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 한정이지만, 황인우 (레이 황)의 '허드슨 강변에서 중국사를 이야기하다', '중국, 그 거대한 행보'를 추천드립니다.

황인우 교수는 이른바 매크로-히스토리, 대역사관이라는 관점으로 중국사를 통사적으로 풀어가고 있습니다.
위의 두권은 좀 비슷한 면이 있지만 다른 책이구요.
특히 후자가 더 잘된 책이고, 이 저자의 "1587년, 아무 일도 없었던 해"가 가장 유명하지만 위의 두 권을 먼저 읽고 봐야합니다.

황인우가 중국사를 보는 관점은 유물론적입니다. 만리장성이 정확하게 농업과 유목에 각각 적합한 토양을 만드는 강유량의 분기선, 즉 '15인치등우량선'을 따라 축조되어 있음에 착안해서 중국사는 철저하게 생산력이 결정해왔다는 것을 통사적으로 풀어갑니다.

거대한 제국을 이루었을 때 (기원전에 거의 현대에 가까운 통치체제를 구축한 진을 제외한 모든 왕조) 지역마다 토양과 생태계가 다른 거대한 대륙을 통치하기에 너무 버겁기 때문에, 기본을 소규모 자영농을 베이스로 하는 농경사회로 규정하고, 그 기준에 맞게 통치체제를 설계했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상공업은 당연히 위축되기 마련입니다.

농촌의 인구, 그에 대한 세금 규모, 가용한 병력 등등이 지역마다 다른데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니 늘 세수는 모자랍니다.
부족한 세수로는 충분한 관료를 먹여살릴 수 없고, 관료를 중심으로 하는 법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교를 중심으로한 일종의 촌락자치를 권장하여 제국은 자기의 힘을 정확하게 수치화할 방법이 없는 것이죠.
송나라라는 거대 제국이 망하는데 금나라가 투입한 병력은 6만입니다.
수세에 있을 때 이 제국은 필요한 병력을 모집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늘 당했던 것이죠. 북방유목민족이 소수지만 대륙을 종종 먹었던 이유는 그와 반대로, 수치화가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적당한 사이즈로 잘려있을 때 눈부신 발달을 했다는 사례도 있습니다.
위 촉 오 삼국시대를 생각하면, 제갈량이 벽지에 가까운 촉으로 들어가 수로를 개척해 농경지를 늘리고 비단생산을 크게 번성시킨 사례가 이에 해당하는 것이죠.

이런 경제구조에서 모택동의 자본주의 발아론, 즉 서구 열강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해도 중국은 알아서 자본주의의 싹이 틀 수 있었다는 주장이 논파됩니다.

제가 이 책들을 읽고 번쩍 눈이 띄인 건, 고스란히 중국제도를 도입했던 이 조그마한 땅에서 왜 거대대륙에서나 일어났던 부정적인 면이 똑같이 나타났는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역사시대 내내 수백만에 지나지 않았던 인구를 갖고 뭐가 그렇게 컨트롤이 안되었던 것인지 등등을 생각해볼 힌트를 많이 주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