인간은 생각의 시대가 아니라 능동성을 지불하지 않는 , 수동의 시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지금 현재는 정말' 설득하며 살고 설득 당하며 사는 세계일까? 생각을 왜 하는 것일까? 이런 것들의 고민을 풀어 볼 수 있을까 하는 개인적 기대가 있었는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개대는 무너졌다

책의 초반은 그리스 로마 시대에 할애되어 있는데 , 서양의 근간이 그리스 로마 시대라고 말한다면 덧 댈 말이 없지만 책의 1/4 정도가 서양의 이야기고 , 그리스 로마 시대 이야기다 - 생각한다는 행위가 서양에서 만들어진 발명품일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동양에서는 작가가 서양에서 찾아낸 행위들이 일어나지 않을 것일까? 설핏 동양과 서양은 사유의 체계가 다르다고 언급하고 있는 부분이 있기는 한데 그것 뿐이다.

생각의 시대라면 동양과 서양의 생각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서술하고 생각의 시대로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가만히 읽다보면 , 김용규 작가는 생각의 시대에 맞는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앞으로 그러한 도구들을 어떻게 획득하고 연습하는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으로 각 장을 마무리하고 있다.

또한 아이들의 교육을 어떻게 시킬 것인가에 대한 방안을 제시한다. 각 장의 결론을 읽기 전까지는 매우 흡인력 있는 글인데 마지막 즈음에 이르면 힘이 빠진다. 아이들을 가진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어찌 지도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한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보라색으로 처리해서 눈에 띄게 해두었다는 점인데 , 이것은 장점이면서 단점이었다. 글을 한참 읽다가 지면에 보라색이 보일라치면 내용을 건너 뛰어 보라색 문장들을 읽게 된다. 누가 모아둔 문장들을 읽는 것보다 자기가 읽고 자기만의 스타일로 읽은 문장을 기억하고 소화시킬 배려가 아주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생각의 시대]는 생각의 시대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오지도 않은 미래를 상정하고 , 그 미래에 살아남을 인간을 교육시키는 방법을 제시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