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후기를 위해 준비단계부터 사진으로 남기고 중간 중간 남기려고 원대한 계획을 세웠는 데,

집밖에 나오니 다 귀찮아서 충실히 사진을 못남겼습니다. (DSLR이랑 삼각대도 들고 갈까 했었는 데, 안들고 가길 잘했네요 -_-)

1. 패킹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첫줄: NH 에어필로우, 레인커버, 장갑(쩌 죽겠는 데 괜히 챙겼....), 크레모아 미니, 블다 뉴스팟, 잡주머니, 팩주머니, 고릴라 테이프, 구급낭, 침낭, 고 위에 써머라이트 지라이트 솔

둘째줄: HMG Southwest 3400 백팩, HMG flat tarp, 해네시 해먹

셋째줄: 모스키토 밀크, 소세지 5개, ABC 초콜렛, 생수 500ml x 2개, 티탄 600 머그, 날진 칸틴 물통 (물 1리터)

넷째줄: 써모스 보냉백(얼음물, 빵, 맥주 2개, 코코넛쥬스 1개, 양념치킨), 블다 비비, 체어제로, 울트라테이블 테트라

마지막줄: 보조배터리, 수건, 양말 및 티셔츠

요렇게 패킹을 할라고 했다가... 고민 끝에 체어제로, 울트라테이블, 비비색은 제외했습니다.

패킹 후 무게... 13Kg 나오네요. 액체류(물, 맥주, 코코넛쥬스)가 4리터 정도 차지하는 데, 너무 많아서 뺄까 하다가,

갈증나 죽겠는데 물 떨어지는 상상을 하니 끔찍해서 일단 들고 가 봅니다. (결과적으로는... 물 1리터 정도는 빼도 될 걸 그랬어요)

목적지는 파주 파평산입니다. 정상 팔각정까지 가서 양념치킨에 맥주 마시고, 해먹에서 하룻밤 잔 후 아침 일출 보고 하산하는 게 목표입니다.

파평체육공원에 주차하고(차가 한 대도 없네요), 산행지도를 대충 슥 보는 둥 마는 둥.... 2코스가 쉬워 보이니 2코스로 가야 겠다 맘 먹고 출발합니다.

좀 올라가다보니 1코스, 2코스의 분기점인 듯 보이는 데, 이정표를 보고 능선방향을 찾는 데 길이 안보이네요. 그냥 1코스로 올랐습니다.

가뜩이나 땀 나고 힘든 데 초입부터 초파리 같은 녀석들이 얼굴 주위를 맴도네요. 손으로 쫓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다 죽이고 올라가겠다, 맘 먹고 잡아 봅니다. 박수만 열라치고... 2마리 정도 잡았는 데 더는 안잡히네요.

(잡은 2마리에서 얼핏 빨간 피자국이 보이는 데, 이게 파리피인지 파리가 빨아먹은 동물 피인지... 어휴)

계속 박수를 치니 어디론가 사라져서 다 쫓았나 보다 싶어서 재정비하고 오르는 데, 귀신 같이 또 들러 붙습니다.

양쪽 귀에서 모기 소리처럼 엥엥 거리는 게 여간 성가신 게 아니네요.

초파리 바로 위의 먹이사슬 동물을 양식해다가 산에다 풀어버리거나, 토치로 죄다 지져 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몇 번을 멈춰서 박수쳐서 잡다 산 오르다 잡다, 그러다가 반쯤 포기하고 수건으로 귀를 가리고 올라갑니다.

이렇게 했더니 엥엥거리지 않아서 살 것 같네요. (얼마전 여기 올라왔던 방충망 모자가 계속 뇌리에 머물렀습니다.)

이러다간 온 몸의 수분이 말라붙어 죽을것만 같은 순간에 요런 벤치가 나오네요. 500ml짜리 물 한 통 비우니 살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오르면, 블로그에서 많이 보이던 박지가 하나 나오네요. 정상보다는 여기가 전망이 더 좋다던 데, 정상 가보니 왜 그런지 알겠습니다.

정상은 저 멀리는 잘 보이는 데, 아래쪽은 능선이 튀어나와 있어서 안보이네요. 

