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꿈을 꿨다
이제 나 가지만 시간나면 와서 날좀 봐 달라고
누군가의 아련한 목소리는 그렇게 나를 부르고 또 부르고 있었다.
신산스런 일상에 그저 이끌리려만가던 어느날
나는 그렇게 떠나기로 했다.
푸르름이 가시고 불그스레한
마치 만취한 저녁 취한 내 얼굴을 보는듯한
산야가 기다리는 그곳으로 나는 떠나기로 했다
잠을잔다.
이제 나 가지만 시간나면 와서 날좀 봐 달라고
누군가의 외마디 떨리는 목소리는
그렇게 한번더 나를 부르고 또 부른다.
이른 새벽 아직 동은 트지 않았건만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나는 그 목소리에 화답코저 길을 재촉한다.
호숫가 무쇠솥에서 갓지은 밥을 퍼담을때처럼 자욱한 안개는 나를 설레게하고
어둑어둑 어슴프레 사이로 보이는 저 멀리 고찰은 나의 가슴을 나무몽댕이로 후려치는듯 하다.
이제 나 가지만 시간나면 와서 날좀 봐 달라던
그목소리는 더욱더 선명하게 내게 와서 부서진다.
시간이 얼마 없는 것인가
발걸음을 더욱 빨리하며 걸음을 재촉해본다
바람 한 점 없는 새벽녘
산새마저 울기를 멈춘
고요한 그곳
나는 그제서야 알게되었다.
내 발밑에 수북히 쌓인
내 머리위로 빙그르르 떨어지는
한 생명 다하고 마지막 모습을 내게 보여주려함이었다는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머리위로 한잎 또 떨어지는 그것을 애써
손으로 잡아본다.
너는 그렇게 가는길이 아쉬워서 나를 여기까지 불러줬구나
불러줘서 고맙다.
p.s. 지난주에 순천일대로 2박3일간 혼자 여행을 갔더랬습니다.
남도지방 역시 이래저래 온 산야가 울긋불긋하니 낙엽이 참으로 곱게 물들었더라구요.
선암사 뒷편 편백나무 숲을 지나 송광사를 향해 작은굴목재를 지날때 였을겁니다.
바람한점 없는 정말 고요한 새벽의 산속이었는데 정말 비바람이라도 몰아친양
낙엽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모습이 어찌나 사람 마음을 그렇게 뒤흔드는지...
새삼스레 주변을 다시보았더랬죠.여기저기 떨어지고 있는 낙엽들도 눈에 보이고
이미 떨어져서 발아래로 수북히 쌓인 낙엽들도 그제서 눈에 들어오더군요.
머리위로 떨어지는 나뭇잎 한장을 손으로 잡았는데...
이게 바로 인연이구나 싶었습니다.
내 어찌 바로 조금전까지 이 시든 나뭇잎 한장을 손에 쥘걸 생각했으랴싶기도 하고...
서울서 순천까지 내려와 하필 그때 떨어지던 나뭇잎을 그렇게 손에 쥐어본다는 인연이 참 대단쿠나 싶었달까.
그렇게 2011년 두번다시 오지 않을 10월의 늦은 가을 아침 산행은 제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던거 같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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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좀 써보신 분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