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짱입니다. 일 때문에 자료를 찾다가 옛날 사진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서랍정리하다 찾은 오래 전 메모 같은.

메타정보를 보니 2011년에 찍은 것들이네요. 소니 NEX-5N를 막 사서 신나게 들고 돌아다닐 때로 기억합니다. 

가족들이 모두 휴양림을 좋아해서 한 달에 1~2번은 휴양림에서 고기 구워먹고 오곤 했습니다. 지금은 국립휴양림의 경우

바비큐 시설 자체가 모두 철거되고 개인이 준비해오도록 바뀌었지만, 이때는 아직 드럼통 반으로 자른 화로가 준비되어

있었죠. 금요일 연차 내고 아이 하교 시간에 맞춰 여유있게 출발해서 저녁 거하게 먹고 토요일 오전에 일찍 오는

일정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나들이 차량으로 꽉 막힌 반대편 차선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집에 돌아오는 시간들이 좋았죠.

양평에 있는 산음휴양림은 서울경기 지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곳입니다.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랍니다. 

운이 좋아 몇 번 묵어봤죠. 운악산, 유명산, 중미산도 모두 가봤지만 산음이 그래도 제일 좋은 편입니다. 언제 한번

시간되면 가족들과 좋은 시간 보내셔도 좋겠습니다. 하도 오래전 사진이라 원본은 온데간데 없고 900px로 잘라놓은

편집본만 남아있네요. 아쉽지만 클릭 안 해도 되는 편리함은 있군요 ^^;;

늦은 점심으로 옥천냉면에 들러 한끼 해결했었나 봅니다. 옥천냉면이 여러 곳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서울~양평을 잇는 경강로 대로변에

있는 집입니다. 양평에서 군복무를 했었는데요. 휴가 나오면 고참들이 으레 옥천냉면을 먹고 가곤 했더랬죠. 그땐 사실 무슨 맛인지

잘 몰랐는데 가끔 한 번씩 생각나는 음식입니다. 특히 고기완자랑 같이 곁들여 먹으면 꽤 맛있습니다. 

메밀면인데 메밀함량은 그리 높아보이지 않습니다. 전분 특유의 쫄깃함이 있어요. 대신 육수가 아주 시원하죠.

강아지가 1학년 때입니다. 표정을 보니 아직 애기티를 못벗은 게 역력합니다.

산음휴양림 입구. 양평에서도 꽤 깊이 들어와야 합니다. 중미산이나 유명산휴양림보다 조금 더 멀죠.

며칠 동안 비가 내린 후였는지 계곡에 수량이 아주 풍부합니다.

다람쥐실에 묵었었나 봅니다. 5인용쯤 되는 객실인데 방 하나, 거실 하나로 기억합니다. 저녁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웨버 침니스타터와 히트비드 브리켓이 밖에 나와있군요. 제가 써본 브리켓 중에선 히트비드가 제일 좋았습니다. 

산음이 꽤 규모가 큰 휴양림에 속합니다. 넓기도 넓고 시설도 잘 되어 있어요. 인기가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8월 말이라 여름은 여름인데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거라 물이 아주 차갑습니다. 

수질도 아주 맑아서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투명하군요. 

애들은 그저 물놀이가 최고죠. 물이 차갑거나 말거나 감기 따위 들거나 말거나 신나게 빠져 놉니다.

그렇게 젖은 몸을 하고 숙소까지 부리나케 뛰어갑니다. 배가 고프니까요. 금세 지치고 금세 또 회복하는 나이죠.

산음휴양림 내에 산책 겸 트레킹 코스가 잘 꾸며져 있습니다. 여기만 돌고 나와도 치유받는 느낌이 들죠. 이런 류의 트레킹 코스는

강원도 청태산휴양림이 제일 좋았습니다. 멀지만 가장 자주 갔던 곳이기도 하고요.

바로 고기를 구워먹는 줄 알았으나 삼촌 올 때까지 기다려야 된다는 말에 낙심한 강아지.

지금 와서 보니 이건 무슨 <곡성>의 포스터 같이 찍어놨네요. 애가 배고프다는데 뭣이 중헌지도 모르고.

데크길 따라 휘휘 돌고 나면 피톤치드를 양껏 들이마시게 됩니다. 박하사탕을 급하게 깨물어 먹은 듯 가슴 속에 화한 느낌이 좋아요.

