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의 아이콘’ 방송인 손미나
방송인·저널리스트 등 쉼 없는 도전
스페인 홍보대사로 꾸준히 문화 알려
산티아고 순례길로 14번째 책 발간
이를 토대로 다큐 제작 … 감독 데뷔까지
행복 느끼는 조건은 배움·성장·연결
휴식은 일상 속의 루틴으로 넣기 추천
‘지나치게 열심히’ 병에는 경계해야
‘열심히’ 아닌 ‘슬기롭게’ 살기가 중요
다음 목적지는 유럽 … 한달살기 등 예정
현실 속 문제는 현실에 두고 여행 가야
여행지에 충실하고 미련 버리고 오기
그래야 본연의 삶·일상에 돌아와 행복
‘열심히 하지 않길 잘했다’가 새로운 미덕으로 떠오른 시대다.
손미나는 이에 역행하는 ‘도전’과 ‘배움’의 행보를 걷고 있다.
KBS 아나운서로 시작한 그는 본업인 방송인부터 여행가, 저널리스트, CEO, 유튜버, 영화감독 등 수많은 일을 거침없이 해내고 있다.
출간한 저서만 무려 14권에 달한다.
그는 스페인 전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고려대에서 스페인어문학을 전공하고, 2006년 스페인 홍보대사로 공식 임명됐으며 현지의 다채로운 문화를 꾸준히 대중에 소개했다.
최근에는 민간인으로서 최고 명예인 시민십자훈장도 받았다.
올해 만 50세, 최근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담아낸 다큐멘터리 ‘엘 카미노’를 유료 상영관에 걸며 영화감독 데뷔까지 마쳤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여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중이다.
12일, 손미나를 만났다.
-‘손미나’를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이런 행보를 걷는 이유는.
“누구나 저마다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조건이 있지 않나. 내게는 ‘배움’, ‘성장’, ‘연결’이 행복의 요소다.
천성이 호기심이 많고 긍정적인 편이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탐구하고 싶고, 무언가에 도전해서 실패하더라도 크게 좌절하지 않는다.
덕분에 많은 일에 도전하고, 실패나 실험을 거듭하다 보니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나아가는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힘든 순간들이 있다.
내 경우 약간의 고통은 심지어 즐기는 편이다.
이런 순간들을 잘 버티고 난 후에 얻게 되는 희열, 보람, 또 성장에의 기쁨을 한번 알면 다음부터는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진다.
배움과 도전, 성장이 멈춘 삶은 내게 생명력과 의미를 상실한 삶이다.
”
-하루 몇 시간 자나. 대략적인 일상과 루틴이 궁금하다.
“하루 7시간 정도 잔다.
내게는 매일의 휴식이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성공을 이룬 사람 중에는 이틀에 한 번 잔다는 분도 봤다.
내 경우 특별한 일이 없으면 10시에서 11시 사이 일찍 잠든다.
일상의 루틴은 아침에 눈을 뜨면 스트레칭으로 시작한다.
환기, 명상, 기본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
1~2시간의 운동도 챙긴다.
오전 시간에는 되도록 책상에 앉아 하는 업무를, 사람들과의 약속은 주로 점심시간에 잡는 편이다.
산티아고에 다녀온 뒤로는 식사 장소에 갈 때 웬만해서는 걸어 다닌다.
이때 주로 음악을 들으며 머릿속 생각들을 정리한다.
오후부터 저녁 식사 전까지는 회사 업무를 한다.
저녁은 아주 간단히 먹은 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등 새로운 콘텐츠를 접하는 일을 하는 편이다.
주말은 무조건 어머니, 동생 가족, 조카와 함께 지낸다.
”
 | | 순례길의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
-요즘 관심 많은 ‘웰니스적인 삶’의 표본이다.
열심히 살기 위한 재충전 노하우가 있다면.
“하루에도 수차례 ‘미니 베케이션’을 실행하는 것이다.
이는 머리가 아닌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하며 음악을 듣거나 하는 식으로 머리를 비우는 일 등을 말한다.
이를테면 ‘5분 하늘 보고 멍 때리기’, 15분에서 30분 낮잠자기 등이다.
집에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아무도 없는 장소나 차 안에서라도 잠깐 눈을 감는다.
재충전이나 휴식도 한꺼번에 하기보다는 일상 속의 루틴으로 넣어두는 것을 추천한다.
나 역시 예전엔 에너지의 120%, 150%를 쓰며 치열하게 살다가 번아웃 직전에 휴식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번아웃을 한번 겪고 난 뒤 마음챙김에 대해 공부하고, 상담받고 실제로 그것을 이겨 내기 위한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면서 패턴이 바뀌었다.
이와 함께 규칙적인 수면과 운동, 건강한 식사, 그리고 무리한 스케줄을 잡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
-‘열심히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가 청년들에게 미덕인 시대다.
어떻게 생각하나.
“기성세대 일부에서 요즘 젊은이는 ‘꿈도 열정도 부족하다’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을 던지는 것을 안다.
인생의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것인 만큼 후회 없이 보내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열심히’ 병에 걸리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고 믿는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죽도록 달려나가는 게 미덕인 것으로 여겨졌는데, 요즘의 아이들은 이와 정반대되는 철학을 갖고 산다.
