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갱이가 굵은 안개의 입자들이 예루살렘 성을 감싸고 있었다. 성 문 앞의 두 남자는 안개에 묻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예수와 베드로. 곧 십자가형을 받을 반역자와 그의 수제자였다.
베드로는 예수를 가로 막았다. 씩씩거리는 베드로의 입김이 새벽의 안개보다 진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봐요. 선생님. 메시아 아니잖아요. 우리 지금까지 최면과 마술로 사람들을 현혹해왔잖아요. 기억 안 나요? '그들을 설득할 수 없기에, 그들을 속인다, 그들을 속이는 것이 이 세상의 선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선생님이 하신 말씀 아닙니까!"
베드로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그의 말은 빠르고 급했다. 그는 예수의 손목을 강하게 잡고 있었다.
"그랬지. 베드로. 내가 그렇게 이야기를 했었지. 그런데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인가..."
예수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아니, 선생님. 목숨이 두 개가 아니잖아요. 부활 못하잖아요. 죽으면 끝이잖아요. 그런데 지금 십자가에 못박히러 간다니... 이건 최면이 아니잖아요. 선생님. 사람들을 구원하는 것도 자기 목숨 생각해가면서 하셔야지요!"
예수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면서, 자신의 손목을 꼭 잡은 베드로의 손을 보았다. 그리고 가볍게 그 손을 잡고는 말했다.
"이것 봐, 베드로..."
"네?"
"슬립!"
예수는 베드로의 팔을 당기면서 그의 귀에 대고 최면적 주술을 건다. 깊이 편안하게, 깊이 편안하게, 깊이 편안하게.... 잠시 후 베드로는 눈을 뜨지만 그 눈은 분명 아까의 눈과는 다른 눈이다.
"베드로, 너는 새벽닭이 울기 전에 세 번 나를 부인한다."
"선생님, 우리가 함께 이 고초를 겪고... 제가 선생님을 부인한다니요?"
"베드로, 너는 이 모든 인류의 굳건한 반석이 될거야."
"아니 선생님. 갑자기 반석이라니... 무슨 소리에요? 선생님, 신 아니잖아요. 사람이잖아요. 죽잖아요. 부활이 없는 걸 알면서도 저 성에 들어가야하겠어요?"
"이봐, 베드로, 살아날 것을 알고 죽는 죽음이 의미가 있을까. 내가 사람이기 때문에 이 죽음이 의미가 있는 거야."
"선생님, 물을 포도주로 변하게 하고, 나사로를 살아서 걸어나오게 한 것처럼 이번도 역시 마술과 최면이지요? 그렇지요? 그렇다고 대답해줘요."
"베드로, 안타깝지만 아니야. 진짜 죽음이 아니라면, 이 죽음이 어떤 의미가 있겠나. 나는 인간으로서 죽고, 신으로서의 예수가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다시 살아날거야. 그들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의 새 계명을 줄 수 있다면, 이 한 생명이 아까울 리가 없지.:
"이런... 씨발! 제발... 선생님!"
"슬립!"
예수가 짧고 나직하게 외치자, 베드로는 눈을 감고 쓰러진다.
"베드로, 너는 지금까지의 대화를 모두 잊게 된다. 그러나 너는 예수 부활의 허구를 알게 되는 유일한 인물이 된다. 그리고 그 허구의 이면에 위대한 사랑이 있다는 것을, 부활을 전제로한 죽음이 아니라, 죽음을 전제로 한 죽음이 있다는 것을, 인류를 위해 죽은 한 인간이 있다는 것을 아는 유일한 한 사람이 된다. 최면 이후에 이 모든 것은 다 잊혀지고, 새벽닭이 울 때, 네가 기억하고 싶은 기억만, 즉 한 인간인 예수가 인류에게 전하고 싶어했던 사랑만 다시 되살아 날 것이다."
예수의 눈가에서 물기가 번들거렸다...
"너의 죄책감과 반성으로 너는 나의 사상을 전파하게 될 것이다. 부활을 전제로 한 죽음이 아니라, 죽음을 전제로한 죽음에... 너는 진정 인류의 반석이 될 것이다."
베드로는 홀린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다. 잠시후 예수는 성으로 들어가고, 몇 명의 병사들이 와서 베드로에게 물어본다.
"너, 예수를 따라다니던 놈 같은데 아닌가?"
"아니오. 나는 예수를 모르오."
베드로는 왜 자신이 이렇게 말하는지 모른다.
"너 정말 아니야?"
"정말 아니오."
자신이 왜 이렇게 말하는지 모른다.
"너 분명 예수라는 자를 몰라? 너 예수와 함께 다니는 걸 내가 봤는데?"
"내가 예수를 안다면, 내가 이 자리에서 죽겠소. 나는 정말 예수를 모르오!"
병사들은 베드로를 두고 다시 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 때... 새벽닭이 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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