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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철학자는 엠페도클레스(B.C.490?~B.C.430?)입니다. 영화 <제5원소> 아시나요? 세상을 이루고 있는 다섯 가지 원소가 있다는 것이 영화의 배경입니다. 물, 바람, 불, 흙, 더불어 주인공 리루가 쥐고 있는 마지막 제5원소를 찾아 절대악에 맞서 세상을 구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영화를 보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 원소는 누구로부터 나왔을까? 이를 처음으로 이론화 시킨 것이 바로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엠페도클레스입니다. 그는 철학 외에도 다양한 방면에 재능을 보였는데요, 그런 엠페도클레스를 같이 읽겠습니다.
그는 처음으로 아르케(만물의 근원)을 단일한 하나가 아닌 물, 공기, 불, 흙 네 가지 요소로 보았습니다. 이를 엠페도클레스의 4원소라 부릅니다. 물론 그는 원소라는 말을 쓰지 않았습니다. 네 가지 뿌리(리조마타)는 궁극적인 것으로 생성과 소멸, 운동과 변화 없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입니다. 이것들이 각기 다른 비율로 혼합되어 우리가 세계에서 발견하는 복합 실체들이 생겨난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들을 결합하고 분해하는 힘을 ‘사랑(Philia)’과 ‘불화(neikos)’라 본 것입니다. 엠페도클레스에게 있어서 사랑과 불화는 리조마타(네 가지 뿌리)와 같은 근원적 실체였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목적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는 진화론적 관점입니다. 러셀은 이런 점에서 그의 철학이 파르메니데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보다 더 과학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단지 우연의 힘과 필연의 힘으로 변할 따름이라고 말합니다. 또한 그는 원소들이 사랑으로 결합하면 불화가 다시 분해하고 이를 다시 사랑이 결합하는, 일종의 주기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견해는 헤라클레이토스(B.C.540?~B.C.480?) 를 떠오르게 합니다. 서로 대립되는 성질(사랑과 불화)의 것들이 존재함으로, 그 갈등이 조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만물이 생겨난다는 것이 비슷합니다. 헤라클레이토스는 활시위를 당김으로써 화살이 목표를 향해 날아갈 수 있다는 예를 들어 이 이치를 설명하기도 했다. 플라톤이 <소피스트> 편에서 헤라클레이토스와 엠페도클레스를 결부하여 다루는 까닭입니다. 러셀은 엠페도클레스의 것이 더 유연한 입장이라 말하며 차이를 둡니다.
그가 내세운 사상도 흥미롭지만, 다른 분야의 업적도 주목할만 합니다. 그는 공기가 분리된 실체임을 발견함으로 과학 분야에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또한 물 잔에 줄을 매달아 돌리면 물이 쏟아지지 않는 현상을 보고 원심력을 입증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식물에도 암수 구분이 있음을 발견했고, 다소 공상적이긴 하지만 진화론을 세워 적자생존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천문학에 관해서는 보다 인상적인 발견을 합니다. 그는 달이 반사광으로 빛을 낸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인 태양도 그렇다고 생각한 것은 한계이기도 합니다. 또 빛이 여행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우리가 관찰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이라 주장합니다. 그는 일식이란 달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 오게 되어 생기는 현상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이는 아낙사고라스에게 배웠던 거 같습니다.
엠페도클레스는 코스학파(히포크라테스 학파)와 견줄만한 이탈리아의 시켈리아 의학파의 창시자로 이야기되기도 합니다. 그 의학파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영향을 주었다고도 하는데요, 그는 네 원소를 중심으로 의술 활동을 펼칩니다. 이는 서양 고중세 의학사에서 대표적인 생리학적 이론이 되는 ‘네 체액설’에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는 ‘신이 되고자 한 정치갗였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신과 근접한 직업은 정치가일 것입니다. 정치가의 권력이란 신의 권능과 같으니 말입니다. 말 한마디로 모든 게 이뤄지지 않습니까. 정치가가 보시기에 좋은 일들이 이 세상을 움직입니다. 엠페도클레스는 영락없는 정치가였고, 나아가 진정 신이 되고자 한 인물이었습니다.
그가 내세운 사상은 정치가적인 면모가 잘 드러납니다. 러셀은 그의 4원소설을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정치가에게나 어울릴 법한 타협안을 내놓았다.’ 탈레스의 물, 아낙시메네스의 공기, 크세노파네스의 흙, 헤라클레이토스의 불이라는 선대 철학자들의 이론을 잘 버무린 타협안을 내놓았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정치가다운 철학자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뤽 베송의 첫 SF영화 <제 5원소>에서 여주인공 리루는 세상을 이루는 마지막 원소를 ‘사랑’이라 말했습니다. 물과 바람, 불과 흙이 존재하되 이를 묶어주는 건 바로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엠페도클레스 역시 이들을 결합시켜주는 근원적 실체로 ‘사랑’으로 보았습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불화’ 혹은 ‘다툼’ 혹은 ‘미움’이라 번역되는 neikos를 추가했습니다.
그에게 있어 세상은 사랑만으로 이루어지는 한가로운 곳이 아닙니다. 치열한 투쟁이 존재하는 살벌한 곳입니다. 어제는 민주주의였다가 오늘은 참주가 도시를 지배하며, 누군가는 추방당하고 누군가는 사형당해야 하는 그런 곳이었죠.
그에게 ‘제 5원소’는 ‘정캄였습니다. 그는 물과 바람을, 불과 흙을, 사랑과 불화로 세상을 만든다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정캄가 세상을 만듦을 알았습니다. 실패했으니, 차라리 신이 되고자 에트나 화산에 몸을 던진 철학자, 엠페도클레스였습니다.
오늘은 이런 얘기를 나눠봐요.
1. 엠페도클레스 문장 중 인상깊었던 것은 무엇입니까?
2. 여러분에게 제 5원소는 무엇입니까?
3. 엠페도클레스는 결국 정치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여러분은 여러 사회 활동 중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4. 랜선독서모임 2기를 마무리하면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을 나눠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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