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짱입니다. 요새는 도통 산다운 산을 못가보고 있습니다. 바쁜 일이 겹친 것도 있고 계속 스케줄이 어긋나는군요.

어차피 이리 된 거, 맘 편히 먹고 샤방샤방 코스로만 돌아다니는 중입니다. 이번 주말에는 오랜만에 가족들 대동하고

광진구 아차산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계획은 아차~용마~망우를 작파하려 했으나 예상했던 것보다 땡볕이 강하고

강아지와 장관 모두 더위에 단련이 안되어 있어 아차산만 달랑 찍고 내려왔습니다.

제게는 턱없이 부족한 운동량이지만 뭐 오늘만 날도 아니고. 다음에 또 가면 되죠....라고 말해도 역시 아쉽다!

아차산에서 내려와 근처 사는 등포선배 불러서 상봉역 먹거리집에서 편육과 머리고기까지 힘차게 흡입했습니다.

너무 배가 불러서 저녁까지 거른 날이 얼마만인지. 세 식구 모두 잘 먹고 잘 놀다 온 하루였네요. 

사진은 모두 1500px로 작업했습니다. 클릭하면 업로드한 원본 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아차산역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1시쯤 됐는데 어쩐 일인지 한참 붐벼야 할 아차산 들머리가 한산합니다.

왜 그런지 산에 올라가 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정말 미친듯이 덥더라고요 ㅠㅠ

늘 가던 코스를 버리고 이번엔 자생식물 관찰로를 지나서 아차산 정상까지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 길로 올라가보는건 처음이었는데요.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놨더군요. 그늘도 충분해서 좋았습니다.

강아지는 식물관찰로에 붙자마자 더워 죽겠다고 징징거리고 장관은 언제 내려가냐고 자꾸 물어봅니다.

이 사람들아, 우리 지금 산에 오르기 시작한지 5분밖에 안 됐어 ㅠㅠ

그래도 장관이 좀 낫네요. 강아지를 얼르고 달래가며 소몰이하듯 끌고 갑니다.

큰까치수염. 꽃모양이 선명하니 아주 예쁘게 피었습니다. 바야흐로 여름이로군요.

요즘 산에 꽃이 별로 없습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털갈이하는 시즌이라 그렇습니다. 7~8월쯤 되야 

볼만한 꽃들이 올라오겠네요.

산에서 애들 달래는데 아이스께끼만한 게 없죠. 메로나 하나 사서 입에 넣어줬더니 금세 또 방긋방긋.

근데 아빠가 아들 사진 좀 찍겠다는데 그렇게 야릴 필욘 없지 않니 ㅠㅠ

- 어? 엄마, 누가 벤치에 모자 놓고 갔어! 어떡하지?

- 모자 뒤집어봐. 메이커야?

- .....얘들아 그거 아빠꺼잖니....ㅠㅠ

작년에 모투스 반팔 하나 사서 조공해드렸더니 여름 내내 그것만 세탁해서 계속 입길래 올해 한 벌 더 사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두 벌로 번갈아 입으시네요;; 이만큼 흡족스러운 여름티는 없었다고 폭풍칭찬받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그럼

한 벌 더 사도 되냐고 물었더니 그건 또 불가하다고 ㅠㅠ

피마팽 사놓고 별로 쓰질 않는데 가끔 가족끼리 어디 갈 때는 장관 화장품 파우치로 요긴하게 쓰입니다.

금계국이 활짝 피었습니다. 똥꼬발랄한 노란색이 예쁘군요. 

너무 더운 탓에 강아지가 체력방전을 호소해 아차산 정상만 찍고 바로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용마산까지만 가도

좋으련만. 제 욕심대로 할 순 없고 아이 체력에 맞춰야 하니 이쯤에서 욕심을 접고 순순히 따르기로 합니다.

9월까지 미세먼지 없다고 하더니 하루종일 뿌옇게 시정이 좋질 않더군요. 엊그제까지 비가 온 게 맞나 싶습니다.

빨리 내려가고 싶어 안달이 난 강아지는 표정부터 뾰루퉁합니다. 그래도 정상 인증샷마저 생략할 순 없으니 대강 폼잡고 한 컷.

아차산 정상에서 내려와 용마산 올라가는 계단 직전에 왼쪽 긴고랑길로 빠지는 길이 있습니다. 그리로 내려왔습니다.

장관 얼굴이 살짝 벌겋게 달아오른걸 보면 덥긴 더웠나 봅니다. 요새 인물컷 찍을 때 일부러 크게 찍는 연습을 하고 있는데요.

이게 생각보다 포커스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물은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다". 비단 운전할 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닙니다.

바위취. 같은 취 종류라도 높은 산에서 만날 수 있는 참바위취와는 꽃의 모양이 사뭇 다릅니다.

긴고랑길로 내려와 마을버스 타고 군자역으로 이동. 다시 지하철 타고 상봉역까지 이동하는 대장정 끝에 

미리 나와서 기다리고 있던 선배를 만났습니다. 강아지는 삼촌만 보면 좋아서 어쩔줄 모릅니다. 아빠보다 더 친해요.

하지만 사진만 보면 오락실 앞에서 일진한테 붙잡혀 삥뜯기러 골목길로 끌려가는 모습 ㅠㅠ 

상봉역에서 깃발 좀 날린다는 먹거리집의 편육. 흔히 제사 때 많이 쓰는 눌린고기인데 먹거리집 편육이 아주 일품입니다.

제대로 눌러서 쫀득쫀득합니다. 누린내도 전혀 없고요. 

터프하게 썰어낸 머리고기는 장관이 특히 좋아하는 메뉴입니다. 막 찜통에서 꺼내 뜨거울 때 먹으면 이거 완전 술도둑입니다.

셋이서 막걸리 한 주전자 시켜서 깔끔하게 비웠습니다.

소화도 시킬 겸 근처 커피숍에서 수다 좀 떨다 갑니다. 밥 먹여놓으니까 강아지는 다시 쌩쌩해졌네요. 

룬닥스 소울 캡은 어느새 또 장관이 차지했습니다. 모자만 샀다 하면 강제조공행이라 이젠 뭐 놀랍지도 않아요;;

제가 두상이 똥상이라 캡 형태의 모자는 잘 안어울리는데 이 모자는 그마나 좀 낫습니다. 가격도 룬닥스치곤 매우 저렴한 편.

바쁜 일 다 끝내놓고 홀가분하게 산행에 나선 장관이 오랜만에 웃었습니다. 더 많이 웃게 해드려야 되는데 되도 않는

개그보다는 매달 통장에 꽂히는 돈을 불리는 게 훨씬 효과적이겠죠.(그래서 나는 안될 거야 아마 ㅠㅠ)

하루종일 세 식구가 밖에 나가있으니 쿠리는 혼자 이것저것 해보다가 그것도 지겨워서 결국 제풀에 지쳐 잠이 들었나 봅니다.

홀로 남겨졌다는 서러움에 눈물깨나 쏟았는지 마른 눈꼽이 덕지덕지 달려있는 채로 잠든 걸 보니 집사 마음이 짠해서 원;;

내일은 하루종일 놀아줘야겠어요. 말만 이렇게 해놓고 또 어디론가 홀라당 내빼겠지...

일요일도 무덥다고 합니다. 다음주나 되어야 비소식이 있다고 하니 그때까진 더위 조심하셔야겠습니다. 즐거운 주말들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