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다 수감된 아버지 뒤를 이어 해당 사이트를 계속 운영하고 범죄수익까지 은닉한 딸이 실형 선고와 함께 수백억 원 추징을 명령받았다.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광주지법 형사2단독 윤명화 판사는 도박 공간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등으로 기소된 A모씨(34·여)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608억원 추징과 압수 증거 몰수 등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A씨는 아버지 B씨와 함께 2018~2021년 비트코인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이용자들로부터 환산 금액이 4000억원에 이르는 비트코인 2만4613개를 입금받았다.
이 사이트는 비트코인 거래 시세를 예측·베팅해 맞추면 배당금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A씨는 이 사이트 운영을 통해 벌어들인 51억여원의 범죄수익을 자매와 함께 지인을 통해 자금 세탁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아버지 B씨가 붙잡혀 징역 13년을 선고받자 이후 A씨는 아버지를 대신해 사이트 운영을 도맡았다.
B씨는 옥중에서 사이트 운영에 대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B씨의 변호사비와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자매와 함께 비트코인 차명 환전에 나섰다가 덜미를 잡혔다.

A씨의 범행은 경찰에 검거된 후에도 이어졌다.
경찰은 A씨 소유 비트코인 1798개를 압수했는데, 일일 거래량 제한 탓에 압수에 장기간이 결렸다.
A씨 일당은 이 틈을 타 비트코인 1476개(현 시세 기준 608억원 상당)를 빼돌렸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비트코인 압수수색이 불법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면서 자신들이 운영한 비트코인 사이트는 도박사이트가 아닌, 마진 거래사이트로 불법성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윤 판사는 "A씨 등은 가상화폐 마진거래 거래소를 표방했으나, 사실상 우연에 기댄 도박 공간에 불과한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운영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비트코인을 압수한 과정과 절차에는 위법성이 없었다고 밝혔다.
윤 판사는 이어 "A씨는 아버지가 검거된 후 사이트 운영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고, 범죄수익은닉 범행을 적극적으로 실행했다"며 "범행의 중대성을 고려할 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광주경찰청 범죄수익환수팀은 A씨의 범행에 가담한 공범 5명에 대한 후속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