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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제 국토종주 마지막 4일차 후기를 앞두고 있는 푼짱입니다.
3일동안 총 349.5km를 달렸고 남은 하루 동안 93km만 더 달리면 됩니다. 서서히 끝이 보이네요.
중간중간 체력적으로 위기가 찾아오기도 했지만 용케 잘 버텨냈고요. 3일차도 숙소에서 꿀잠 자고
일어나니 몸상태가 많이 호전됐습니다. 3일차에 130km를 넘게 탔더니 무릎이 너덜너덜했거든요;;
4일차도 어김없이 혼자 1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 준비를 서두릅니다. 마지막날이니만큼 짐정리도
싹 다 해놓고 버릴건 버리고 꼭 챙겨갈 거만 새들백에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삼일 동안 밤새 널어둔
빨래가 잘 말랐는데 이번에는 밤새 비가 내린 탓인지 살짝 덜 말랐더군요. 그래도 뭐 상관있나요.
어차피 좀 달리다 보면 땀으로 젖게 될테니.
4. 국토종주 4일차 : 창녕 함안보~양산 물문화관~낙동강 하굿둑
(부제 : 순풍은 왕관을 싣고)
아침은 어제 창녕보 편의점에서 사온 컵죽으로 떼웠습니다. 그리고 전날 미리 예약해둔 봉고차를
이용해 창녕함안보까지 점프했는데요. 만약 남지를 경유해서 달렸다면 4일차도 130km가 넘게
타야 했거든요. 부산 서부터미널에서 서울 경부 가는 마지막 버스가 19시 10분입니다. 이걸 놓치면
일정이 완전히 꼬여버리기 때문에 무리하지 말고 점프해서 안전하게 부산까지 가기로 합니다.
원래는 저희 둘이 가면 캐리어 단 택시를 이용해 5만원을 내야 했는데요. 마침 저희가 펑크수리해드린
아저씨가 한분 계셨는데 같이 국종 달리러 온 아드님과 같이 점프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도
같이 낑겨가기로 하고 4명이 5.5만원에 맞춰서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덕분에 저희도 부담을 덜었네요 ^^
그런데 픽업해주시는 봉고차 기사님이 새벽의 텅빈 도로를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십니다. 스트라바 하시는 걸까요....;;
함안보까지 원래 40~50분 정도 걸리는데 30분밖에 안걸려서 도착해버렸습니다 ㅠㅠ 뭐 길이 안막힌 것도 있겠지만.
아무튼 덕분에 빨리 왔네요 ㅎㅎ
이른 시간이라 기온이 사뭇 쌀쌀합니다. 출발할 때 잠깐 바람막이를 걸치고서 타야 했습니다.
4일차 구간은 인증센터가 총 3군데밖에 안됩니다. 그런데 함안보에서 양산 물문화관까지 거의 60km 정도 됩니다.
중간에 수산리에 들어가지 않으면 삼랑진까지 보급하기도 마땅치 않고요. 준비를 좀 하셔야 됩니다.
함안보에서 출발하기 전에 마지막 전의를 불사르며 인증샷 한방 남깁니다. 3일동안 빡쎄게 페달 굴리느라 살이 조금 빠진 것도 같은...^^
함안보에서 수산대교까지 가는 구간의 아침풍경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만약에 또 국토종주를 하게 된다면 4박5일이나 5박6일로
일정 잡고서 아주 여유있게 다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저 시간 내에 귀경해야 된다는 압박때문에 무연히 지나쳐야 되는 예쁜
풍경이 너무 많았습니다. 여행인지, 극기훈련인지 구분이 모호한.
2일차 때 이화령 내려와서 펑크난 이후로 잔차들이 큰 고장이 없었는데요. 수산대교 7km를 남겨놓은 지점에서 기어이 말썽이 생겼습니다.
제 잔차 앞드레일러가 뭐가 잘못됐는지 풀이너 상태에서 체인이 긁히는 소리가 나더라고요. 변속도 좀 엉성하고. 결국 임시로 조치만 취해놓고
수산대교 넘어 수산리로 들어가 자전거포에서 손을 좀 보기로 합니다. 수산리에 "영선자전거점"이라고 오래된 노포가 하나 있습니다.
할아버지대부터 3대가 자전거 수리를 하시는 곳인데요. 낡고 허름해보이는 외관과 달리 어르신이 잔차 손보는 기술이 예사롭지 않으시더군요.
출장수리도 가능하니 양산쪽으로 진행하시다가 잔차에 문제 생기면 전화해서 도움받으세요. 055-391-2311. 영업시간이 무려 새벽 6시부터입니다 ^^
누운 김에 자고 간다고 이왕 동네 안쪽까지 들어온거 여기서 아점을 먹고 다시 길을 나서기로 했습니다. 어딜 갈까 찾아보다가 길가에 있는
제일식당이란 곳을 들어갔죠. 돼지국밥을 전문으로 하는 곳인데 아 여기 맛있습니다. 누린내 하나 없이 진한 육수에 건더기도 푸짐합니다.
