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저의 고향이자 장관의 고향, 그리고 직지의 고향. 언제 가도 푸근한 청주입니다.

항상 그렇지만 청주 방문의 시작은 남문로 롯데영플라자 뒷편에 있는 코끼리만두의 고추만두국입니다.

남문로 성안길은 원래 본정통(혼마치)이라고 부르던 곳입니다. 청주의 명동쯤 되죠.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은 아직도

성안길이란 새로운 명칭 대신 본정통을 더 익숙해하죠. 

코끼리만두에서 얼큰한 고추만두국 한 그릇 먹으며 땀 좀 빼야 비로소 청주에 왔구나 실감하게 됩니다.

일부러 상당산성 벚꽃 필 때를 기다렸다가 고향 내려왔습니다. 시내는 이미 벚꽃이 지고 있는데 이곳은 이제 막 피고 있군요.

왕벚꽃이 아주 멋집니다.

저기 보이는 남문에서 왼쪽으로 계속 가면 산성고개 출렁다리와 것대산 봉수대쪽으로 갈 수 있습니다. 봄에 트레킹하기 좋습니다.

미세먼지가 좀 걱정되지만 볕이 좋으니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북적북적합니다.

가족들과 함께 온 게 아니라면 산성고개로 휙 내빼서 출렁다리 지나 것대산까지만 보고 와도 좋겠지만

아직 몸상태도 완전하게 끌어올린 상태가 아니라 그냥 참습니다.

큰개불알꽃. 봄까지꽃이라고 불러야 더 정확하겠죠. 요새 어딜 가나 지천에 피어었습니다.

흰털제비꽃으로 보입니다.줄기와 잎자루에 자글자글 털이 나있습니다. 제비꽃 녀석들은 종류가 워낙 많아

구분하기 힘듭니다. 아주 선명한 차이가 아니면 그냥 몽땅 제비꽃으로 퉁치는걸로.

볕 좋은 봄날, 뭐 있나요. 돗자리 깔고 누워 꽃구경하는 게 제일 큰 호강이지요.

저 앞의 커플은 아마 산성고개 출렁다리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올 모양입니다. 좋을 때입니다.

왕벚나무가 일렬횡대로 좌라락 서있습니다. 매년 봄마다 상당산성을 찾는 이유랍니다.

그나저나 이놈의 미세먼지는 도대체 해결방법이 아무것도 없는 건지 원.

세 쌍둥이 조카 녀석 중 하나가 솔방울이 언제 떨어지나 소나무 위를 빤히 쳐다보고 있습니다.

얌마 목 아퍼. 그만 봐. 솔방울이 무슨 홍시냐 ㅠㅠ

이제 막 말 배우는 재미에 빠진 조카들만 보면 예뻐서 어쩔 줄 모르는 장관. 혹여라도 둘째를 원한다는

무언의 퍼포먼스라면 제발 멈춰주오...;; (하나도 힘들어!!)

진달래도 피기 시작해 곳곳에 붉은 꽃물을 들여놨습니다.

이렇게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를 가만히 걷다 온 날은 마음이 오랫동안 싱숭생숭합니다.

불꽃처럼 피었다가 숙취처럼 사라지는 꽃입니다.

냉이꽃도 요새 많이 볼 수 있죠. 화려하고 덩치 큰 들꽃에 비해 주목은 덜 받지만 냉이처럼 수더분한 녀석들도 참 예쁩니다.

양지꽃. 뱀딸기꽃과 헷갈리기 쉬운데 가장 쉬운 구분법은 잎사귀를 보면 됩니다.

세 갈래로 뻗어나온 큰 잎 밑에 좌우로 뻗은 작은 잎이 2장 달려 있으면 양지꽃입니다.

뱀딸기꽃은 세 갈래 잎, 삼엽만 달려있습니다.

꽃마리도 살금살금 봄볕 아래로 모여들었습니다. 빛을 받으면 꽃잎이 하얀색에서 파란색으로 변합니다.

라일락은 보라색이 주를 이루지만 이렇게 하얀색 꽃이 피는 품종도 있습니다. 향이 아주 근사합니다.

산당화도 활짝 피었군요. 바야흐로 봄꽃의 전성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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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6월에 가느라 봄꽃들 영접이 좀 늦었던 태백 금대봉~대덕산을 올해는 5월쯤 가보려고 합니다. 온갖 야생화의 보고이자

시원한 조망이 아주 일품인 코스죠. 연분홍 범꼬리가 빽빽하게 핀 여름도 멋졌지만 봄에는 또 봄만의 매력으로 가득할 겁니다.

계획해놓은 곳들은 많은데 몸이 아직 안따라주니 마음만 안달복달입니다. 일도 유난히 하기 싫고 입맛도 까끌하고. 그래도 건강이

우선이죠. 다치고 나서 후회해봐야 아무 짝에 쓸모 없으니까요. 차근차근 컨디션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다음주부터는 미세먼지가 한풀 꺾일 거라고 합니다. 기분 좋은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