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에 힘 빼고 그대와 함께, 사부작 사부작 걷기 좋은 숲. 광명누리길.
푼짱입니다. 광명누리길을 다녀왔습니다. 구름산에서 가학산까지 이어진 둘레길인데요. 마침 의뢰받은 일이 있어 겸사겸사 찾았습니다.
광명누리길은 2015년 8월 개통한 길입니다. 구름산과 가학산을 잇는 11.3km의 순환형 둘레길입니다. "함께 걸으면 더 행복한"이란
슬로건에서 미루어 짐작하듯이 쉽고 편안한 코스가 계속 이어집니다. 길 중간에 광명동굴(가학동굴)을 경유하도록 조성되었기 때문에
요즘같은 한여름에 가면 시원한 동굴바람도 쐴 수 있죠. 얼마전 피엔포드님이 광명동굴 다녀오신 후기를 올리시기도 했었습니다.
구름산과 가학산은 여러 번 가봤지만 등산로를 버리고 누리길로만 순환해본 것은 저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총 5시간 30분이 걸렸는데요.
거리대비 시간이 많이 소요된 이유는 광명동굴에서 보낸 1시간까지 포함했기 때문입니다. 30분만 후딱 보고 나온다는 게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볼거리가 푸짐하더라고요. 덕분에 엉덩이가 무거워져서 한참을 동굴 안에서 보내다가 부랴부랴 나머지 코스를 돌았습니다.
동굴구경하는데 걸린 1시간을 제외하면 실제로 빠른 걸음으로 돌아볼 경우 4시간~4시간 30분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산행거리 11.3km, 산행시간 5시간 30분(휴식, 동굴탐방 포함)
사진은 모두 1500px로 작업했습니다. 클릭하면 업로드한 원본 사이즈로 보실 수 있습니다.
들머리는 광명보건소입니다. 다행히 집에서 광명보건소 근처까지 가는 버스노선이 있습니다. 덕분에 편하게 도착했네요.
주말에는 광명보건소 내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올라갈 수 있습니다. 구름산이 광명시민들에게 인기가 많아 주차하긴 용이치 않습니다만.
편안한 숲길입니다. 넓어졌다 좁아졌다의 차이만 있을 뿐 난이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순한 편입니다.
광명누리길은 조성된지 아직 1년이 채 안 됐기 때문에 이정표 따위의 부착물의 상태가 양호합니다.
길 잃을 염려는 없습니다.
금당이광장 이정표 앞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1코스, 오른쪽으로 진행하면 2코스입니다. 추천코스는 2코스~1코스 순입니다.
1코스의 경우 길이 좁고 중간에 주택가를 지나도록 되어 있어 2코스보다 재미는 떨어집니다.
구름산을 찾는 등산객부터 가족 단위 트레커까지 광명누리길을 찾는 이들은 다양합니다.
1년 중 겨울을 빼면 가장 꽃이 빈한한 시기입니다. 꽃이 사라진 자리를 양치류와 버섯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마귀광대버섯이 곳곳에 피어있습니다. 독버섯이니까 행여 따다 드실 생각일랑 고이 접어 배낭 안에 넣어둬야 합니다.
닭의장풀도 드문드문 보입니다. 이상하네요. 한창 피어있을 때인데.
파리풀. 아주 작은 여름꽃입니다.
여차저차 가리대광장까지 왔네요. 주말엔 아이스께끼 노점상도 곧잘 보이곤 합니다.
가리대광장에서 다시 구름산 정상으로 바로 가는 길과 우회길이 있습니다. 누리길도 우회로를 타고 갑니다.
금계국. 어여쁘군요.
진달래약수터쪽으로 가면 구름산 정상을 거쳐 가학산으로 갈 수 있고, 아니면 구름산 정상을 에둘러서 가학산 방면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리길은 정상이 목표가 아니니 과감히 버리고 세미약수터 방면으로 갑니다.
나무 밑둥 이끼 사이에 좁쌀만한 크기의 노랑이끼버섯이 올라와 있습니다.
평일 한낮의 등산로는 어머니들의 수다방입니다. 해가 들지 않는 숲길을 걸으며 한시도 쉬지 않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습니다.
광명누리길은 숲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코스라 해가 내리쬐는 구간이 거의 없습니다. 한여름에도 더위에 시달리지 않죠.
대신 좀 습한 편입니다. 어차피 여름산행은 둘 중 하나잖아요. 덥거나 혹은 습하거나.
등산로는 검은색 이정표, 누리길은 갈색 이정표로 구분을 해놨습니다. 광명시청의 쎈쓰!
세미약수터까지 왔습니다. 구름산에서 음용 적합 판정받은 약수터는 처음 보네요. 한 사발 마셔줘야죠.
이제 등로를 버리고 본격적인 누리길 코스로 접어듭니다. 확실히 길이 좁아졌습니다.
신록이 우거졌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죠. 타는 듯한 여름해도 숲의 싱싱함 앞에선 맥을 못춥니다.
이제 광명동굴까지 1km 남았습니다.
광명동굴 주변에 조성된 체험놀이터로 야외학습 온 아이들. 왜 늬들만 남자끼리 손을 잡고 가는 거니..아저씨 맘이 마이 아파...;;
광명동굴 입구입니다. 평일 오후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저도 강아지 일찍 하교하는 날 한번 데리고 와야겠어요.
