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짱입니다. 제주도 다녀오고 나서 하루 쉬고 바로 전남 강진을 다녀왔습니다. 등산이 목적은 아니고요. 부모님이 일이 있다고 하셔서

운짱 노릇하러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마침 6일까지 쉬는 강아지도 데려가서 코에 바람 좀 넣어주고 왔네요. 강진은 처음 가봤는데

공기가 너무 맑더군요. 여력만 되면 내려와서 며칠 묵고 가고 싶습니다. 음식도 맛나고요.

시작부터 힘들었습니다. 서울에서 강진까지 내려가는 첫날 운전만 8시간 ㅠㅠ 한때 영암 월출산 정도는 자차로 왔다갔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쉽게 생각했던 저의 경솔함을 깊이 반성합니다;; 연휴 때는 그냥 집에서 쉬는 게 최고. 차 끌고 밖에 나가면 개고생입니다.

돌아오는 날도 7시간 운전.  막히는 길 요리조리 피해서 왔는데도 이렇습니다. 당분간 운전은 지긋지긋하네요 훌쩍;;

강진 내려간 김에 만덕산이나 한 번 올라갔다 올까 했는데요. 마침 부모님 볼 일도 만덕산 근처에서 있었거든요.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볼 일만 잠깐 보고 옥련사 뒷편 임도 타고 올라가서 잠깐 맛만 보고 왔습니다. 주작, 덕룡이야 한 번 가봤으니 패스해도 되겠죠 뭐.

5일(일) 날씨가 아주 좋아서 만덕산 정상 깃대봉에 올랐으면 정말 멋진 조망 만끽하고 왔을텐데 아쉽긴 합니다.

가족들과 잘 먹고 잘 쉬고 운전 빡쎄게 하고 왔습니다. 아아 잊을 수가 없네요. 이틀 동안 15시간, 940km 운전의 추억 ㅠㅠ

※ 언제나와 다름없이 사진은 모두 가로 사진 기준 1500px로 작업했습니다. 뽐뿌측에 무려 70명이 넘는 사람들이 추천해주시면서 작금의

분위기를 전했지만 뽐뿌는 여전히 묵묵부답입니다. 한 6년 줄기차게 요구하면 해줄라나요? 여기가 무슨 쇼생크도 아니고 ㅠㅠ

어떻게 나오는지 한번 지켜보겠습니다. 손님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만고의 진리를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나 봅니다.

첫날 오전 7시에 서울에서 출발했는데 강진 도착한 시간이 오후 3시. 숙소에서 쓰러져 있다가 겨우 몸을 일으켜

저녁 먹으러 나왔습니다. 미리 예약해둔 남도한정식 전문점 청자골종가집입니다. 강진에선 깃발 좀 날립니다.

한옥이 아주 멋드러진 곳이더군요. 아주 오래전에 백두산에서 벌목한 홍송으로 지은 집이라고 합니다.

여러 음식들이 다 맛깔나지만 전라도 왔으면 홍어가 빠질 수 없죠. 이건 리필해서 한 번 더 먹었습니다. 홍어 좋아해서요 ^^

특히 묵은지랑 돼지고기를 올려 삼합으로 조합해서 먹으니 아주 차진 맛이 일품입니다. 4인 한상 10만원짜리면 넉넉합니다.

서울 한정식집에선 이렇게 차려달라고 하면 아마 인당 4만원 이상은 받을 듯.

백화등. 바람개비 모양의 꽃이 특징입니다. 처음 본 꽃이라 이것저것 검색해봤더니 같은 꽃을 두고 어떤 이는 백화등, 

또 어떤 이는 마삭줄이라고 하더랍니다.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더 들여파봤더니 백화등과 마삭줄은 아주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른 꽃입니다. 꽃만 봐서는 쉽게 구분이 안 되지만 잎맥과 꽃봉오리로 구분합니다. 잎맥이 흐릿하면 백화등,

선명하면 마삭줄. 꽃봉오리가 흰색이면 백화등, 연분홍이면 마삭줄. 양지에서 피면 백화등, 음지에서 피면 마삭줄.

