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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혹시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것이 뭔지 아니?
그건 바로 어린이들의 눈망울이야.
그들의 눈망울은 아마 그 어떤 천사보다 맑고 깨끗할 거야.
그건 내가 자신할 수 있어.
부모님이 허락해 주실지 모르지만, 난 그들을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고 싶어.
아주 넓은 호밀밭에 수천 명의 어린이가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상상해 봐.
그 호밀밭에 있는 어른은 오직 나 하나뿐이야.
그리고 난 절벽 옆에 서 있지.
내가 하는 일은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은 아이를 재빨리 붙잡아 주는 거야.
그러면 그 아이는 다시 다른 아이들과 함께 호밀밭에서 뛰어노는 거지.
어때, 멋지지 않니?
그런데 너 지금 내 얘기 잘 듣고 있는 거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이해했니?
J.D. 샐린저 - 호밀밭의 파수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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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어른들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나락으로 내 몰았다.
온 나라가 깊은 슬픔에 잠겼다.
도시를 벗어나고 싶어 숲을 찾았다.
전국 방방곡곡, 면면촌촌 둘레길이 없는 곳이 없다 할 만큼 우리 주변에는 산책로가 즐비해 있다.
지난 겨울 어느 날, 산우들과 함께 여항산 둘레길 2구간 ~ 4구간을 다녀온 적이 있다.
그 때는 그저 눈길, 흙길을 터벅터벅 걷는 트레킹 이었다면..
오늘은 구불구불 둘레길을 사부작사부작 걷다가 쉼터에서 하룻 밤을 쉬어가고자 하는 백패킹이 목적이다.
♠ 여항산 둘레길(2구간~4구간) 후기
토요일 오후지만, 그리 알려지지 않은 둘레길이라 그런지 인적이 뜸하다.
오늘은 여항산 둘레길의 1구간인 단풍길을 걷기로 하였다.
그리고 목적지인 전망대 쉼터에서 괴나리봇짐을 풀고 하룻밤 쉬어 갈 계획이다.
이 길을 걷다 보면 낙남정맥 최고봉인 여항산이 손에 잡힐 듯 선명히 보인다.
풀 향기 가득한 숲을 지나 낮은 오르막 길을 오르자 청초한 대나무 밭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울창한 나무로 이루어진 숲길은 따가운 태양을 피하는 그늘이 되어준다.
갈증이 날 때 쯤..
시냇물 처럼 숲 길을 흐르다 마주 친 언덕의 바람을 폐 속 깊숙이 벌컥벌컥 들이 마셨다.
숲 속 공기의 상쾌함이 뼈 속 깊이 전해져 온다.
여항산[艅航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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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치 : 경남 함안군 여항면 주서리
높 이 : 770m
문화재 : 원효암, 의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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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항산은 1583년(선조 16) 정구(鄭逑)가 함주도호부사로 이곳에 부임하여 이 산에 여항(艅航)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풍수지리학적으로 함안의 지형이 남고북저하여 나라를 배반할 기운이 있다고 풀이되어서 '배가 다니는 낮은 곳'이라는 의미의 이름을 남쪽에 위치한 이 산에 지어준 것이다. 이곳에서는 각데미산, 혹은 곽데미산으로도 부르는데, 이는 정상 부근에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 진 것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6·25전쟁 당시 미군들이 전투에 지쳐 '갓뎀'이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고도 한다.
