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종주를 위해 일요일 밤 10시에 구례행 막차를 남부터미널에서 타고 밤 1시 넘어 구례터미널에 내렸습니다. 평일이라 그런지 지리산 가려는 분들은 6명으로 4명이 일행인 학생 한 팀과 저 그리고 어떤 아저씨 한 분. 지난번 6월에 이렇게 구례에 혼자 왔을 때도 완전 혼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서 3시 50분까지 버스를 기다렸기에, 이번엔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 봅니다. 그렇게 2명이 3만원에 성삼재에 도착하여 출발하니 밤 2시가 조금 넘어 있더군요.
그렇게 한 시간 쯤 걸려서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합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와본 건 처음이라 문이 잠겨있지 않을까 잠깐 걱정을 해보지만 문은 닫겨 있으나 잠겨 있지않아 슬며시 밀고 노고단 방면으로 올라갑니다. 지리산 주능선과 노고단으로 가는 갈림길에 들어서기 전 앞 쪽에서 약간의 웅성거림이 들립니다. 속으로 약간 당황합니다. '이거 어떻하지? 야간산행 금지랬는데 혹시 걸리는 건가??' 막상 가보니 몇몇 사람들이 비박은 아니고 자리를 깔고 있는지 누워서 하늘을 보고 있습니다. 맞다! 오늘 유성우가 피크라 그랬지! 시계를 보니 3시가 조금 넘은 시간, 피크시간은 4시라 그랬는데 슬쩍 하늘을 올려다 보니, 정말 입을 다물수가 없을 지경의 별들이 떠 있습니다. 그런데 뭔가가 슉~~ 하고 지나갑니다! 어 이거 뭐지? 4시가 피크라 그랬는데 벌써 시작한 건가? 그렇게 좀 있다보니 또 하나가 슉~~~~ 그 짧은 10여분 동안 3개는 본 거 같습니다!!! 노고단에서 새벽 3시 정도 기준에서 완전 하늘을 정면으로 올려 봤을 때 그 장소에서 유성이 많이 떨어지더군요. 유성은 이때까지 살면서 한 번 봤나?그랬나? 싶을 정도로 긴가민가 한게 다인데, 이렇게 짧은 시간에 3개나 보다니!!! 그리고 나중에 능선길 타다 한 번 더 봤습니다^^ 그렇게 8월 12일 새벽 노고단의 밤하늘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저에게 선물해 주었습니다. 별이 쏟아져 내릴거 같은 하늘...어렸을적 시골에 갔을 때 본 것 같지만 이젠 기억에서 너무 가물가물한 모습... 은하수도 너무 선명하게 보이고 별들이 너무 많아서 평소 별자리 공부를 안 해 둔게 약간 답답합니다. 물론 예전에 별자리 앱을 깔아보려다 유료앱이라 안깔았던 것도 조금은 후회해 봅니다. 이렇게 너무나도 완벽한 밤하늘을 뒤로 하고 다시 종주길에 들어섭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는 거지만 다시 어제 새벽으로 돌아간다면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노고단에서 하늘이 밝아올 때까지 별들을 보고싶습니다.
이 다음의 산행기는 다른 분들의 지리산 종주기와 비슷할 겁니다. 단, 제 무릎에 이상이 오기 전까진...
원래 오른쪽 무릎이 안 좋았는데 요즘은 잘 관리해서 인지 불편한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좀 방심을 했습니다. 지난 번 올 때는 테이핑도 하고 보호대도 미리하고 스틱도 처음부터 사용해서 체력이 떨어져서 문제였지 무릎은 무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한 번 그냥 맨몸으로 도전해 볼까 하고 갔다가 토끼봉 내리막길 계단에서 다시 무릎에 이상 신호가 오길래 잽싸게 보호대를 착용하고 걸었습니다. 약간의 불편함은 있었지만 그리 크지 않았기에 조심조심 가다가 이번에 정말 더 큰 일을 당하고 맙니다. 세석가기 한 2킬로 전 쯤일겁니다. 장경인대염이라고 하던가요? 무릎 약간 바깥쪽으로 오던 처음 느껴보던 너무나 예리한 통증...처음엔 이거 뭐지 하고 약간의 불편함이 생기더니 어느 순간부터 이건 뭐 아파도 너무 아파서 원래 아프던 오른쪽에 하고 있던 보호대를 왼쪽으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신기한게 더 큰 통증이 오니까 원래 아프던 곳은 그냥 나까지 주인님을 더 힘들게 하진 않을게 하고 입닫고 있는 기분이랄까? 어쨋든 더 이상 크게 아파오지는 않더군요. 만약 그랬다면 정말...
이번엔 배낭 무게랑 패킹에 더 신경 썼고 시간 조절도 잘 됐고 컨디션도 좋았기에 천왕봉찍고 중산리로 내려가는 종주를 할 줄 알았는데 세석 조금 전부터 거의 시간당 1키로 밖에 속도가 나오지 않아서 장터목에서 백무동으로 바로 하산했습니다. 이것도 동서울 가는 6시 막차 거의 칼같이 타고 겨우 왔구요.^^;; 개인적으로 하루밖에 시간이 되지 않아서 지리산 종주를 하려면 무박종주밖에 안되는지라 이번에 꼭 성공하고 싶었는데 올해만 벌써 3번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지리산 종주길을 때로는 생각없이, 때로는 중요한 문제에 골몰해서 걷는걸 참 좋아하는데 당분간은 많이 아쉽지만 좀 참고 설악을 더 예뻐해야 될거 같습니다. 물론 무릎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겠지만요~^^
# 지리산에 파리가 많아도 너무 많더군요. 산에 있던 16시간중에서 정말 반정도는 파리에게 괴롭힘을 당한거 같습니다. 귀 옆에서 엥엥 거리는 것도 모자라 조금만 방심을 하면 몸으로 부딪혀 오고, 몇몇 기행종들은 귀속으로 들어오려고 하고... 파리 끈끈이를 귀옆에 얼마나 달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 산에서 원래 사진을 잘 안 찍어서 사진이 몇개 없습니다. ^^
# 밤하늘 사진 정말 찍고 싶었는데 갤3로 담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ㅜㅜ 기대하셨다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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