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최근 가상자산시장과 주식시장의 연결성이 크게 확대돼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가상자산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가상자산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아직은 가상자산이 국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평가하나, 거래 규모와 사용자 수의 증가 속도 등으로 판단할 때 가상자산의 영향력이 지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선임연구위원이 인용한 연구에 따르면, 가상자산시장과 미국 주식시장 사이의 변동성·수익률 파급 효과는 팬데믹 이전 2% 미만으로 미미했던 반면, 팬데믹 이후 6~17%로 큰 폭 증가했다.

비트코인에서 S&P500 지수로의 변동성 파급효과는 1.0%에서 17.0%로 급증했으며, 주식시장에서 비트코인 시장으로의 파급효과 역시 1.8%에서 15.0%로 크게 확대됐다.
같은 기간 수익률 파급효과도 각각 10%포인트, 11.8%포인트 증가했다.

또 가상자산시장과 주식시장 사이의 파급효과는 팬데믹 발생처럼 시장 변동성이 큰 시기에 더욱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가상자산에 대한 금융기관의 직·간접적 익스포저가 증가하면 금융기관 손익 변동성이 커지고 자산 건전성 저하, 평판 손실 위험 등을 통해 금융시스템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투자 손실은 소비 둔화 및 실물경제 위축을 낳아 금융안정을 위협할 수도 있다.

아울러 가상자산의 높은 가격 변동성과 기술 및 운영 관련 리스크는 금융시스템의 신뢰를 훼손하고 연계된 은행의 대규모 예금 인출과 주식·채권·외환 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스테이블 코인은 다른 가상자산과 달리 준비자산을 통해 금융시스템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대규모 상환을 위한 준비자산 강제청산 등이 발생할 경우 금융시스템 리스크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가상자산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의 직접 보유와 매입은 금지돼 있어 금융기관의 직·간접적 익스포저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가상자산 사업에 대한 지분투자와 합작법인 설립이 늘어나면서 국내 금융기관의 익스포저가 확대될 수 있다"면서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관련 익스포저 확대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점검하고 가상자산 관련 위험가중치를 높게 적용하는 등 적절한 규제를 통해 금융회사 건전성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가상자산 이용자 수는 2019년 94만명, 2020년 121만명, 지난해 558만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