배고픔에 지쳐 웃을 기운도 없는 강아지. 이걸 또 달래주는건 역시 장관의 몫입니다.

계곡에 가재가 있나 들여다 봤지만 저렇게 물살이 쎈 곳에 있을 리가 없죠 ^^;; 어릴 때 꼬챙이에 돼지비계 달아서 

담궈놓으면 돌 속에 숨어있던 가재들이 쫄래쫄래 기어나오곤 했는데요. 크고 나서는 가재 보기가 참  힘들어졌네요.

드디어 바비큐 시작. 두툼하게 잘라서 갖고 온 목살을 올려놓고 노릇노릇 구워줍니다. 

코베아 바비큐 그릴은 한 10년은 넘게 쓸 것 같습니다. 하여튼 제품 튼튼한걸로는 코베아가 갑이지 않을까 싶은.

히트비드 브리켓은 화력도 쎄고 유지력도 좋아 고기 다 구워먹고 난 잔불에 오징어 올려놓기도 좋습니다.

고기 구워준다니까 냉큼 달려온 삼촌과 이야기 삼매경에 빠진 강아지. 

한참 고기 구워먹는데 뭔가 예리한 눈빛이 느껴져서 뒤돌다보니 귀요미가 한 마리가 식빵을 굽고 있네요.

마침 참치캔 하나 갖고 온 게 있어서 그거 한통 따서 줬더니 신나게 먹고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아마 무지개다리를 건넜겠죠.

다음날 해장 겸 해서 찾은 신내서울해장국. 양평해장국 스타일로 내놓는 집에선 거의 원조격으로 꼽힙니다.

양평해장국 좋아해서 맛있다는 집은 어지간하면 다 찾아가 봤는데요. 제 입에 가장 잘 달라붙는 양평해장국 전문점은

이 집하고 화곡전화국 앞에 있는 양평신내서울해장국, 신림동 당곡사거리에 있는 양평해장국이 제일 좋았습니다. 

많이들 찾는 신사동 유명국양평해장국은 제 입엔 좀 기름지더군요. 차라리 길 건너편 강남따로국밥이 개운한 맛이 있어요.

간판 보고 있자니 떠오르는 옛 추억 하나. 군대 있을 때 모시던 선임하사가 엄청난 술꾼이었습니다. 게다가 미식가였죠.

술 좋아하고 먹는거 좋아하니 거의 매일이다시피 해장을 했는데요. 저랑 같이 오산, 평택 등지로 출장갈 때마다 꼭 이 집에

들러서 해장을 하곤 했습니다. 60트럭 운전하는 수송반 선임하사와 함께 둘이 들어가서 해장국 먹는 동안 저는 차 안에서

꺼벙하게 앉아 있어야 했죠. 너도 같이 먹겠냐고 한 번을 안 물어보더라고요. 

땀 뻘뻘 흘리며 국물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먹고 나온 얼굴로 저를 보고 히죽 웃을 때마다 얼마나 허기가 지던지요.

제대만 해봐라. 내가 저거 열그릇도 먹어주리라 다짐했던 날들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그런가, 양평해장국을 먹을 때마다

뭔가 사무치는 묘한 맛이 있어요. 아무리 배가 불러도 끝끝내 바닥을 보고야 마는.

내포가 무진장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거 한 그릇이면 저녁까지 배부를 것 같은 포만감에 휩싸입니다.

해장은 말할 것도 없고요. 다만 아이들이 먹기엔 좀 부담스럽다는 게 흠. 

어쩐 일인지 마른 하늘에 무지개가 떴던 날. 맛있게 먹고 즐겁게 놀다 온 하루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요샌 휴양림을 못가고 있네요.

여름엔 날벌레 때문에 잘 안 가게 되기도 하고요. 이른 봄, 초가을에 가야 제일 좋거든요. 하지만 꽁꽁 언 한겨울에 애면글면 불 피워서

허연 입금 내뿜으며 고기 구워먹는 재미도 아주 쏠쏠합니다. 빈한한 숲에 작은 온기가 퍼지는 그 시간을 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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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일해야 되는데 왜이렇게 하기가 싫을까요;; 이번주도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미친듯이 써제끼게 되겠군요. 현실에 등돌리고 돌아누워 

추억을 주전부림하는 시간이 늘수록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라는데. 내일부턴 만사 제치고 열일해야겠다고 다짐(만) 해봅니다.

새로운 하루 또 힘차게 시작하기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