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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끝판왕이라 하면 파텍 필립이라는데 이견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부의 상징성, 대중적인 인기 그리고 무브먼트의 안정성을 따지면 롤렉스가 부동의 1위라고 할 수 있지만, 최근 미국 래퍼들이 가사에 롤렉스/롤리 대신 파텍 혹은 필립이란 단어로 대체하는 경우가 있을만큼 대중들 사이에서 파텍 필립의 인지도가 매우 올라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파텍 필립의 수많은 작품 중 Ref 3448은 시계 수집가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은 작품 중 하나입니다. 파텍 필립 역사상 최초로 오토매틱 퍼페추얼 캘린더가 적용된 시계로 1962년부터 1981년까지 약 600여개가 생산되었죠. (황금 약 500점, 백금 약 100점) 엄청나게 희귀한 레퍼런스는 아니지만 1년에 한 번정도 경매매물로 볼 수 있으며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한화로 약 5억 정도에 경매 되어 왔습니다.
이 디자인을 거의 100프로 구현해낸 시계가 있습니다. 바로 프레드릭 콘스탄트 매뉴팩처 클래식 문페이즈입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1988년 두 젊은 부부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하이엔드 시계, 특히 바세론 콘스탄틴의 팬이었던 이 부부는 접근성이 좋은 럭셔리 시계를 만들자는 목표로 홍콩에서 시작했고 지금은 시계의 본고장 스위스 제네바로 HQ를 옮겨 거의 모든 생산과 제작으로 제네바에서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흔히 볼수 있는 하트비트를 처음으로 만든 브랜드로 그 때 당시 기술 특허를 받아 놓지 못 해 많은 브랜드에서 하트비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2000년 초반부터는 자사 무브먼트를 제조하기 시작했고 그 후로 문페이즈, 플라이백 크로노 그래프, 퍼패추얼 캘린더 등 하이엔드 시계에서만 볼 수 있었던 컴플리케이션을 꽤나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해오고 있습니다. 참고로 브레게의 다이얼을 생산했다는 말은 한국 사이트에서만 돌아다니는 거짓 루머입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매뉴패쳐 클래식 문페이즈는 현재 판매하고 있는 제품 중 자사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고가라인 제품 중 하나이며 클래식한 디자인 덕분에 해외에서도 인기와 평이 매우 좋은 편입니다. 물론 디자인을 배꼈다는 비평도 있지만, 시중에 있는 대부분의 다이버가 롤렉스 서브마리너를 배끼고 있습니다. 파텍과 비슷한 레벨의 시계회사에서 저 다지인을 냈다면 비평이 이해가 가지만 프레드릭 콘스탄트라는 엔트리 럭셔리 급에서 났다는 것에서 그냥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핸드폰 사진으로는 완벽하게 나타나진 않지만 다이얼은 은색 선버스트 다이얼로 빛에 따라 색감이 오묘하게 바뀝니다. 다이얼 중심을 기점으로 브러싱 처리가 되어 있어 선버서트 효과가 극대화 되어 있죠. 인덱스 역시 각도에 따라 빛을 반사하며 하이 폴리싱이 되어 있어 은색 다이얼과 잘 대조 됩니다. 프콘의 다른 인기 라인인 슬림라인 문페이즈와 달리 중앙 초침이 있어 오토감성을 느낄수 있습니다. 슬림라인 역시 매우 잘 나온 제품이지만 오토매틱을 차시던 분이시라면 초침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느끼게 해줄겁니다.
6시 방향에는 문페이즈 컴플리케이션, 그리고 그 주위에 데이트를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문페이즈의 경우 빛을 받으면 밝은 파랑색의 빛을 발하기 떄문에 은색 다이얼안에서의 존재감이 생각보다 큽니다. 문페이즈가 없었다면 다소 밋밋할 수 있던 디자인이지만 6시 문페이즈 컴플리케이션이 시계의 디자인을 완성 시켜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데이트를 6시에 함께 둔것이 시계 전체적인 밸런스를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죠. 만약 3시방향에 따로 데이트 창을 두었다면 지금의 깔끔한 모습을 잃었을 겁니다.
사이즈는 40.5미리로 현대적인 드레스워치로 알맞은 사이즈 입니다. 물론 드레스 워치는 일반적으로 38에서 39미리가 정석이라고 하지만 42-43mm의 스포츠 시계가 대유행인 2010년대에서 40미리 드레스 워치는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참고로 제 손목은 18cm 정도입니다) 물론 39였다면 더 좋았을수도 있지만 40.5미리는 해외시장과 동양시장 대부분의 손목을 아우를수 있는 사이즈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계의 독특한 점은 바로 헌터 케이스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시계 뒷면이 위의 사진처럼 뚜껑으로 닫혀 있는데, 뚜겅을 열면 그 안에 무브를 볼 수 있게 해두었죠. 이 역시 파텍필립에서 예전에 선보였던 것이라고 합니다. 헌터 케이스백은 예전에 무브먼트를 보호하면서 그 안의 무브를 볼 수 있게 하는 나름의 기술이었는데, 지금의 기술력으로는 헌터케이스백은 큰 의미는 없습니다. 그냥 마케팅용 감성 정도로만 보시면 되는데 비슷한 빈티지 시계나 회중 시계를 다뤄본 경험이 있으신 분이라면 이게 왜 셀링 포인트가 되는지 이해하실겁니다.
