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손목시계, 과속하는 탁상시계, 그리고 거꾸로 가는 괘종시계-
손목에 채워진 싸구려 전자손목시계는 멈춘지 오래다.
웃긴 것은 언제부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건전지는 어떻게 바꾸는 건지,
도대체가 알 수 가 없다.
1초의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양을 측정할 수는 없지만
내 책상의 탁상시계는 어찌됐든 빠르게 과속하고 있다.
그 탁상시계는 너무나 빠르게 과속하여
나는 도저히 그 시간을 따라갈수 없고
결국에는 시간을 놓쳐버리고 만다.
거실의 괘종시계는
시침과 분침이 꼭 오른쪽으로 돌아야 된다는
생각을 비웃기라도 한듯 열심히 왼쪽으로 돌고있다.
그래서 그 괘종시계는
처음 12번의 종이 울리고 그다음은 11번 그다음은 10번,
이런식으로 거꾸로 종을 울린다.
나는 멈춘 손목시계와,
과속하는 탁상시계,
그리고 거꾸로 가는 괘종시계와 한 공간에서 공존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시간을 기준으로 어느 무엇도 할 수 없으며
과거와 현재, 미래따위는 나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다.
결국 나는 세가지 시계를 동시에 바라보며
담배 한대를 물고 담배연기를 내뿝고,
이내 사라지는 담배연기를 보며
나도 떠도는 공기 속에 스리슬쩍 사라지길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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