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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ㅇㅇ아. 이름에 이응이 많이 들어가서 싫다고 했던...
헤어진지 벌써 8개월이 지났네. 너와 내 소식을 전해 줄 메신저가 있다면 좋았을껄
이럴 줄 알았으면 나랑 같은 학교 친구랑 엄청 친하게 지낼걸 후회가 된다야.
너 나랑 헤어지기 몇일 전에 뽐뻐 됐잖아. 글도 캡쳐해 놓고, 내가 그렇게 감추던 내 예전글도 보고
아직도 뽐을 하고 있을진 모르겠지만, 이 글을 본다면 참 좋겠어. 헤어지고 나서 어떻게 지냈니?
나는 글로는 표현 못할정도로 너~~~무 힘들었어. 망치로 한대 제대로 맞은거 마냥...
살이 급격하게 쪄서 80kg 가 됐었어. (지금은 다시 돌아왔지만) 그 때는 밥을 먹어도 소화도 안되지 잠을 자도 잔거 같지 않지.
일어나면 이제 너가 없는 현실에 자꾸 눈물만 나오지... 한 2-3주 주말에 안나가니까, 엄마가 물어보더라. ㅇㅇ이랑 헤어졌냐고
근데 그 때는 헤어졌다고 얘기하는게 싫었어. 헤어지고 얼마 안되서 추석인데, 숨도 잘 안쉬어지고 뚱뚱해진 모습을 보는데,
너가 혹시라도(?) 나를 본다면 진짜 헤어진걸 잘 생각했겠다라는 마음이 들어서 그 날 부터 운동 어플 다운받아서 꾸준히 시작했지.
그리고 그 동안 하는 둥 마는 둥 했던 공부도 다시 시작했어. 어떻게 보면 헤어졌던 너가 나한테 다시 힘을 준거같다는....
우여곡절 끝에 전날 거의 밤 새고 시험도 뒤늦게 신청해서 차로 아빠가 운전해줘서 1차는 합격을 했어.
합격의 기쁨도 잠시였던거 같아.
외할아버지가 많이 아프셔서 얼굴만 뵈러 내려갔다가 내려간 다음날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돌아가셨어.
외할아버지 집, 병원, 장례식장 왔다갔다하면서 기사 노릇 제대로 하고 슬퍼하는 엄마 곁을 위로 하면서
외할아버지가 내 첫 등록금도 내 주셨고, 표현은 잘 못하시는 경상도 분이지만, 외손자인 나를 많이 아껴주셨어.
나 있는데도 놀러온다고 하실정도로 정정하셨는데....
그렇게 장례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일상으로 돌아갔는데,
그렇게 의욕적으로 하던 공부도, 운동도 어느 순간 시들해 지더라.
이걸 해야되는 이유만 남아있지 이걸 왜 해야되는지 무엇을 위해 하는지 잃어버린 사람 처럼 말이야.
그 와 중에 12월에 투자를 해서 몇달치 월급을 벌게 되긴 했지만 말이야...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2019년이 되고, 내가 31살이 됐지. 너도 그렇구.
출장에 이것저것 신경쓰다 보니까, 3월이 훌쩍 갔어. 같이 있던 동료 남직원도 퇴사하고,
신입도 들어오고 내가 중간이 되 있더라고. 회사 집 회사 집 만 반복하고 있는 내 자신을 보니
계속 돈 안쓰고 모으기만 해서 조그만 빌라 하나를 살 수 있겠지.
근데, 그게 이제는 나한테 의미가 없더라고. 지금 에서야 얘기하지만 너 처음 만나기 4개월 전에 현재 살고 있는 집 전세로 계약했었어.
내가 일하면서 모은 돈이랑 대출 받아서, 너 만나는 동안 거의 빚을 1년 6개월 정도 갚고 너랑 살 집 알아보자 했을 때는
모아놓은 돈이 한푼도 없더라.... 나는 나고 가족은 가족인데 내가 왜 이렇게 얽매여서 있나 싶더라....
사회 초년생 때는 내가 열심히 해서 가족도 먹여 살리고, 너랑 결혼도 할 줄 알았는데
그거는 이상적인 모습이지, 결코 현실에서 일어나기 희박한 선택지였던 거 같아.
나를 위해 제대로 돈 한번 못쓰는데, 이건 내가 정말 원하는 나의 모습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면서 내가 있는 현실을 자꾸 회피하고, 너한테 내가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헤어질 때도 두루뭉실하게 말하고...
그 때는 이제 헤어지는 마당에 말을 하면 무얼하나 싶었거든. 근데 지금은 내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냐면,
이 글을 아예 못 볼 수도 있지만 내가 있는 현실을 그대로 얘기해줬으면 어땠을 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
결국엔 엄마 아빠 동생 모아두고 나 이제 올해 안에 독립할 거라고 얘기했어.
엄마가 내 얘길 가장 많이 이해하고 응원해 주셔. 물론 경제적인 지원은 못받아서,
올해 말 정도되면 한 8천정도 모은 돈이랑 대출 좀 받아서 시작해 보려고 생각하고 있어.
너는 어떻게 살고 있니? 아마 좋은 사람 만났으면 결혼 날짜 잡을 수도 있겠다.
꼭 한번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 지금 와서 이렇게 얘기하는게 무슨 의미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동안은 이런 글 쓰는게 상당히 미안해 지고 의미 없다고 생각했었어. 근데, 헤어지면서까지도 못한
얘기도 있고, 달라지는 건 없을지라도 이런 얘길 하고 싶어서 자고 일어나서 쓸까 하다가
그러면 어렵게 용기 낸 마음 접을 거 같아서 이렇게 써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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꿍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