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에 희생된 아이의 어머니(안젤리나 졸리)가 경찰서의 무능과 부패와 독재에 대해 맞서는 내용인데요... 쓴 것과는 달리 잔잔하고 꿋꿋하게 스토리는 흘러갑니다. 어느 부분이 극화되었고 어느 부분이 사실인지는 잘 구분이 가진 않지만, 잿빛처럼 어둡던 시대를 잘 묘사해내었습니다. 물론 지금이 영화의 당시와 많이 변했으리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나마 누릴 수 있는 권리와 평화도 이런 소소한 힘 하나둘이 모여 이뤄낸거라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습니다. 자유로운 시대에 사는 저로서는 민주주의란 단어가 그다지 와닿진 않지만, 감상 중간 중간에 저 거리에서 촛불을 드는 사람이나 여기 뒤편에서 조용히 강압에 맞서시는 분들이 조금 더 이해가 가게 되었습니다.
완연하게 숙련된 졸리의 연기가 돋보입니다. 조용하며 굳이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침묵과 눈빛으로 외유내강의 캐릭터를 잘 표현해내었습니다.
사족이지만 며칠 전에 사이코패스에 관한 책을 두권 읽었는데요, 사이코패스란 감정을 지적으로 이해는 하지만 체험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하는 행동이 피상적으로 보이고 감정을 공감할 수 없기 때문에 사기 및 살인을 저지르면서도 후회나 죄책감이 없습니다. 보통 후회나 죄책감은 지적능력이 결여된 자기를 비판할 때 생기지만 이들은 사기나 거짓말, 살인을 함에도 계산이 이루어진 뒤에 하기 때문에 후회도 반성도 없습니다. 매우 자기중심적이고, 거짓말을 잘하며, 냉정하지만 매우 충동적이고, 외적으로는 공허한 눈빛을 특징으로 합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정작 살인마보다도, 넥타이를 맨 사이코패스- 경찰서장, 시장, 그리고 경감-가 더 무시무시하죠. 정상인일지라도 힘을 가진 사이코패스에겐 그 힘과 후광에 의해 사회에서 미치광이 취급을 당하게 될 수 있겠죠. 마침 우리나라 꼭대기에 쇼를 잘하는 사이코패스 한마리가 있어 보이는데요, 어쩌자고 이런 류의 인간이 그곳까지 올라가게 되었는지, 어떻게 뽑히게 된건지 이상하네요. 저는 쇼를 하는 거라고 대충 알 수 있는데, 거기에 속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두시간이 어떻게 갔는 줄도 모르겠습니다. 미세하게 보거나 거창하게 보거나 어느 면에서 봐도 좋은 영화였구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네요. 벌써 저녁인데 하루 잘 마무리하시구요, 오붓한 시간 보내시기를 바래요.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02-16 18:3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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