계곡의 맑은 물과 산허리를 감싸는 운무, 산중턱의 원효암과 칠성각, 의상대, 서리봉, 피바위 등으로 유명하며, 6·25전쟁 때는 낙동강방어선으로 격전을 치른 곳이다. 정상에 오르면 20~30명이 앉을 수 있는 넓고 큰 마당바위(곽바위)가 있으며, 마당바위에서 남쪽에는 상여바위, 북쪽으로 조금 지나면 배넘기 도랑이 나오는데 노아의 홍수 때 배가 넘나들었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산행에는 7코스가 있는데 어느 길이든 당일코스로 충분하다. 제1코스는 주서리 좌촌에서 정상에 올라 다시 좌촌으로 내려오면 2시간 걸리는 길이고, 제2코스는 좌촌으로 정상에 올라 서북산을 타고 갈밭골로 내려오면 4시간 걸리는 길, 제3코스는 좌촌으로 정상에 올라 미산을 타고 내려오면 3시간 걸리는 길, 제4코스는 미산을 타고 정상에 올라 서북산으로 해서 갈밭골로 내려오면 5시간 걸리는 길이다.
<출처 : 두산 백과사전>
어느새 해가 어둑어둑 저물어 갈 무렵 박지인 전망대에 도착하였다.
저 멀리 여항산의 암봉 너머로 서서히 지고 있는 일몰이 과히 장관이다.
이 순간을 놓칠세라,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전 서둘러 내려 놓았던 배낭을 들춰 메고 추억을 남긴다.
지금 이 순간 만큼은 사진 모델이 부럽지 않다.
다시 박배낭을 내려 놓았다.
클라터뮤젠 묠르나75, 블랙야크와 그라나이트기어에 이르기 까지 배낭도 제각각이다.
장비 욕심 많은 백패커 답게.. 우리는 각자의 배낭을 바꿔 메어 보며 꼼꼼히 장비를 살핀다.
어둠이 밀려 오기 전 서둘러 데크 위에 각자의 숙영지를 구축하였다.
텐트 3동을 나란히 설치하자, 데크가 텐트 3동에 맞춘 듯이 딱 맞다.
힐레베르그 우나, MSR 허바허바, 마운틴하드웨어 스카이레지2.0에 이르기 까지..
얼핏 자연을 닮은 엇비슷한 색상이지만 나름의 고유한 때깔이 제각각 멋스럽다.
이제 누울 자리도 준비됐으니 데크 옆 테이블에 둘러 앉았다.
그리고 각자의 배낭에서 준비해 온 먹거리를 하나, 둘 꺼내 놓았다.
조촐한 상 차림이라 제다 인스턴트 일색이다.
허기를 달래다 보니 어느새 밤이 깊었다.
우리는 별빛이 보고 싶었다.
살며시 고개를 들고 밤 하늘을 무심코 바라 보았다.
오늘 따라 별빛이 유난히 밝게 빛난다.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아 자리가 선명하고 그 사이의 북극성이 뚜렷하다.
그 순간, 무수한 별들의 존재가 어쩌면 바닷 속에서 별이 되어 버린 소년들의 영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밤 공기는 차갑다.
별빛의 반짝임이 절정에 이를 때 쯤 눈꺼풀도 서서히 내려 앉는다.
숲 속의 아침은 평온함과 분주함이 공존하는 세상이다.
텐트 스킨에 부딪히는 빗방울 소리는 숙면을 돕는 고요한 자장가이며, 산새들의 청아한 지저귐은 아침을 깨우는 숲 속의 합창이다.
그리고 졸졸졸 흘러 내리는 계곡의 물소리는 먼발치에서도 싱그럽기 그지 없다.
흔히 깊은 숲 속에서 산림욕을 한 뒤, 뇌파를 측정해 보면 알파파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고 한다.
알파파는 뇌파 중 심신을 편안하게 하고 안정감을 높이는 세로토닌파라고도 불린다.
우리는 치유의 숲에서 육체와 더불어 영혼의 안식을 얻는다.
그져 그렇게 치유받을 수만 있다면..
그 순간 만큼은 슬픔도 아픔도 잊은 채..
시끌벅적한 세속을 벗어나 대자연의 속살에 파묻혀 하루를 보냈다.
풀벌레 소리와 새 소리, 그리고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 소리가 그치질 않는다.
내 안에 우는 바람이 멈추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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