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화교 하면 고리대금업이나 전당포,
혹은 수전노 같은 마치 중세시대 베네치아의 샤일록 같은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그게 아니라면 짜장면집 정도. -_-;;;)
실제로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는 중국계 자본이 오랫동안 현지를 장악하고 있으며,
말레이계 토호들과의 대립에 지친 화교들이 아예 자치국을 세워버린 싱가폴 같은 케이스도 있죠.
그렇기 때문에 현지에서 화교에 대한 이미지도 대강 저러합니다.
하지만 길다면 길 수 있는 여행을 통해 알게 된 것은,
꼭 화교가 저런 이미지대로만 가진 않는다는 거였죠.
특히 태국과 베트남의 화교들이 그렇습니다.
우선 태국의 화교들을 소개합니다.
태국 인구 중 중국계는 공식적으로 약 15% 정도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혼혈이 대부분이죠.
혼혈의 이유는 조금 있다가 설명드리기로 하고,
그 중에서 10% 정도는 중국계, 일명 룩찐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5%가 바로 화교, 화인이죠.
10%는 오래 전부터 중국을 떠돌던 남방계 떠돌이 민족들의 후손입니다.
실질적으로 태국의 상공업계를 지배하고 있는 이들이죠.
하지만 화교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는 이들이 철저하게 스스로를 태국인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5%는 중산층 이하의 비교적 소득이 적은 이들로,
대부분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중국의 가난과 전쟁, 내분을 피해 이주한 이들입니다.
위의 떠돌이 민족들이 보부상으로 시작해 상업자본을 축적할 수 있었던 것과는 반대로,
이들은 대체로 단순 노동자(쿨리)로 시작하게 되었죠.
태국은 근대화를 위해 상당한 돈을 뿌리고 있었고, 그들에 대한 수요는 충분했습니다.
전통 사회 특성상 사농공상의 순서로 계급이 정해지는데,
태국은 민족별로 카스트를 정해 특정 산업에 종사하게 했죠.
즉 태국인은 농업, 일본인은 군대, 중국인은 상업...이런 식입니다.
(태국 아유타야 팽창기에는 일본인 용병부대와 정착촌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던게 산업사회에 접어들면서 하층민인 중국계가 급성장하게 된거죠.
바로 이 10%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탁신 같은 인물을 보면 알 수 있듯, 부유층일지언정 상류층으로 인정받진 못합니다.
태국에서 상류층이라 함은 전통적인 토지귀족 혹은 멸망한 옛 지방 왕조의 후예를 말하고,
그들이 가진 부의 상징은 유럽산 고급 자동차와 넓은 저택, 그리고 "중국계(혹은 한국, 일본 등) 부인"이죠.
위에서 말한 중국계 혼혈이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태국 영화 잔다라에도 나오듯 태국 부유층의 로망은 살결이 흰 중국계 마누라입니다..;;;)
그래서 룩찐 재벌들은 상류층 혹은 외국인과의 전략적인 혼인/사돈관계를 많이 시도하죠.
이번엔 5%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증기의 힘으로 달리는 철마를 대단히 신기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철도 부설은 돈이 필요했고 이를 차관으로 해결해야 했죠.
서구 국가들이 식민지 합병을 노리는 전형적인 패턴이 세 가지가 있는데,
1. 선교사를 보낸다. -> 선교사가 문화적 충돌을 일으킨다. -> 선교사를 죽인다. -> 전쟁이닷!!!!
2. 측량선을 보낸다. -> 측량선이 국지적 충돌을 일으킨다. -> 측량사를 죽인다. -> 전쟁이닷!!!
3. 기술자를 보낸다. -> 기술자가 철도와 전기를 선보인다. -> 돈을 빌려다 그걸 만들어본다. -> 차압이닷!!!
대충 이 정도 되겠습니다. ㅋㅋㅋ
근데 태국은 일단 불교로 대동단결인 나라라 1번은 씨알도 안 먹혔고,
(유명한 재벌이 개신교 신도인데, 자녀 결혼식에 스님을 불러 축복을 받죠. ㅋㅋㅋ 이른바 패션 신도!!!)
프랑스가 2번으로 기어들어오니 라오스와 캄보디아를 포기해(꼬리 자르기!!!) 이를 회피했으며,
3번의 경우. 돈을 안 빌렸죠. 그럼 어떻게 안 빌렸냐구요???
그 근대화 자금의 출처를 알아보면 재미있는게...바로 아편을 중국에 수출해서 돈을 벌었다고 합니다.
정작 영국은 아편전쟁 승전 이후 아편의 해악이 알려지면서 생산량이 감소했는데.
태국은 그 빈틈을 타고 중국의 아편 시장을 장악한거죠.
태국 국경지대의 골든 트라이앵글이 한 때 전 세계 아편의 2/3을 공급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 유통을 담당했던게 당시의 중국계 룩찐 상인들이고, 룩찐들은 이후 그 자본을 바탕으로 부유층이 됩니다.
당연히 자신들에게 돈을 안겨준 태국 왕조에게 충성심이 깊을 수 밖에 없죠. ㅋㅋㅋ
어쨌든 다른 동아시아 국가와는 달리 '자체 자본'으로 철도를 깔아버렸는데,
전통적으로 인구가 적은 동남아시아의 특성 상 노동력이 부족했고 그 자리를 화교 쿨리들이 대체합니다.
즉 룩찐과 화교는 애초에 출발선이 다르고 또한 룩찐은 자신의 피고용인에 불과한 화교를 잘 대해줄 필요가 없죠.
시간이 흘러 태국에 입헌혁명이 일어나고,
신정부는 관료와 군인으로 나뉘어 투닥거리다가 결국 군인들이 이깁니다.