케이스 뚜겅을 열면 이렇게 펄라쥬 피니싱이 되어 있습니다. 이 역시 회중 시계 뚜껑에 자주 사용되던 피니싱으로 헌터백의 감성을 잘 살린것이라 보시면 됩니다.
무브먼트는 위에서 말씀드렸듯 FC 715 자사 무브먼트입니다. 중앙에는 제네바 스트라이프가 원형으로, 바깥에는 펄라쥬 피니싱이 되어 있습니다. 블루 스크류와 금색 스켈레톤 로터 그리고 자색 루비가 색감을 더해 줍니다. 기존의 스위스식 무브와는 달리 6시 방향의 밸런스 휠을 제외하고는 중간의 기어들이 메인 브릿지로 가려져 있습니다. 독일식 시계의 3쿼터 메인 브릿지랑 비슷한 개념으로 전반적으로 대부분의 기어를 덮어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조금 더 안정적이라는 평입니다. 이 때문에 무브먼트 데코에 신경을 쓰지 않나 싶습니다. 비트는 8 헤르츠로 초침이 물흐르듯이 움직입니다.
리테일가 기준 3-400에서 자사 무브먼트를 만나보기엔 사실 쉽지 않습니다. 대중적인 브랜드 중에서는 세이코, 시티즌(프콘은 시티즌에 인수되었지만 시티즌 그룹 성격상 재정적인 지원만 해주고 기업의 경영은 자율성을 주는 편입니다) 등의 일본 회사와 독일의 노모스, 그리고 스위스의 프콘 정도만 떠오릅니다. 자사 무브라고 절대 ETA나 셀리타 등의 범용 무브보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자사 무브라는 것은 범용 무브와 달리 모든것을 사내에서 제조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특별함에 프리미엄이 붙는 것이지 무브먼트의 안정성과 정확도와는 거의 별개라고 보시면 됩니다. 해당 모델의 경우 +4초로 매우 좋은 오차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사 무브와 범용 무브의 차이는 다음에 간접적으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김치찌개를 평가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김치입니다. 어떤 식당은 공장 김치를 사와 그대로 만들수도 있고, 어떤 집은 공장 김치를 사왔지만 더 발효를 한다거나 그 이상의 양념을 넣어 더 맛있는 김치로 만들기도 합니다. 또 어떤집은 배추부터 속재료까지 모두 직접 재배해 만들어 사용할수도 있는것이며 어떤 집은 그냥 중국산 김치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얼 먹든 그냥 김치찌개입니다. 물론 미식가 분들은 이것이 다르고 저것이 다르다라고 할 수 있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국산 김치로 만든 김치찌개가 더 맛있을수도 있으며 직접 담근 김치로 김치찌개를 만들어도 입맛에 안 맞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가치라는 부분을 생각해보면 조금 생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가격인데 어느집은 값이 싼 공장 김치를, 또 다른 집은 정성이 들어간 직접 담근 김치를 사용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맛을 떠나서 후자에 더 후한 점수를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치에 들어가는 정성이 꼭 맛과 정비례하지는 않지만 우리들의 심리는 아무래도 정성이라는 것에 끌리곤 하죠. 이러한 관점에서 프콘의 자사 무브는 가치가 매우 높은것입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높이 12.4mm는 드레스 워치치고 꽤나 두꺼운 편입니다. 그렇지만 위에서도 이야기 했듯 스포츠워치가 대세인 2010년대에 12.4 미리의 시계는 두껍다는 느낌은 크게 들지 않습니다. 벨쥬를 쓰는 크로노 그래프 시계의 경우 보통 13-16mm, 다이버 워치의 경우 약 12에서 14mm, 컴플리케이션 드레스 워치 역시 9mm에서 12mm의 두께를 유지합니다 - 이 모든 시계를 현대에서는 셔츠와 함께 착용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두께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두께보다는 전반적인 모양이 단점이라 생각합니다. 시계 케이스와 크라운이 둥글 둥글한 모양을 하고 있어 한눈에 봤을때 민첩하지 못하고 둔해보인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시계 케이스에 조금 더 각을 주거나 두가지 이상의 피니싱을 줬다면 조금 더 엣지있는 디자인이 되었을겁니다.
결론적으로 프레드릭 콘스탄트 매뉴팩처 문페이즈는 가격대비 최고의 시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계 역사상 최고의 디자인 중 하나를 본 땄기에 디자인은 말 할것도 없고 자사무브라는 강점도 있습니다. 두께는 실제로 차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일반적으로 차시던 시계와 느낌상 크게 다르지 않으며 드레스 워치는 무조건 얇아야 한다라는 고정관념만 벗어나시면 문제없이 찰 수 있는 수준입니다.
리테일가격 3650달러 역시 이 시계가 갖고 있는 가치에 비해 아주 저렴한 가격입니다. 년초에는 해외 그레이 셀러를 통해 $1100대 정도에 풀린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이 제품 구하려고 해외 딜러들과 몇 번은 이야기 했었는데 예전만큼 재고가 없어 그 가격대로 풀리기 힘들것이라는 이야기가 대부분 이었고 지금은 가격이 되려 올라 해외에서는 중고임에도 $1400에서 $2000대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리테일 $3650에도 여러 해외 유명 시계 블로그에서는 가격이 착하다고 칭찬 받던 라인으로서 한화 200만원 미만으로 구하실 수 있다면 아주 좋은 딜이라 생각합니다.
시계인들 사이에서 돌고 돌아 롤렉스라고 하죠. 어차피 돌고 돌거면, 그리고 한번에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여력이 되지 않는다면 이 제품으로 돌고 도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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