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간만에 무한도전을 집에서 시청했어요. TV는 사랑을 싣고를 모티브로 멤버들의 추억속 사람을 찾는 이야기였죠.
정준하씨가 찾은 중국집 사장님의 마음이 저에게도 와닿아서 마음이 찡했는데 길의 첫사랑 이야기를 보다보니
저도 한번쯤 찾고싶은? 혹은 어떻게 살고있는지 알고싶은 사람이 떠올랐어요.
고등학교 3학년때 스트레스성 위염을 자주 앓았었는데요. 그래서 집 주변의 병원을 자주 갔어요.
병원아래층에는 다른곳과 마찬가지로 약국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제 마음을 떨리게한 사람이 나타나버렸어요..
키가 커서 약간 구부정한 차림의, 말랐지만 나이때문에 배는 약간 나왔을것같은, 그치만 그 배를 흔히 입는 체크무늬 셔츠에
가리고 흰 가운을 입고서 사람들의 약을 지어주는 사람이었는데요. 그니까 한마디로 그 약국의 약사였어요.
그 약국엔 약사분이 두분이 있었는데 한분은 주인아저씨였고 그 약사분은 아르바이트 혹은 보조 직원이었어요.
작은 약국이었지만 노인분들이 많이 오셔서 약사 한분을 더 채용한 것 같았습니다.
그에게 반하게 된 계기는 그가 갖고있는 특유의 친절한.. 사근사근한 모습 때문이었는데요. 노인분들에게도 항상 친절하고
파스를 사러 온 초등학교 3-4학년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아이에게 파스를 건내주며 혼자서 잘 붙이지 못하겠거든 부모님께
도와달라 말씀드리라고 다정스레 얘기하는 모습을 보면 제 마음까지 따뜻해지곤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가 없이는 잠도 잘 수 없다거나 가슴이 두근두근 한다거나 매일매일 생각난다거나 한건 아니었지만
우울했던 고3생활에 가끔 약국에 가면 그를 보았기 때문이었는지 약기운 때문이었는지 저는 항상 힘이 나고 공부도 더 잘되고
설명할 수 없이 기분이 좋아지곤 했어요.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할때 나도 모르게 웃음짓게 되는 것처럼 그런 기분좋은 감정을
가져다 준 사람인건 확실했습니다.
우울했던 고3이 지나고 20살이 넘어 친구들에게도 그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는데 친구들 몇몇이 모여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소소한 일기글을 연재하면서 약짓는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로 머리카락만 찍어와 올리기도 했고 약국에 다녀왔던
날이면 매번 자랑을 했습니다.당시 미소년을 좋아하던 여고생인 제 친구들 사이에서 '미청년 약사'로 불리며 남자애들
사이에서는 주변의 약국에 미인 약사를 찾으러 다니게 하는 헤프닝을 생기게 했던걸로 봐서 친구들 사이에서도 꽤 화젯거리였습니다.
어느날 친한 친구가 미청년약사를 실물로 보고싶다며 동네로 놀러와서는 박카스를 사기 위해 약국에 찾아갔는데요. 친구의 말론
멀끔하게 생겨서 유부남같다는거예요. 저는 절대 그럴리 없다며 부정했지만 친구의 그런말을 듣고나니 왠지 그런것같기도 하고
이제까지 약국 차리지 않고 알바약사(나름 판단)로 있는걸보면 밤엔 유흥에 돈을 다 써버려서 돈을 충당하려고 알바하는 것 같기도하고
나름 이상한 상상을 하면서 밖에 나가야할 땐 꼭 그쪽길로 지나가는 등 통유리로 된 약국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근근히
미청년 약사를 보는 낙으로 하루하루를 지냈습니다.
쓰다보니 너무 길어지네요. 2편은 다음 기회에..ㅠ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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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이에유..
다음편 기대할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