식당한지 25년 되셨다는데 내공이 느껴지는 손맛입니다. 특히 김치가 아주 예술입니다. 젓갈향이 듬뿍듬뿍 ^^ 너무 맛있게 잘먹었습니다.
주인할머니께서 얼마나 친절하고 이것저것 챙겨주시는지 한참 대화하다가 나왔답니다.
빛바랜 옥호부터 심상치 않은 제일식당. 그 옆에 제일이용원은 할머니의 부군되시는 할아버지께서 저 자리에서만 50년쨰라고 합니다. 대단!!
수산리 가게 되시면 꼭 한번 들러보세요. 강력추천합니다. 이곳 역시 5월초에 다녀간 다리가 유난히 예뻤던 총각이 추천해서 왔다고 하시면...^^;;
이제 삼랑진까지 달리고 또 달립니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바람이 순풍입니다. 북쪽에서 시원하게 불어주네요. 달려야 되는 타이밍입니다!
밀양강을 끼고 삼랑진까지 시원하게 내달렸습니다. 길도 쭉쭉 뻗어있고 업힐도 많지 않아 상쾌한 자전거길입니다.
삼랑진 지나 양산으로 가기 전 풍경이 아주 멋진 강변길이 나옵니다. 거기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합니다. 망중한이 따로 없네요.
4일 동안 주인이 끄는대로 열심히 달려준 애마 까미. 8단 클라리스 저렴이 입문형이지만 그래도 1년 동안 이녀석과 좋은 추억 많이 만들었습니다.
특별히 속썩인 것도 없고요. 좀 무겁고 더듬이가 달려서 겨울에 바미트를 낄 수 없다는 단점 빼곤 마음에 듭니다. 고생했어 까미~!
열심히 양산까지 달려서 물문화관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마지막 인증센터까지 30km도 채 안남았다는 사실에 표정들이 밝아보이죠? ^^
삼랑진 좀 지나서부터는 아침에 함께 함안보까지 점프한 아빠와 아드님팀을 다시 만났습니다. 아드님이 초등 6학년인데 로드를 엄청
잘타더군요! 너 오버워치가 재밌니 자전거가 재밌니 물으니 자전거가 더 재밌다고 ㅎㅎ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넷이 같이 팩 꾸려서 달리자고 의기투합하고선 미친열차를 재가동시켰습니다. 바람도 순풍이라 기분 업~!
미친맥스님은 아침에 무릎 안쪽이 조금 아프다고 했는데 진통제 한알 투여해주니 한결 좋아지더라고요.
덕분에 끝까지 지치지말고 끌어달라고 부탁했...;; 당신은 나의 영원한 리드아웃맨...
양산물문화관부터 낙동강 하굿둑까지 28km쯤 되는데요. 이 구간은 정말 원없이 내달린 것 같습니다. 시간도 일러 사람이 없었고
몇몇 구간 빼곤 길이 참 잘 되어 있더라고요. 서울보다 나은 듯도 하고요. 제 뒤에 붙은 아빠와 아드님팀 배려하느라 살짝 속도를
늦춘게 아쉬웠습니다. 이렇게 달릴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데 뭐 그래도 다같이 마지막까지 가는게 더 중요하니까요.
드디어 도착한 낙동강 하굿둑 인증센터. 정서진부터 양평까진 애저녁에 모두 인증해놨고 양평에서 출발해 이곳까지 4일동안 442.9km를
달렸습니다. 저로선 큰 도전이었고 정말 할 수 있을까 숱하게 망설였던 시간이 있었는데요. 너무나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답니다.
헤헷 쑥쓰럽지만 파이팅 외치는 포즈로 사진도 찍고요.
미친맥스님은 남들 다 하는 것처럼 잔차를 번쩍 들어올려서 인증샷을 남겼습니다. 저도 해보고 싶었는데
제 잔차는 무거워서 못들겠....ㅠㅠㅠ 그래...바꾸는거야...바꾸면 너도 저렇게 들어올릴 수 있어...
그리고 뜻밖에 얻어걸린 승전보 하나. 양산 물문화관에서 낙동강 하굿둑까지 27.7km 구간에서 제가 올해의 1위, 통산 10위라는
뛸듯이 기쁜 기록을 낳았네요 ㅎㅎ 아직 시즌 초반이라 곧 뒤에 성큼성큼 물러나긴 하겠지만 아직까지 1위를 지키고 있다는 ^^b
아빠와 아드님팀 배려하느라 속도를 조절하지만 않았으면 50분대로 너끈하게 진입해서 더 높은 순위에 머물렀을텐데 아쉽네요.