이놈의 꽃공부는 해도 해도 끝이 없네요. 당연한 얘기겠지만.

RAW로 촬영 후 후보정을 시작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사진을 만져보고 있는데요. 역시 저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사진이 가장 좋습니다. 제 눈에도 편안하고요. 지난번 한라산 후기처럼 어디 공모전에서나 봄직한

달력풍의 사진은 화려한 맛은 있지만 왠지 부담스러워요. 다시 초심(!)을 되찾고 내추럴한 사진으로 돌아갑니다 ^^b

우애 좋은 할머니와 손자. 강아지는 배만 채워놓으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단순함의 극치;;

오래된 부부, 오래된 기억, 함께 해온 오랜 시간들이 서랍장 속 빛바랜 칸나앨범에 가득 차있습니다.

저녁밥 먹었으니 소화도 시킬 겸 숙소 근처 가우도에 잠깐 다녀왔습니다. 원래 다음날 갈 예정이었는데 혹시 일몰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요. 그런데 20분 전까지만 해도 쨍했던 하늘이 가우도에 도착할 때쯤 다시 닫혀버렸네요.

강진만 너머 만덕산만 한번 스윽 보고 다시 숙소로 돌아갑니다.

숙소에서 아침에 일찍 눈을 뜨니 이런 풍경이 펼쳐져 있군요. 옅게 안개가 낀 가운데 비가 그친 하늘이 아주 쨍합니다.

앞에 보이는 산은 위치상 금사봉 아니면 용두봉 같은데 잘 모르겠네요.

아침으로 짱뚱어탕 한 그릇씩 먹고 이제 만덕산 자락에 있는 옥련사로 갑니다. 거기 볼 일이 있어서요.

부모님이 일 보시는 동안 저는 꽃이나 찍으면서 탱자탱자 하는 거죠 뭐.

엉겅퀴가 예쁘게 피었습니다. 보랏빛 꽃이 참으로 영롱하네요.

조록싸리도 이제 시즌입니다. 이거 "초"록싸리라고 부르는 이들이 많은데 정명은 "조"록싸리입니다.

강아지도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야트막한 만덕산 뒷편 기슭을 올랐습니다. 여기 편백나무가 아주 무성합니다.

청미래덩굴 열매. 옛날 분들은 "망개"라고도 부르죠. 어머니가 청미래덩굴을 보더니 몹시 반가워하시더라고요.

예전에 망개떡 할 때 자주 쓰셨다고요. 열매를 쓰는 건 아니고 잎사귀를 씁니다.

수령이 한 20년은 되어 보이는 편백나무. 한 20년쯤 더 크면 강아지가 두 팔로 끌어안기도 벅찰 만큼 자랄 겁니다.

집에서 쿠리랑 논다고 할 줄 알았더니 흔쾌히 따라나선 강아지. 우리 집안의 유일한 손자라 이쁨을 독차지 하고 있습니다.

자, 이제 공부만 잘하면 돼 ㅠㅠ

노루발꽃. 은방울꽃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허리띠 졸라맨 듯 끝이 잘록 패인 은방울과 달리 노루발은 활짝 열려 있습니다.

꽃모양을 보고 노루발이라고 하는 게 아니라 잎사귀 모양이 마치 노루발굽 모양처럼 생겼습니다.

임천저수지를 지나는 18번 국도 너머에 승리산, 매봉, 서기산이 보입니다. 하늘이 예술이네요.

임천저수지를 배경으로 어머니 한 컷. 아침 내내 푸르게 빛났던 하늘이 금세 구름이 몰려와 가려버렸습니다. 

효도르 선물로 모투스 긴팔과 펠리세이드 바지 사드렸더니 이것만 입고 산에 다니시네요 ㅠㅠ 엄청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여름에도 긴팔 선호하는 어르신들에게는 역시 모투스만한게 없죠.

한라산 돈내코에서 실컷 봤던 인동덩굴이 만덕산 자락에도 가득 피어 있습니다.

꿀풀이 벌써 올라오기 시작하네요. 서울 근교에선 아직 못봤는데. 남부 지방이라 기온이 따뜻해서 그런가 봅니다.

