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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부우우웅 ~ 뜹니다.
그래도 제주도 보다 멀다고 2시간이나 걸립니다.
그리고 기내식도 줍니다.
<인생 최초의 기내식에 신난 숫사자>
'뿌하하하'
속으로 웃으며 긴장합니다.
'비행기에 오를 때 신발 타고 올라왔는데, 기내식이라도 예의를 갖추고 먹어야지'
기내식을 실은 카트를 끌고오는 승무원이 조금씩 다가오는 걸 보면서 자꾸만 손이 나가려 합니다.
제 차례는 아직 남았는데 하면서 참고 참습니다.
마침내 제 옆에 카트가 멈춰서는 걸 느끼며, 마치 고오급 레스토랑에서 능숙하게 웨이터를 부르는 손님처럼
귀에서 자연스레 이어폰을 빼면서 웃음을 살짝 보입니다.
승무원이 눈을 마주치는 순간 저를 외면하고는 창가의 손님에게 먼저 음식을 건냅니다.
'쳇 . . .'
사실 아까부터 음식을 주는 모습을 봐서 동선을 파악까지 하고는 또 헛방을 날렸습니다.
하지만, 짐짓 자연스러운 웃음을 다시 지으며 음식을 달라는 눈빛을 발사합니다.
승무원 (이하 승) : '하지메마시떼 ^ㅡ^' (아마도;;;)
숫 : Yes ~ ?
이상합니다.
혹시나 하고 승무원의 이름표를 보니 한국인 승무원인데, 제게 일본어를 건냅니다 ( . . . )
그리고 전 영어를 써버립니다 . . .
뭘까요 이 상황;;;
그래도 음식은 차캅니다.
고기까지 있는 훌륭한 식단입니다.
맛있게 먹으려는 순간, 윗 줄의 소면이 왠지 거슬립니다.
중간의 저 파란 누들 소스도 거슬립니다.
아랫 줄의 휑 한 공간의 저 김가루들마저 거슬립니다.
네, 어찌 먹을지 또 고민을 합니다.
1. 김가루 주제에 공간을 꽤나 차지하며 그릇에 담겨있는 것으로 보아 저곳에 김가루와 소스를 담아서 면을 소바 먹듯 찍어 먹는다.
2. 저 그릇은 김가루 봉지의 이탈을 막기 위한 것일 뿐으로 소면 위에 김가루를 뿌리고, 소스를 부어서 적셔 놓고 먹는다.
3. 옆의 저 회색 덩어리는 뭐지 ?
하지만, 당황하지 않습니다.
뛰어난 연기파 배우처럼 내면의 침착함을 안면으로 끌어올려 밥과 고기를 먼저 먹습니다.
<이, 이 맛은 . . . !?>
빵을 2개나 먹은 주제에 맛있습니다.
밥도 적당히 식어있고, 고기도 양념이 잘 베어있습니다.
일본 비행기라고 일본 분위기 낸답시고 젓가락만으로 밥과 반찬을 집으며 도도하게 밥을 꼭꼭 씹습니다.
맛이 있음에도 평화로운 미소만 가득 지은 채로 말이죠.
그러면서 옆자리에 스캔을 해둔 일본 아주머니가 소면 처리하기를 기다립니다.
원래 저는 밥을 천천히 못먹습니다.
회사에서도 밥을 제일 빨리 먹습니다.
갖은 교양을 떨며 밥을 먹는 건 다 이걸 위한 포석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한 두 가지의 안이 모두 폐기가 될 수도 있기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합니다.
결국 일본 아주머니께서는 밥을 다 드시고 나서야 면을 드시기 시작합니다.
속도 맞춰먹느라 답답해 죽을 뻔 했습니다.
소스 봉지를 찢어서 면 위에 좌라라라락 부으시고는 김가루를 퐁퐁 털어서 적셔두신 후 드시기 시작합니다.
손 끝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기위해 열심히 머리 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뒤
따라서 먹습니다.
면에 소스를 붓고, 김가루를 퐁퐁 . . .
젓가락으로 슥슥 젓어서 먹는데, '아 ~' 하고 맙니다.
면이 굳어있어서 소스에 잠시 적셔두신 것이었습니다.
긴장 속의 식사가 무사히 끝난 후 또 이어폰을 귀에 꽂고는 핸드폰으로 노래를 듣습니다.
음료 시간이 왔습니다.
