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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술쟁이입니다.
인기글에 와인 가격대 관련한 글이 올라와서, 개인적인 의견을 댓글로 달고서 글로 한번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와인에 있어서 가격대란,
지극히 개인적이고 귀납적인 결론으로는 확률을 담보하는 지표입니다. 모르는 와인을 정보없이 산다고 했을 때 가격이 높아질수록 와인이 괜찮을 '확률'이 올라갑니다.
때문에 취향의 문제야 있겠으나 가격대별로 괜찮다고 알려진 와인들을 고르는것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괜찮아도 내가 별로면 별로인 와인이고, 모두가 별로여도 내가 좋으면 좋은 와인입니다. 가격이 아니라 본인의 취향이 모든 걸 결정합니다. 2만원 이하의 와인중에도 본인의 취향에 따라 마실만한 좋은와인 얼마든지 많습니다. 와인의 가격은 절대적인 퀄리티기준으로 매겨지지않습니다. 개인마다 기준이 현저히 다르니까요. 오히려 가격보다는 희소성이 차라리 더 명확한 가격영향을 가집니다.
물론 취향 그 이전에 최소한의 기본적인 퀄리티라는 건 있습니다.
극단적인 경우를 예로 들면 애초에 맛과향이랄게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보편적으로 불쾌한, 유쾌하지 않은 포도물일 수 있습니다. 저가일수록 이 기본적인 퀄리티가 부족한 경우가 더 많은 편이기는 합니다. 다만 약간 부족한 부분을 가성비와 개성으로 채우거나 채우고도 남는 경우도 많지만요.
때문에 저가와인의 경우 소믈리에들의 추천이 유효한 경우가 더 많고, 고가로 넘어갈수록 기본적인 퀄리티(보편적인 불쾌함이 없으며 이른바 무난하다 는 정도의 맛과 향의 보편성과 밸런스)를 깔고가면서 거기에 해당 와인의 긍정적인 특징이 추가되기 때문에 남의 추천보다는 본인의 취향과 와인의 개성, 희소성에서 가치가 갈립니다. 화이트나 특히 스파클링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30만원대 파이퍼하이직을 마셔도 2만원대 칠레와인보다 얼마든지 만족감이 적을 수 있다는겁니다.
번외로 30이상 고가와인의 경우는 와인의 미묘한 차이와 맛과 향의 희소성을 향유할 정도의 와인경험이 쌓여야 유의미하다고 봅니다.
골프 처음치는 초보가 아무리 비싼 클럽 써봐야 차이를 모르거나 충분히 이용할줄 모르는것과 비슷합니다. 애초에 취향과 기준 자체가 잡혀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취향과 기준이라는 것은 해당 분야를 지속적으로 접할수록 확고해지기 마련이고, 취향과 기준이 확고해질 수록 대체로 호불호가 강해지며 만족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좁아지고 대신 깊어집니다.
(다만 주의하셔야 할 부분은 이미 와인을 마실대로 마셔본 사람이 가성비가 좋다 라는 와인을 와인이 생소한 사람이 접했을때도 가성비가 좋다 라고 느낄수 있냐 라고하면 그건 전혀 다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경험이 쌓이고 가격대가 높은 와인들이 평균적으로 가지고 있는 요소에 대한 경험적 지식이 확립되고 난 이후에야 가성비가 좋다 라고 느껴지는 와인이 많고, 이 때문에 다수 소믈리에들이 가성비로 추천하는 와인들이 초보들에게는 그리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닳고닳은 사람들이 느끼는 가성비와 초보들이 느끼는 가성비는 그 영역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더불어 일반적으로 와인이 친숙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 앞서 언급한 '기본적인 퀄리티'를 담보하지 않는. 마트에서 행사로 저가에 밀어내기하는 와인으로 첫 경험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외국 전통주이고 친숙하지 않은 술이며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소모되기 시작한 지도 몇년 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준을 잡기에 부적절한 저퀄리티의 와인을 접하고선 그저 떫은 포도물로 인식하는 경우가 당장 제 주변에도 많아 보입니다. 전통주건 와인이건 혹은 다른 어떤 분야가 되었건, 처음부터 기본적인 퀄리티를 담보하는 술로 시작하면 최소한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왜 마시는지는 알겠다' 라는 반응이 나와야 합니다. '이거 왜 마시는지 모르겠다 이걸 왜 돈주고 사냐'는 물론 취향이나 마시는사람의 캐릭터, 경험치 및 감각수준의 문제도 어느정도 결부되겠지만 처음 경험하는 분야의 제품중에서도 최소한의 퀄리티가 담보되지 않는 제품을 접했을 경우 쉽게 나오는 반응입니다.
그래서 뭐든 첫 경험이 중요합니다. 기준을 잡아주기 때문입니다. 위스키의 경우 발렌타인, 조니워커, 글렌피딕 등 입문자에게 기준을 잡아줄 수 있는 가성비 위스키라는것이 이미 정립되어 있습니다. 와인의 경우는 그 특성이 훨씬 다양해서 위스키만큼 정석적이지는 않습니다만, 최소한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입문용 위스키. 혹은 가능하다면 이왕이면 5만원이상대의 추천위스키로 시작하는 게 본인의 취향과 기준을 잡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취향의 영역 이전에 와인이라는 술에서 보편적으로 느끼는 기본적인 퀄리티가 잡혀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와인 추천을 받는 경우. 와인은 그 특성이 너무도 다양하기 때문에 본인이 그전에 좋거나 무난하다고 접했던 와인, 혹은 아예 처음이라면 최소한 평소 본인의 과일이나 음료수 및 술의 취향을 알려줘야 더 적합한 추천을 쉽게 받을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와인 추천해주세요' 하는 글이 끽해야 가격대 정도만 명시해두고 와인추천을 해달라는 글이 많은데, 이는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저 자동차한대 뽑으려는데 추천좀 해주세요' 라는 것과 비슷합니다. 아이가 있는지, 가정을 꾸렸다면 총원이 몇명인지, 평소 운행거리가 얼마정도되는지, 출퇴근으로 쓰는지 주말에나 쓰는지, 평소 주행스타일이 어떤지 등등 자동차를 추천할 수 있는 기준과 그에 따른 자동차의 종류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최소한의 정보가 있어야 그에 맞는 적합한 추천을 받을 수 있듯 와인도 그렇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와인은 어쩐지 약간은 사대주의적인 시각이 들어간, 있어보이는 술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에는 없던 술이고, 처음 들어왔을때는 가격대도 굉장히 높았고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비싸게 주고 마실 수 있는 술이었으며 미디어에서도 부유층을 묘사할 때 흔히 사용되던 클리셰였기 때문인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와인은, 우리네 막걸리와 마찬가지로 그냥 유럽 전통주입니다. 우리도 1병 천원짜리 장수막걸리도 있고 500ml 한병에 2만5천원가는 천비향탁주가 있듯 국내 수입되지 않는 현지와인중에는 우리 돈으로도 희석식소주1병값나오는 저렴한 와인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러니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쉽게 마셔보되 아무거나 마셔보기보다는 약간의 노력으로 더 좋은 와인으로 시작해서, 여러분 삶에 소소한 감각적인 즐거움이 하나 더 추가되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뭐 또 취향에 안맞으면 굳이 마실 이유도 없는거구요. 애초에 우리 땅과 식문화에서 출발한 술이 아니기 때문에 잘 안맞는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니까요.
두서 없는 짧은 글을 두서없이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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