박지에서 내려다 보이는 전망입니다. 산 능선 밑에 파란색 지붕 건물들 있는 곳이 주차한 위치네요.

텐트가 아니라 해먹을 챙겨온 터라, 요기는 스킵하고 정상으로 향합니다.

정상까지 워프해서 아이스박스에 챙겨온 코코넛 쥬스 원샷합니다.  

모공 하나까지 갈증을 느끼는 타이밍에 시원한 코코넛 쥬스 한 잔, 진짜 꿀맛이네요. 맥주보다 더 맛있습니다.

코코넛 쥬스 원샷 후, 맥주와 양념치킨 냠냠합니다. 티탄 머그는 오늘 처음 개시했는데, 기분 탓인지 캔에 먹을 때 보다 훨씬 맛있네요.

5시 넘은 때라 등산객은 더 안올라오실 듯 하여, 팔각정에 해먹 설치 후 40분 정도 설잠 잤습니다.

구입했을 때 테스트로 피칭하고 잠깐 누워본 이후로 처음 사용한 것인데,

대각선으로 누우면 허리는 별로 아프지 않습니다만, 다리 펴기가 좀 불편하고 답답한 느낌이네요.

그리고 바닥 보온을 하지 않으면 춥다던데, 한여름인데도 진짜 춥습니다 -_-

일어나서 맥주 한 캔 더 마시고, 구름 낀 하늘을 좀 감상해주다가...

까마귀 소리와 각종 벌레 소리를 들으면서.... 아침까지 아직 12시간은 더 남았는 데, 지금 바로 잘 거도 아니고 뭐하지...

해먹이 불편할 거로는 예상했는 데, 생각보다 더 불편하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노을 넘어가는 거 보고 자리 정리하고 하산하기로 합니다.

음... 트레킹 자체는 즐거운데 (사실 등산은 그닥 즐기진 않아요... 그냥 둘레길 같은 트레킹할 곳 있으면 그런데 가고 싶은...)

아무도 없는 곳에 설영하고 하룻밤 보내려니, 할 게 너무 없네요. 

(여유시간 없이 트레킹 열라 하다가 간식 살짝 챙겨 먹고 바로 쓰러져 잠들고 일어나는.... 그런 코스가 저에겐 맞을 거 같습니다.

 아니면 아예 캠핑장에서 캠핑을 하든가 ㅠ_ㅠ)

내려갈 때는 2코스로 보이는 듯한 길로 내려갔는 데, 길인지 계곡인지 뭔가 계속 헷갈리게 길이 있어서

해도 저물고, 무서워, 무서워 하면서 한 시간에 걸쳐 내려와서 인간 세상으로 복귀했습니다.

또 미수에 그치고 만 요번 백패킹을 통해 몇 가지 얻은 교훈은 (교훈이라기보단 제 취향에 대해 더 알게 된 점은)

1. 해먹 백패킹은 나에겐 무리다 (앞으로도 쭉 무리일 거 같은 데, 장비 처분을 해야 할지... 둘지 고민이네요).

   아늑한 느낌이 없어서 뭔가 불편.... 공격형 산행하시는 분들에게는 맞을 수도.

2. 해먹의 이점은 바닥 상관없이 나무만 두 개 있으면 박지가 된다는 점인데.... 간과한 것이 하나 있다.

   풍광이 열려 있는 개활지에는 보통 해먹 걸만한 나무가 잘 없고, 숲 안에나 나무가 있는 데, 숲은 사방이 막혀 있어

   뭔가 튀어 나올 거 같고 무섭다. 벌레도 더 많은 거 같고... 결과적으로, 불편함을 어느 정도 적응한다고 하더라도,

   설영장소가 마땅치 않을 거 같다. (오히려 텐트보다도 더 제약되는 느낌)

   잣나무 숲 같은 데는 괜찮을거 같기도 한데...

3. 무릎이 시큰 거리는 게 무릎 보호대를 좀 사야 할 거 같은 데 너무 비쌈.

가급적 짧게 써볼라고 하는 데 항상 장황하네요.

마무리는 항상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