또 음료를 실은 카트를 끌고 승무원이 다가옵니다.
아까와는 다른 승무원입니다.
승 : '우쥬라잌섬씽드링크 ?'
숫 : '와잇 와인 플리즈'
( . . . )
이번에는 일본 승무원입니다.
아까 한국 승무원은 제게 일어로 말했는데, 이번 일본 승무원은 제게 영어를 씁니다;;;
제 얼굴의 국적은 어느 쪽인 걸까요;;;
. . .
. . .
. . .
어느덧 헤드레스트를 벗어난 채로 통로로 목을 한껏 꺾어두고 졸고 있었습니다.
담요를 어깨까지 두르고 있었더니 잠도 잘 잤습니다.
목이 아픈 것만 빼면요.
어느덧 비행기는 하네다에 도착을 하여 내릴 시간임을 방송으로 안내해줍니다.
한국어로 안내해줘서 참 감사합니다.
마침내 도착한 하네다 공항입니다 !!
사람들을 따라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캐리어를 끌고 갑니다.
← 입국 ↑환승
눈 앞의 표지판이 저를 고민스럽게 합니다.
분명 환승을 하는 게 맞는데, 나가는 것도 맞는 것 같습니다.
고민과 동시에 해답을 찾아냅니다.
공항 와이파이를 켜고, 해외 여행을 한 두 번 다녀온 게 아닌 사람에게 보이스톡을 겁니다.
숫 : '아재, 저 하네다인데, 이거 환승해야함 ? 나가야함 ?'
지 : '나 직항만 타서 모르겠는데 ? 그냥 나가도 되지 않을까 ?'
숫 : ' . . . '
지 : '무사 귀환을 빕니다.' 뚝 - - - -
네, 나가보기로 결정합니다.
영어로는 꼼짝마가 '프리즈 - !!' 였는데, 일본어로는 뭐더라 하는 고민을 안고 갑니다.
전매특허 얼굴에 미소 빵끗을 시전하며, 경찰 아저씨에게 여권을 보여줍니다.
일본어로 뭐라뭐라 합니다.
숫 : '아돈노 재패니스 쏘리'
경찰 아저씨 눈에 귀찮음이 순간 스쳐지나갑니다.
서로 안되는 영어로 뭔가를 써오라는 걸 캐치합니다.
이미그레이션 카드 작성을 해야하는 것이었습니다.
속으로 궁시렁 거리며 쓰려는데, 일어와 영어만 가득한 카드가 보입니다.
<끝났어, 난 이제 집에 못돌아가나봐>
앞이 캄캄해집니다.
아는 영어 있는 곳만 작성합니다.
순간 옆에서 한국어가 들립니다 ㅠㅠㅠ
공항 내 일본 여성 직원 두 분이 길에서 비 맞는 강아지를 본 것과 같은 눈망울을 하고 오십니다.
숫 : (눈물이 그렁이는 눈빛을 발사하며) '작성법을 모르겠어요'
공항 직원 (이하 직) : '아, 그것은 쉽습니다. 여기 여기 이러케 저러케 하시면 됩니다.'
친절한 한국어로 도움을 받으며 이미그레이션 카드를 작성해 가는데 . . .
직원 두 분이 '술렁술렁' '쑥덕쑥덕' 하기 시작합니다.
??
순간 제 마지막 몰골을 기억해봅니다.
아직은 인간인 것 같아서 의아함이 듭니다.
'무슨 얘길 저리 자기들끼리 할까' 하는 생각에 이를 때쯤
직+직 : '카와EE !!'
귀엽답니다.
헤헷 . . .
이 놈의 꽃미모는 역시 국내를 벗어나야 빛을 보나 봅니다.
. . .
가 아니었습니다.
제 핸드폰 뒤의 라이언 스티커를 보고 귀엽다. 이어캡인 고양이를 보고 귀엽다.
제 캐리어를 보고 귀엽다. 하고 있었던 겁니다.
( 그럼 그렇지;; )
<여긴 어디 ? 나는 누구 ?>
많은 역경과 고난을 딛고 마침내 하네다 공항의 로비로 나왔습니다.
그 많던 비행기 동행들은 전부 사라졌습니다.
순간, 핸드폰이 큰 진동을 내며 부들부들 거립니다.
배터리가 15% 남았다고 밥 달랍니다.
재빠르게 김포공항의 기억을 덧씌워 콘센트 구멍을 찾습니다.
