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번에 세이코 알바(Seiko Alba)에서 욱일기 디자인을 이용한 마케팅을 한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여러 군데 메일을 주고받은 결과 해당 품목의 생산을 중지하고 앞으로 유사 디자인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답장을 받았습니다만... (과연...?)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제가 일본 직구를 통해 구입한 시계입니다.

모델명 AEFD557 이라는 정가 6천엔 짜리 저렴한 시계인데요, 현재 국내에서는 판매되고 있지 않아 일본 직구를 통해 구입하였습니다. 시계 자체에는 문제가 전혀 없습니다. 문제난 바로 동봉되어있는 시계 택 인데요, 사진으로 보시겠습니다.

시계 구성품 입니다. 주목해야 되는 부분은 시계 좌측에 놓여진 택 입니다 (시계줄을 고정시키는데 사용되어진 택인데요, 초기에 어떻게 결합되어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그냥 두었습니다). 시계 좌측 붉은 글씨가 쓰여진 택의 배경에 욱일기와 유사한 디자인이 사용 된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가운데 검은 배경을 자세히 보시면, 디자인이 욱일기와 굉장히 유사하며 욱일기를 연상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해당 디자인에 대한 문제재기를 하기 위해 우선 국내의 세이코 알바에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국내 세이코 알바, 세이코 본사 모두 연락이 안되더라구요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또한 이메일도 답장을 주지 않았습니다(아예 읽지 않음). 그럴거면 왜 전화번호와 이메일을 기재해놨나 싶네요 부들부들.

어쩔수 없이 일본 본사로 연락을 시도하였습니다(다행히 일본 사이트를 영어로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세이코 알바 또한 답장이 없었습니다. 세이코 알바는 고객관리에 예산이 편성되어있지 않은가봐요... 그래서 세이코 알바(Seiko Alba) 에서 상위 그룹인 세이코(Seiko) 커스터머 서비스(Customer Servie)를 통해 바로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이건 메일로 문의하는게 아니라 소정의 양식을 작성하여 문의하는 형태였는데, 답장을 받는데 이틀이 안걸렸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세이코와의 문의 답변 입니다.

먼저 세이코 알바에 관한 내용을 친절하게 응답해주는 거 보면, 세이코에서 직접 관리를 하는가 봅니다. 여러차례 주고받은 문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Q1. 일본에서 구입한 세이코 알바 시계에서 욱일기 디자인을 채용한 택이 함께 왔다. 욱일기는 중국, 한국을 포함하여 동아시아 국가의 소비자들에게 큰 반감을 주는 것을 알고 있느냐? 

A1. 시계 택을 확인할 수 없어 이게 소매상이나 상점에서 첨부한 것인지 우리가 만든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 입장을 밝힐 수 없다.

Q2. (파일첨부) 사진 여기있다. 내가봤을 땐 공장에서 포장될 때 함께 생산된 것 같다. 왜 문제되는 디자인을 사용하여 회사 이미지를 망치려 하는가? 혹시 당신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담당자의 연락처를 알려달라.

A2. 우리 공장에서 나온것이 맞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에 대해 입장을 밝힐 위치가 아니여서 대답은 못해주겠다. 다만 누군가를 불쾌하게하거나 우리 제품이미지에 손상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

~ 답변할 수 없다 vs 담당자와 연락할수 있게 해달라 ~

A. 커스터머서비스 시니어(CS Senior XXXXX)

*마지막에 드디어 담당자로부터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내용은 요약하자면

1. 시계의 태양광 기능을 홍보하기 위해 해를 모티브로 디자인이 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

2. 그래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에 세이코 시계그룹은 해당 디자인을 즉시 변경하고 앞으로 유사 디자인을 사용하지 않겠다.

3. 이미 위 택의 생산을 중지하기로 결정하였고 관련된 POP 제품들의디자인 을 변경할 것이다.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한달정도 걸렸네요. 중간에 담당부서가 아니라 대답해줄수 없다 라는 답변을 몇번 받았고 추가적인 문의 끝에 결국 담당자의 답장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답장을 받고 나니 세이코에 너무 좋은일을 해준것만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예전 세이코에서 욱일기 디자인을 사용한 것이 아직도 회자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욱일기 디자인이 사용된 것이 안타깝습니다. 물론 답변에서는 의도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과거 사례가 있었던 만큼 조심해야 했던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쟁을 통해 성장한 기업일 지라도,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충분히 진다면 비난하기 쉽지 않을 것 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본 전범기업들이 책임은 커녕 일본의 우익화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세이코의 경우 전범기업으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우익 회사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는 합니다. 만약 세이코 측에서 과거 전쟁을 통해 성장한 것을 인정하고 회사가 성장하는 동안 희생되어진 사람들과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진다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텐데.... 이 틈을 타 우리나라에서 훌륭한 기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시계를 구입하는 지는 개인의 자유입니다. 전범기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세이코, 세이코 알바는 여전히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좋은 제품을 판매하고있고, 많은 사람들은 가성비 높은 세이코 시계를 선택할 것입니다. 낮은 가격과 좋은 성능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니까요.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전범기업, 욱일기 디자인 같은 것들이 크게 이슈가 되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세이코나 다른 일본기업들이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세이코뿐만 아니라 다른곳에서도 욱일기 디자인이 쓰여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무조건 적인 사죄가 아니라 문제인식과 기업의 책임을 다하는 것입니다. 겉과 속이 다른것이 일본이라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지만, 진정한 사과와 책임이행이 하루빨리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끝.

P.S. 로만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