그래도 뭐 제 예쁘지만 빈약한 다리와 8단 클라리스 입문용으로 이정도 기록 세웠음에 만족합니다.
미친맥스님이 밤중에 갑자기 카톡 와서 "야 너 왕관 먹었더라? 스트라바 확인해봤어?" 했던 게 잊혀지질 않네요. 제가 미오 쓰는데
미오가 좀 옛날꺼라 실시간으로 로그 전송이 안되고 PC와 연결해야만 업로드가 되거든요. 그래서 전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 ㅎㅎ
하루만 쓰고 반납해야 될 왕관이라 할지라도 뿌듯합니다 ^^b
저만 보면 벽 뒤에 숨어서 "어? 빤쓰스타킹 신고 다니는 빼빼로 아저씨다!!" 놀리는 동네 초딩들한테 이 영광을 돌리고 싶네요......
낙동강 하굿둑에서 인증받느라 시간을 좀 지체했습니다. 국토종주 인증 기다리는 사람이 아주 많더라고요. 거의 한 시간 가까이 걸렸네요.
그런데 낙동강 하굿둑 인증센터 여직원분이 너무 까칠했습니다 ㅠㅠ 얼굴에 짜증이 잔뜩 밴 채로 툭툭 신경질적으로 내뱉으며 사람들
대하는데 정말 기분 상하더라고요. 한꺼번에 많은 사람 상대하느라 지친건 알겠는데 그래도 내가 지금 법원 민원실에 온건가 착각이 들만큼
사람을 주눅들게 하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겨우 인증마치고 나와 부산 서부터미널까지 8km를 다시 거슬러 올라가 점심부터 먹었습니다. 차표는 이틀 전에 미리 예약해놨거든요.
혹시 몰라서 17시 40분 버스와 19시 10분 버스 둘 다 예약해놨었는데 시간 내에 도착해서 19시 10분껀 취소했습니다. 잘됐죠 뭐. 19시 10분꺼
탔으면 꼼짝없이 또 고속터미널에서 집까지 25km를 잔차 타고 달려야 했는데;;
점심은 서부터미널 뒷편 사상밀면집에서 한끼 떼웠습니다. 저는 부산밀면을 처음 먹어봤는데요. 이거 맛이 요묘하던데요. 약간 계피맛도 나면서
달짝지근한 육수맛이 독특했습니다. 뭐 어쨌든 실컷 땀 흘린 뒤라 맛나게 한그릇 완면했습니다.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좋았어요~! ^^
이 스티커 한장 받으려고 4일동안 그 고생을 하다니 ㅠㅠ 이번 종주를 통해 제가 인증받은건 총 4개더군요. 남한강, 북한강, 새재, 국토종주.
한강은 충주댐을 건너뛰어서 안되고 낙동강은 안동댐을 안거쳐서 안되고. 아쉽긴 하지만 거리들이 너무 멀어서 안되겠더라고요.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한번 가보는걸로 해봐야겠습니다. 다른건 은색 스티커인데 국토종주는 황금빛입니다. 멋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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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4일간의 대장정이 모두 끝이 났습니다. 돌아오는 귀경길이 연휴 끝물이라 차가 많이 막혀서 밤 11시가 넘어서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부랴부랴 서둘러 전철 타러 가서 간신히 막차 끊기기 전에 올라타고 집에 올 수 있었네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전철 올라타니까 뒷바퀴에
펑크가 난 걸 알았다는 ㅠㅠ 바람이 완전히 빠져있지 않은걸로 봐선 실펑크인가 봅니다. 집으로 가기 전 대강 펌프로 90psi까지만 채워놓고
빛의 속도로 집까지 달려왔습니다.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쪼개진 가슴으로 달린 443km였습니다. 달리면 달릴수록 상처에 새살이 돋듯 쪼개진 가슴이 맞붙긴 했지만 처음에
느껴야 했던 그 초조함과 불안감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끼고 달릴 때마다 벅차올랐던 희열까지도요.
4일 동안 아낌없이 끌어주고 밀어준 미친맥스님께 제일 먼저 감사하단 인사 드리고 싶고요. 오며가며 마주칠 때마다 반갑게 인사하고 파이팅을
북돋아준 많은 국종러들에게도 정말 수고많으셨단 말씀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기필코 뭔가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하게 만든 동네 초딩들도
조금씩 넉넉하게 품어주고 싶습니다. (아...이건 아닌가....ㅠㅠ)
국토종주. 한번은 해볼만 합니다. 정말 좋은 추억 많이 남기실 수 있을 겁니다. 꼭 한번 도전해보시길. 4회에 걸친 지루한 후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즐라 안라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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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룽이
전 예전에 대구까지 미리 찍어둬서 달성보부터 을숙도까지 하루만에 찍고 하루쉬고 첫차타고 복귀했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