입구에만 서있어도 시원한 바람에 피부가 놀라서 바싹 긴장합니다. 온도차 민감한 분들은 얇은 바람막이 갖고 가는 게 좋습니다.
광명동굴 내부입니다. 동굴 관람료는 성인 4,000원입니다. 어라 좀 비싸네 할 수 있지만 돈값 충분히 합니다.
단양, 태백, 제주 등등 취재 목적으로 여러 지역의 동굴 가봤는데요. 광명동굴도 여느 동굴 못지 않아요. 잘 꾸며놨습니다.
인공적으로 조성해놓은 분수지만 그나마 쓰잘데기 없는 뽕짝 리듬에 맞춰 흐느적 거리지 않아 얼마나 반갑던지.
귀신의 집 내부를 보여주는 TV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입장객들이 귀신 보고 놀라는 모습에 웃는 사람들.
아, 귀신의 집은 유료일 겁니다. 따로 돈 내야 되요.
광명동굴은 원래 광산이었습니다. 예전에 광물 채취 시절의 모습을 재현해놓은 조형물입니다.
새우젓 창고와 함께 와인 저장고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시음도 할 수 있고 구입도 가능합니다.
레드건 화이트건 드라이한 와인 좋아하는 제 입맛엔 별로.
광명동굴 나와서 5분 정도 고민했습니다. 이대로 내려가서 그냥 집에 가느냐. 아니면 끝까지 돌아보느냐.
동굴까지 편도만 다녀온 걸로도 일감 쳐내는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지난번 설악산에서도 중탈했는데 이깟(!) 누리길마저 중탈하면
점점 요령만 부릴 것 같아 강행하기로 했습니다. 광명보건소까지 5.8km. 금방 가겠죠 뭐.
범부채. 광명동굴 주변에 한가득 피어있습니다.
좀개미취. 8월부터 피는 꽃인데 어쩐 일인지 일찍 꽃대가 올라와 있습니다.
데크길을 따라 내려가면 소하동쪽으로 내려갑니다. 광명보건소로 계속 진행하려면 숲길로 다시 들어가야 합니다.
멀리 삼성산, 관악산 자락이 보입니다.
동자꽃이 피었군요. 색깔 참 곱습니다.
광명동굴에서 광명보건소쪽으로 진행하는 1코스 중간에 주택가를 통과합니다.
만약 도저히 광명보건소까지 힘들다 싶으면 도고내 고개에서 내려오자마자 주택가에서 우측으로 꺾으면
버스정류장까지 연결됩니다.
주택가를 관통하면 다시 숲길이 나옵니다. 여기서부터 광명보건소까지 3.45km로군요.
광명보건소로 가다가 만난 귀요미. 시츄가 머리가 나빠서 그렇지 산책견으론 이만한 녀석이 없죠.
주인이 옆에 있어도 지 좋아하는 사람한테 꼬리치며 장난치기 바쁩니다.
꽃댕강나무. 주로 정원수로 많이 심습니다.
이정표가 잊을만 하면 나타나니 이것만 보고 다니면 됩니다.
등골나물. 우리꽃입니다. 비슷하게 생긴 서양등골나물은 귀화종이죠. 서양등골나물은 생태계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대표적인 유해식물입니다.
광명누리길 1코스는 대부분 좁은 산길입니다. 등산객과 왁자지껄 어우러져 걷는 2코스와 달리 1코스는 한적한 편입니다.
인기척이 뜨문뜨문한 길을 혼자 걷기 꺼려지신다면 2코스만 다녀오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원추리 한 송이가 외롭게 올라와 있군요. 올여름에도 덕유산에 원추리 보러 가야 되는데. 삿갓재에서 고기도 구워먹어야 되는데.
이번 주말 지나서 한 번 플랜 짜봐야겠습니다. 근데 어딜 가려고만 하면 비가 와서;;
자, 이제 900m! 광명동굴부터 여기까지 한 번도 안 쉬고 내처 달렸습니다. 고지가 눈앞입니다.
누리길 시작할 때 만났던 금당이광장 이정표까지 다시 왔습니다. 애면글면 완주 성공.
광명보건소까지 내려와 버스 타러 가는 길. 하늘이 예술입니다. 고도를 낮추고 있는 비행기를 보니 어디 먼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도 드네요.
.
.
.
광명누리길 다녀와 본 소감으로는 특별히 완주에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면 2코스 편도만 진행하고 광명동굴 보고 나서 소하동으로 내려오는 게
제일 낫지 않나 생각됩니다. 물론 1코스도 고즈넉한 길이 계속 이어지고 1~2코스를 완주해도 4시간 30분 정도밖에 안 걸리니 욕심내서 달려도
괜찮은데요. 구름산 정상, 가학산 정상을 들르지 않는다면 조망이 트이는 구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조금 심심할 수 있습니다.
어느 코스를 선택하든 광명동굴은 꼭 가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생각 외로 잘 꾸며놨고 볼거리도 많습니다. 이 삼복더위에 연중 12~15도를 유지하는
시원한 곳에서 피서를 즐기는 것도 꽤 근사한 여흥입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니 이것만 피하시고요. 9월 4일까지 프랑스 라스코 동굴벽화전이
열리는데요. 이 기간동안은 월요일도 휴관없이 운영한다고 합니다. 잘 됐네요. 주말은 사람이 터무니없이 많이 몰리니까 가시려거든 아침 일찍
혹은 오후 늦게 출발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등록안내
동굴도 시원해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