올려다본 만덕산. 다음에 강진 오면 석문교가 있는 용문사에서 시작해서 백련사로 내려오는 코스로 돌아봐야겠습니다.

꼭 한번 올라보고 싶은 산입니다. 높이는 낮아도 장쾌한 조망이 아주 멋진 산일 듯 합니다.

으아리. 초여름이 도래했음을 알리는 계절의 척후병입니다.

여기는 쥐똥나무도 꽃이 꽤 크네요. 서울에선 정말 쥐똥만한데 말이죠.

흔히 땅찔레라고 부르는 돌가시나무. 아닌 게 아니라 찔레꽃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만덕산에서 내려와 강진이 자랑하는 다산초당으로 이동했습니다. 강진 와서 여기 안가보면 말짱 꽝이랍니다.

다산초당도 만덕산 자락에 있습니다. 옥련사 반대편이죠. 18번 국도 타고 산을 빙 돌아서 이곳까지 왔습니다.

괭이밥. 키가 크고 우뚝 솟아 있으면 선괭이밥, 꽃대가 짧고 잎사귀가 넝쿨성으로 바닥으로 퍼지는 모양이면 괭이밥.

돌나물도 다산초당 주변 마을 돌담 밑에 한껏 피어 있군요.

만성 운동부족에 시달리는 강아지는 다산초당까지 오르는 짧은 된비알도 힘들어 죽겠답니다.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스스로 묻고 있는 표정. 얘야, 너는 정대만이 아니란다. 그런 표정 짓지 마렴...

다산초당. 그냥 옛날 초가집입니다. 특별히 볼 게 있다기 보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죠. 다산 선생이 강진에서만

17년을 유배생활하면서 지낸 곳이 다산초당입니다. 

흔히 어성초라고 부르는 약모밀. 약모밀이 정식 명칭입니다. 탈모에 효과가 있다곤 하지만 굳이 뜯어다 바를 것까진 없습니다.

냄새가 아주 지독하거든요 ^^;; 줄기나 잎을 꺾으면 생선비린내가 진동합니다. 몸에 바르는 순간 아쿠아맨으로 변신..;;

NC팬인 강아지는 밖에 나갈 땐 항상 NC모자를 쓰고 다닙니다. 테임즈 저지도 비싼 걸로 하나 갖고 있죠 ㅠㅠ

입고 있는 상의는 파타 캐필린 데일리 셔츠 for boys 인데요. 직구로 싸게 샀는데 아주 마음에 듭니다. 땀 잘 마르고 시원해요.

파타답지않게 색깔도 얄딱꾸리하지 않고 이번 신상은 아주 잘 뽑아냈습니다. 어른용도 같은 색상 있으면 하나 사고 싶네요.

석잠풀. 6월부터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합니다.

다산초당을 내려와 마량항 수산시장으로 넘어왔습니다. 점심 먹으려고요. 연휴라 그런지 가뜩이나 작은 수산시장이

도때기 시장입니다. 횟집마다 수족관의 생선보다 사람이 더 많습니다. 간신히 자리 차지하고 농어회 중짜리 하나 시켰습니다.

여름엔 역시 농어죠. 자연산이라(사실 양식을 내놔도 판별할 순 없고) 쫀득하고 차진 맛이 좋습니다. 

지리까지 시켜서 배 잔뜩 채우고 다시 가우도로 이동합니다. 여기 트레킹 코스가 짧게 조성되어 있어서요.

썰물 때라 갯벌이 훤히 드러났습니다. 지역 주민들이 뭔가를 바구니에 주워담고 있네요. 정면에 만덕산이 보입니다.

가우도를 한 바퀴 뱅그르르 돌아보는 트레킹 코스. 한 2.5km 정도 됩니다. 가볍게 산책삼아 걷기 좋습니다.

어머나 까치수염이 벌써 피기 시작했네요. 제가 작년에 덕유산 후기에도 남겼지만 정명은 까치수"영"이 아니라 

까치수"염"입니다. 누가 저보고 푼짬이라고 하면 어색하듯 꽃도 고유한 제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의미가 있습니다.

보라인듯 파랑인듯 오묘한 색깔이 매력적인 산수국. 