원래 영국 덕후인 관료와는 달리 군인들은 일본 덕후였죠.
러시아를 박살낸 일본이 간지포풍을 일으켰거든요.
그래서 태국은 일본을 따라 세계대전에 참전하죠. 1차 대전엔 연합국, 2차 대전엔 추축국.
물론 2차 대전에서 관료파에 속했던 주미 대사가 디스를 하는 바람에,
공식적으로 2차 대전의 최종 승자인 미국느님에게는 선전포고를 안 한게 되었고.
(선전포고 문건을 자기 책상에 쳐박아둔 주미 대사의 승!!!)
...인 상황에서.
세계대전이 끝나고 잠깐 관료파가 다시 정권을 잡지만,
다시 군인들이 쿠데타로 뒤집어 버립니다.
때마침 베트남 전쟁이 터지고 미국느님의 돈이 태국으로 흘러들어옵니다.
한적한 어촌이었던 파타야는 세계적인 휴양지가 되었구요.
그런 상황에서 군인들은 동북아시아의 어느 반도국가처럼 국수주의적 행보를 보이죠.
룩찐들은 다시 위기를 느낍니다.
우리 재산과 생명이 위험해!!!
그래서 자신들이 태국인임을 강조하기 시작합니다.
화교를 천대하고 중국식 이름은 물론이고 성씨까지 완전히 버리게 되요. 이른바 자발적 창씨개명. -_-;;;
그렇게 하면서 지금 태국은,
태국인 ↔ 룩찐은 잘 지내는 편이지만,
태국인 → 화교는 무시하고,
룩찐 → 화교는 더 무시합니다. -_-;;;
물론 최근 중국의 성장과 더불어,
다시 룩찐들이 중국에 자녀를 보내 공부도 시키고 하지만,
여전히 태국의 룩찐 3~5세대들은 중국어라곤 한 마디도 못하죠.
그래서 태국 드라마나 영화엔 꼭 이런 인물이 등장합니다.
1. 중국어만 할 수 있는 룩찐 할머니
2. 중국어와 태국어 다 대충 할 수 있는 룩찐 엄마
3. 태국어만 할 수 있는 룩찐 손녀
그래서 1번과 3번이 대화할 땐 꼭 2번의 엄마가 통역을 해주는데,
개그코드는 그 통역이 잘못 전달될 때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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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ie_Brown
정통 왕조의 계보는 수코타이-아유타야-(톤부리)-짝끄리 왕조로 이어집니다만,
태국 중부의 작은 지방왕조(쩌리짱)에 불과했죠. 현 왕조인 짝끄리 왕조 시대에 대규모 팽창이 있었구요.
같은 시기에 남부 팟타니(이슬람권)나 북부 치앙마이 등에는 자체적인 지방정권이 있었습니다.
라오스는 오랫동안 북부 치앙마이 왕조와 때로는 대립도 하고 때로는 결혼동맹이나 통합도 있었습니다.
이후 짝끄리 왕조가 치앙마이를 점령하면서 라오스도 일시적으로 태국의 영토가 되었죠.
캄보디아는 원래 동남아의 패권국이었습니다만,
후손들이 가난하게 살 것을 우려한 자야바르만 왕의 혜안(퍽이나...;;;)으로 대규모 공사를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게 캄보디아의 최대 밥줄인 앙코르와트인데,
정작 당대에는 그 엄청난 토목공사의 후유증으로 디폴트를 치고 이후 천년간 태국과 베트남의 쌀셔틀이 됩니다.
어쨌든 짝끄리 왕조는 이제 9대째인 상당히 젊은 왕조인데,
젊은 왕조 특유의 확장성을 앞세워 남북의 지방정권은 물론이고 라오스와 캄보디아까지도 속국/병합해 버렸죠.
그걸 이후에 베트남을 집어삼킨 프랑스한테 상납한거구요.
태국-캄보디아의 국경사원 분쟁이 일어난게, 사원은 캄보디아령이지만 진입로는 태국령이라 생긴건데.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ㅠㅠㅠㅠ) 다 프랑스가 국경을 선 그은 대로 나눠서 그런거라고 합니다.
태국은 또한 인근의 버마와는 한일관계에 필적하는 앙숙이죠.
최전성기의 버마한테 쳐발려서 왕이 굴욕당하고 왕비가 전사하는 일도 있었고,
새로 즉위한 왕비의 사위(영화도 있는데 왕비의 첫사랑이고 왕비의 딸과 결혼...이거 뭐야?)가 전쟁을 일으켰다가..
역으로 털려서 수도가 또 털리고 왕이 잡혀가고 왕자도 인질로 끌려가죠.
나중에 버마에서 렙업한 왕자가 돌아와서 코끼리를 타고 조총질 헤드샷으로 버마를 관광시키는 일도 있었지만,
어쨌든 주로 버마가 공세측이고 태국이 수세측이라 좀 감정이 안 좋은데,
20세기 이후엔 오히려 태국이 공세에 있었고 추가로 지금도 경제력으로 완전히 압도하는 실정이거든요.
(버마, 캄보디아, 라오스를 다 합쳐도 못 따라감...;;;)
그래서 태국인들이 주변국들을 엄----------------------------------청 무시하죠.
동남아는 여행지 수준으로만 알았는데;;;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버마\'는 국명을 미얀마로 바뀌지 않았나요??
버마는 미얀마의 옛 국명이 맞습니다.
현재 공식 국명이 미얀마로 되어 있구요.
군부 쿠테다로 인해 버마가 미얀마로 바뀌었는데요.
당시 국민들의 의사 없이 국명이 변경되었기에 아직도 논란이 많습니다.
최근까지도 국명을 다시 버마로 환원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연구실에 버마 유학생이 있는데.
미얀마로 부르든, 버마로 부르든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