없네요 . . .
방황을 다시 시작합니다.
<퀵 차지 찬양 !!>
1층에 오니 차징 데스크가 보입니다.
하지만 이미 자리를 점령 당해서 맨 끝 쪽에 서서 재빨리 충전이 되길 기다립니다.
30분 동안 폰도 못하고 멀뚱멀뚱 서서 사람들 지나다니는 것만 보니 졸립기도 합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옆에 있던 로손 편의점으로 가서 일본 편의점의 환상을 가지고 쇼핑을 합니다.
먹을 것을 간단히 준비하고 공항 여기저기를 또 둘러보기 시작합니다.
공항에 머무를 13시간 중 이제야 1시간이 간신히 지난 상황입니다.
2층 출국장을 거쳐 3층으로 올라오니 뭔가 좀 있어보이는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식당들은 전부 닫았고, 을씨년스럽기만 합니다.
양 옆으로 또 에스컬레이터가 보입니다.
할 게 없으니 또 올라갑니다.
안그래도 땀이 많고 덥던 차에 스카이 라운지가 보입니다.
노숙하기는 힘들어 보이지만, 저 멀리 보이는 도심의 불빛과 공항의 분위기가 어우러진 좋은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반주하기 딱 좋은 환경입니다.
아까 샀던 호로요이 복숭아와 어묵인지 뭔지 모를 것을 꺼냅니다.
술엔 이만한 안주가 없어보입니다.
몸도 더우니 안주라도 시원하게 먹고 싶어서 가져왔는데,
렌지에 댑혀 달랄 걸 그랬습니다.
사실, 말이 짧아서 걍 들고 온 게 맞습니다.
찬 바람을 맞으며 냠냠 쩝쩝 호록 호록 하니 무드등도 좋고, 바람도 좋고, 맛도 좋습니다.
옆 테이블의 귀여운 중국 여자애들이 혼술하는 절 계속 쳐다보는지 뒤통수가 따갑지만,
뭘 찍는지 모를 찰칵 거리는 소리가 자꾸 뒤를 보게 만들지만, 쿨한 척 계속 먹습니다.
호록 호록 쯥쯥 . . .
어쩐지 프리미엄이라는 글자에 끌려 산 녹차 롤케이크를 꺼냅니다.
그냥 한국서 보던 거랑 다를 바 없습니다.
맛도 특별하지 않았지만, 스테키를 썰 듯 숟가락으로 서걱 서걱 베어 먹습니다.
또 다시
호록호록 쯥쯥
왜 호로요이 복숭아맛에서는 계피향이 날까요 ??
모두들 자러갔는지, 이젠 라운지에도 혼자 입니다.
여기서 자볼까했지만, 입돌아갈까 무섭습니다.
다시 안으로 들어갑니다.
쓰레기는 재활용품 분리 1위에 빛나는 한국인 답게 꼼꼼히 하고 갑니다.
뭔가 집어가면 좋을 것 같은 진열장을 넘어가니
요런 운치있는 길이 나옵니다.
옆을 보니 이런 침상 같아보이는
꼭 누워서 자면 딱 좋을 것 같은
그런 자리가 있습니다.
( 아직까지도 뭐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습니다. )
옆을 두리번 두리번 거리니 많은 사람들이 이미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여기서 자면 얼어죽지는 않겠구나' 싶습니다.
오늘의 생존 스팟은 여기로 정합니다.
옆의 난간을 통해 아래를 보니 어딘가 놀러가려는 사람들이 아직 한 무더기 입니다.
높은 곳은 주위의 상황을 관찰하기 좋은 시야를 제공하기에 역시나 생존 스팟으로 적당해 보입니다.
<짜자잔 !!>
얼어죽기 싫어서 김포공항의 노떼마트에서 구입한 필수 아이템을 드디어 꺼냅니다.
무지를 살까 네오를 살까 튜브를 살까 잠깐 고민했던 저를 원망합니다.
'셋 다 살 걸 . . .'
냉철한 판단에 파란색이 제게 어울릴 것 같아서 산 것이 그래도 유효했던 것 같습니다.
네오가 너무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산 건 아니니까요.
<미리 오징어 주의보를 발령하는 걸 사과드립니다>
- 펑 ! -
네 덮고 잡니다.
여러분 안녕 ~
- 4부에 계속될 수 있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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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