이는 젊은층이 봤을 때 이전 시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따라 하다가는 행복하기 힘들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의미일 것이니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중요한 것은 ‘열심히 살지 않아 다행’으로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열심히’가 아니라 ‘슬기롭게’ 우리 앞에 주어진 삶을 잘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지혜를 모으는 일일 것이다.
”
-최근에 신간을 발행했다.
몇 번째 책인가.
“<괜찮아, 그 길 끝에 행복이 기다릴 거야>는 14번째 책이다.
이번 책은 산티아고 순례길 800㎞를 걸으며 머리와 가슴 속에 피어올랐던 생각과 깨달음, 그 길 위에서 발견한 위로와 희망, 나에 대한 새로운 발견 등에 관한 글이 담겼다.
눈이 시리게 아름다웠던 산티아고 길의 사진들뿐 아니라 큐알 코드를 이용해 영상도 담았다.
산티아고 길을 함께 걸은 느낌이라는 독자들의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기쁘다.
”
-이를 토대로 다큐로 만들어 극장에도 걸었다.
그 뒤로 어떤 일이 있었나.
“전국의 극장들을 돌며 무대인사를 했는데 정말 가슴 따뜻한 순간들이 많았다.
다큐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인터뷰, 그들의 사연과 각자만의 ‘걷는 이유’ 등을 통해 용기나 위로를 얻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었다고 본다.
인물들의 이야기 속에 우리 모두의 삶이 조금씩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고도 미동도 않고 끝까지 앉아 있는 분들, 눈시울이 붉어진 채 극장을 나서는 분들 등을 보며 정말 기뻤다.
특히 GV(Guest Visit)에 참석하신 한 노신사께서 ‘이 영화를 만든 것만으로도 이 세상에 태어난 보람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격려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를 정도로 감동을 받은 일이 있었다.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
-책에 담긴 내용은 영화와 어떻게 다른지.
“책에는 좀 더 자세한 뒷이야기들을 담았다.
영화에서는 시간적 제약 때문에 중요한 시퀀스만을 발췌해 편집해야 했다.
책 속에는 내 마음의 변화도 더욱 상세하게 묘사했고, 길 위에서 만난 친구들의 사연도 더 자세히, 또 더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영상으로도 아름다운 풍경을 맛볼 수 있지만, 미처 영상 속에 담지 못한 소소한 재미를 느꼈던 순간들이나 빠르게 지나간 장소들의 모습 등을 사진으로 볼 수 있다.
”
 | | 산티아고 순례길 표지석 |
-다음 여행 목적지는 어디인가.
“얼마 전 스페인의 포르멘테라 섬에 한달살기를 다녀왔다.
올해는 이와 유사한 프로젝트가 몇 개 더 있다.
우선, 다시 한 번 포르멘테라에 방문할 예정이다.
최근 다녀왔을 때는 아직은 수온이 낮아 바다에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에 여름에 수중 스포츠 등을 하기로 미뤘다.
세상에서 물이 가장 맑다는 포르멘테라 바다에서 스쿠버 다이빙, 스토콜링 등을 할 계획이다.
이후에는모나코와 안도라를 한달살기 콘셉트로 다녀올 예정이다.
결론적으로 다음 목적지는 유럽이다.
”
-국내에도 특별한 인연이 있는 여행지가 있나.
“최근 코로나 기간 동안 가족과 휴가로 찾았던 포항과 여수가 특별하게 여겨진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역병의 시대, 서로 힘든 마음을 기대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우리나라에 이토록 아름다운 곳들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 장소들이다.
우리 가족은 주로 집 한 채를 빌려 머물며 인적이 드문 작은 해변 등에 가서 피크닉을 하고 산책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
-여행을 떠날 때 어떤 마음을 가져야 즐겁게 다녀올 수 있나.
“여행을 떠날 때 많은 이들이 범하는 오류가 ‘현실 속의 문제’를 마음속에 가득 안고 가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풀리지 않는 일이 갑자기 여행지에 간다고 해결될 리 없다.
여행을 잘하고 실제로 재충전을 해서 돌아오는 방법은 현실 속 문제는 현실에 두고 여행지로 떠나는 것이다.
여행지의 매 순간에 충실하고, 돌아올 때는 여행지에 대한 미련을 끌어안고 오지 않는 것. 그래야 본연의 삶으로, 일상 속으로 돌아와 행복할 수 있다.
”
-지금 하는 일 말고, 또 어떤 재미난 일을 계획하고 있나.
“앞으로는 한국과 스페인어권 국가들 사이의 다리 역할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며 살고 싶다.
인생의 목표 중 하나는 ‘내가 가진 능력이 꼭 필요하고 가치 있는 일에 쓰이는 것’이다.
”
손미나는?
고려대 졸업 후 1997년 KBS 24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이후 작가, 언론사 편집인, 인생학교 교장, 강연가, 인플루언서, 프로 여행러, CEO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자유와 도전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손미나는 “결국 내가 하는 일은 ‘커넥터’”라고 말한다.
이야기 수집과 스토리 텔링으로 사람과 사람을, 문화권을, 과거와 미래를 연결한다.
그는 자신을 이야기를 수집하고 말과 글, 영상으로 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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