만덕산, 다산초당에 이어 가우도에서도 열심히 걷고 있는 강아지.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피로감이 아빠의 맘을 짠하게 합니다.

그래. 이제 공부를 하자! 운동은 안될거야 아마 ㅠㅠ

가우도 내에 몇 몇 민가가 있습니다. 벽돌 사이로 비죽 고개 내민 고양이처럼 영산홍이 피었습니다. 신기하군요.

저 멀리 주작산, 덕룡산이 보입니다. 도상거리 12km라는 텍스트만 보고 덤볐다간 개고생하기 딱 좋은 함정 같은 산입니다.

인스타그램용 감성샷이라 이름붙여 봤습니다만, 그냥 빨래집게 색깔이 예뻐서 메모리 소진용으로;;

개망초. 강아지는 이걸 "계란꽃"이라고 부르더군요. 뭐 틀린 말은 아닙니다. 꽃모양이 그러니까요.

저도 이번에 알게 됐는데 망초와 개망초가 서로 다른 꽃이더군요. 망초는 7~8월에 피고 지금 피어있는 꽃은

거의 대부분 개망초입니다. 꽃의 크기도 다르고 잎의 모양이 다릅니다. 이 흔한 잡초도 각자의 이름이 있다는 게

때로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송엽국. 가우도 여기저기 잔뜩 피어있습니다. 원예종이니 가우도 주민들이 애써 심어놓은 듯합니다.

가우도엔 출렁다리가 2개 있습니다. 지금 보이는 다리를 건너면 강진 도암면쪽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왼편에 해남 두륜산도 아스라히 보입니다.

- 아빠 집에 언제 가? 쿠리 보고 싶은데

- 차 막히는 시간 피해서 가야 되니까 좀 더 있어야 된단다

- 쿠리가 우리 둘 다 없어서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 집에 엄마 있는데 뭐. 엄마랑 놀고 있겠지

반려동물을 키우게 되면 가족들끼리 어디 1박 일정으로 떠나는 게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누가 따로 봐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바깥출입이 잦은 우리 가족은 그래서 더 골치 아프죠. 고양이는 개와 달라서 외로움을 타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거 다 거짓말입니다.

개보다 외로움을 덜 탈 뿐이지 절대로 혼자 있는 걸 즐기거나 집에 사람이 있는걸 귀찮아하지 않아요. 키워보면 압니다.

자, 이제 한 바퀴 빙 돌아 다시 처음에 건너왔던 저두리쪽의 출렁다리로 왔습니다. 이제 슬슬 마무리할 시간이네요.

갯까치수염. 남부 지방의 해안가에 서식하는 꽃입니다. 흰꽃이 아주 예쁘군요.

강진만의 물빛은 일반적인 남해보다 훨씬 탁합니다. 지역적인 특징이 있는건지 뻘이 깊어서 그런건지 모르겠어요.

바닷바람에 원피스 휘날리며 뭔가를 채집하는 여성이 눈에 잡혀서 후다닥 한컷 담아봤습니다.

이제 썰물이 지나고 밀물입니다. 긴 고랑을 타고 물이 점점 들어찹니다. 강진에서 보낸 이틀 간의 여정도 끝낼 시간입니다.

오후 4시에 출발해서 집에 도착하니 밤 11시. 정체를 피해간다고 피해갔는데도 이러네요. 피곤해서 집에 오자마자 까무룩 ㅠㅠ

집에 오니 쿠리가 이틀 만에 보는 집사가 반가웠는지 건포도발로 뛰어나와 반겨줬습니다. 아이구 대견한 녀석 ㅠㅠ

하지만 엄청 기분 좋아보이길래 이때다 싶어서 발톱깎기 시전하다가 손목 물어뜯긴건 함정;; 나쁜 녀석같으니라구!

애물단지 같은 녀석이지만 그래도 밖에 나가 있으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우리집 서열 1위입니다. 

집사 팔목을 갈비 뜯듯 물어도 좋으니 아프지만 마라. 느이 형 장가갈 때까진 함께 해야지. 그때까진 알콩달콩이다 우리.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휴 마무리 잘하시고 좋은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