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달정도 사귀던 남자친구랑 한 일주일정도 전에 대판 싸우고 그이후로 연락이 없었어요.
그런데 오늘 연락이 온 거예요.
다시 사귀자고, 자기가 잘 한다고.
그런데 싸울 때 걔가 막말했던 것이 생각나면서 다시 사귀어도 되나 고민되기 시작했어요. 친구들도 다 반대하더라구요.
좀 나쁜놈이었거든요.
K군은 공부도 잘하고 돈도 많고 키도 컸어요. 소위 말하는 엄친아 스타일이었죠.
학벌도 K보다 낮고 집도 부자가 아니었던 저는 항상 K군에게 낮춰가면서 사귀었어요.
저도 참 지극정성이었죠...경기도의 명문 대학교를 다니는 그를 보기 위해 시골에서 세 시간 넘게 걸리는 버스를 타고
두 시간 남짓 보고 내려온 적도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한동안 연락이 뜸해지더라구요..제가 연락 안 하면 이틀이고 사흘이고 먼저 절대 연락 안 하는게 다반사가 되어가더군요.
제가 놀러가야 만날 수 있구요. 그것땜에 싸움도 많아지더라구요.
일주일 전에 K군이 자기 새벽 1시에 깨워달라고 저에게 부탁했어요. 조금만 자고 그때부터 공부를 한다네요.
그래서 그때까지 알람을 맞춰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한시가 되어 전화를 하는데 아무리 해도 안 받는 거예요.
한 번, 두번....열 번, 열 세번의 전화를 부재중으로 남기고 다섯 통의 문자를 보내놓고 세 시까지 기다렸어요.
너무 피곤해서 그런가보다...공부하기 힘든가보다...걱정하면서요.
그런데 세 시 반쯤 전화가 오더라구요. 첫 마디는[뭐야, 왜 이렇게 전화를 많이했어?]였어요.
알고보니 저에게 한 말은 완전 까먹고 그때까지 술마시고 있더라구요..옆에는 여자들 웃음소리.
그 일로 정말 심하게 싸우고, 싸우면서 막말하는 K군에게 헤어지자고 빽 소리를 지르며 끊어버렸어요.
그게 일주일 전. 일주일간 그가 준 상처에 폐인으로 지내고 있었는데..매일을 울면서 지냈는데.
그런데 오늘..일주일간 연락이 없더니 다시 만나자고 연락이 온 거예요.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안부인사 하듯이.
그런데...저도 멍청한게 그렇게 당해놓고도 미운정이 남았는지..다시 만나자는 말에 조금 흔들리더라구요.
그 문자를 보고 화났던 건 제 친구들이예요.
입이 걸걸하기로 유명한 은지와 예림이. 유일한 내 친구인 이 두명이 양 옆에서 스테레오로 화음넣어 욕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알았죠. 아 얘는 아니구나..-_-;;
제 친구중에 유일하게 여자친구가 있던 예림이가 화가 가시지 않았는지 얼굴이 빨개져셔 큰소리로 얘기하더라구요.
"너 지금당장 남자 한명 만나라. 소개시켜줄게."
그렇게 해서 그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생에 처음으로 소개팅을 하게 된 계기였어요.
아..이게 소개팅이 맞는지도 의문스럽네요. 암튼 이게 시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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