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를 살짝만 돌아봐도 <라이어>에 대한 정보는 쏟아집니다. 

그래도 아주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1932년생 영국 극작가(이자 배우인) 레이 쿠니의 희곡을 상연한 작품입니다. 

우리나라에선 1998년에 초연한 이래 지금까지 20년째 롱런하고 있습니다. 안내상, 우현, 원기준, 이종혁, 오대환, 홍석천, 이문식, 안세하, 오정식 등이 이 연극을 통해 인지도를 쌓으면서 방송이나 영화로까지 진출했다고 하니 명배우의 등용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이 연극이 이렇게 오랜 시간 꾸준히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이유는 첫째, 재미나기 때문입니다. 

웃다가 기절할 수 있다는 경고가 허튼 소리가 아닐 정도입니다. 게다가 웃음의 코드가 허황되지 않습니다. 

황당한 상황이 이어지지만, 캐릭터가 왜 그런 선택과 거짓말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20년 전의 관객과 20년 후의 관객이 계속 폭소를 터뜨릴 수 있는 거겠죠. 

사실성을 갖춘 인물과 기발하면서 탄탄한 스토리, 배우의 연기력(저는 스탠리와 메리의 연기에 특히 박수를 칩니다!), 

연극이란 장르의 특성을 십분 활용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나의 무대를 두 사건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연극적 약속도 흥미를 배가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아무튼 너무 재미납니다.

제 마눌님은 뮤지컬이나 연극을 안 좋아합니다. 좀 더 싫어하는 건 뮤지컬입니다. 

아주 인기 있고 롱런하는 뮤지컬도 대부분 내용은 빈약합니다. 보통 화려한 의상과 무대, 배우, 음악에 기대기 때문에 내러티브가 약한 뮤지컬을 저나 마눌님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마눌님은 연극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밑도 끝도 없이 죽느냐, 사느냐 고민에 빠져서 동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벗어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유진 오닐이나 테네시 윌리엄스, 아서 밀러, 손튼 와일더 등 대가들의 연극이 좀 우중충한 건 사실이죠. 

현대극은 난해하기 때문에 미리 공부해두지 않으면 극을 쫓아가기 어렵습니다. 브레히트나 새뮤얼 베켓 등의 작품이 그런 경우겠죠. 

그래서 마눌님은 별로 내켜하지 않으면서 저를 따라왔습니다. 그런데 <라이어>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마눌님께서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영화보다 훨씬 쉽고 재미납니다. 그리고 위에 이야기한 것처럼 인물 개개인의 속내에 충분히 공감 가능합니다. 

화장실 유머로 범벅되면 당장은 웃지만 뒤가 개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라이어>는 공연을 보면서도 즐겁지만, 공연 후 귀갓길도 가뿐합니다. 

웃음으로 늦여름의 습기와 불쾌지수를 한방에 날릴 수 있었습니다.

마눌님과 즐거운 공연 감상의 기회를 준 뽐뿌에 감사하며, 좋은 작품을 열심히 공연해준 배우 및 스태프들에게도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강추입니다.

추신으로, 자리도 엄청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