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 반포한지 567. 훈민정음은 ‘정음’, ‘언문’, ‘암클’ 등으로 불리다가 1910년 무렵 주시경에 의해 ‘한글’로 다시 태어납니다. 이때부터 주시경과 많은 국어학자들의 각고의 노력 끝에 현재 우리가 쓰는 말과 글, 국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훈민정음을 반포한지 480돌이 되던 1926년 조선어학회의 전신인 조선어연구회에서 ‘가갸날’을 만들어 기념하기 시작해 오늘날의 ‘한글날’이 되었습니다. 한글날은 1970년부터 법정 공휴일이었다가 공휴일이 너무 많다는 경제계의 주장에 따라 1990년을 마지막으로 공휴일에서 제외됐으나 한글학회 등 한글관련 단체의 노력으로 올해 2013년부터 법정공휴일로 재지정되었습니다. 23년만의 일입니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만드셨고 주시경 선생은 훈민정음을 지금의 한글로 자리매김한 한글의 스승입니다. 지금 쓰는 우리 말글은 주시경에 의해 다시 태어났고, 주시경의 제자들이 주축이었던 조선어학회의 노력으로 그 틀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대한제국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1910년부터 1957년까지 그들은 47년 동안 피땀흘리며 말모이, 곧 조선어큰사전 편찬을 추진했고 완성시켰습니다. 그 생생한 현장이 이 책 안에 있습니다. 
이 책은 아울러 지금까지 알려진 조선어학회사건을 새롭게 조명합니다. 한글을 지키고 가꿔내는 것만이 겨레의 얼을 지키는 것이라고 굳게 믿었던 선열들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조선어학회사건이 순수한 학술 연구단체를 일제가 모략하여 조작한 사건이 아니라, 언어 독립투쟁에 대한 일제의 탄압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주시경과 제자들, 아울러 안재홍, 이윤재 등 조선어학회의 많은 회원들이 당시 독립투쟁의 중심이었던 대종교에서 활동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한국사 교과서 논란이 시끄럽습니다. 1922년 2차 조선교육령에서 조선어를 정규과목으로 편성한 것을 두고 논란이 된 한국사 교과서는 ‘한국인에게 한국어 필수화’라고 기술했습니다. 그러나 <한글만세,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에서는 정규과목 편성은 반발을 무마하려는 편법일 뿐, 교습 시간도 줄었고 상급학교 시험과목에서도 제외됐으므로 ‘빛 좋은 개살구’라고 일축합니다. 조선어학회사건은 우리 근대사, 특히 문화사에서 아주 중요한 내용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조선어학회사건을 다룬 대중 교양서가 없어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한글학회 김종택 회장은 이 책의 추천사에서 “우리 말글 연구를 통한 민족 투쟁은 가장 성공적이고 빛나는 독립투쟁”이라고 주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