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이란 것은 어째서 이렇게 나를 괴롭게 하는가?

나는 어릴적 부터 궁금한 것은 못 참는 성격을 가진 놈이었다. 원래부터 인간의 본성은 의문을 가지고 살며 그 의문이 풀리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의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그 정도가 정상적인 범위 보다는 심각한 수준에 미쳐있었다.

증거를 대보자면 11살적의 예를 들 수가 있다. 즉, 초등학교 4학년 시절. 그 당시, 나와 친구는 학교 교실에서 번갈아가면서 햄스터를 키우고 있었다. 그 햄스터가 사는 곳은 내 사물함이었으며, 사물함 바닥에는 신문을 깔고 그 위에 톱밥을 깔고 먹이도 있고 쳇바퀴도 있고 심지어 전구의 전원도 켜져 있었다.

햄스터는 냄새가 조금 났지만 키우는 건 즐거웠다. 친구도 그렇다고 생각했으며, 거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햄스터는 출산을 했고 귀여운 아기햄스터들을 낳았다. 그러나 좁은 사물함에 갇혀 있던 것이 문제가 되었는지 무엇이 문제가 되었는지는 지금 생각해봐도 모르겠지만 어미 햄스터가 극심한 스트레스로 새끼 햄스터 한 마리를 잡아먹은 것이었다.

그걸 최초로 발견한 것은 나였다.

그리고 궁금증은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

‘햄스터 고기는 무슨 맛이 날까?’

이 것에 대한 궁금증은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이상하리만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른 궁금증이야 많았다.

‘햄스터는 어째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는가?’

‘햄스터는 어째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기가 낳은 새끼를 잡아먹는가?’

그 중에서도 하필 햄스터 고기는 무슨 맛이 날까에 대하여 궁금했다니. 나도 억수로 운이 없었나보다.

그 궁금증은 내 마음과 뇌에 천천히 잠식하여 살금살금 기어 다니며 후벼파먹기 시작했다. 11살의 어렸던 나는 하루 종일 햄스터 고기가 무슨 맛이 날까라는 궁금증의 노예가 되어버렸다.

나는 햄스터 새끼가 죽고 난 후, 그 다음날 학교가 끝나고 같이 기르던 친구를 먼저 보냈다. 그리고 교실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햄스터 새끼와 지금까지 정성스레 길렀던 어미 햄스터를 가방에 넣고 집으로 향했다.

‘햄스터 고기는 질길까? 아냐. 아냐. 외관상 물렁해 보이니까 아마 연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비싼 한우 맛이 날까? 에이 설마, 싸구려 햄스터인데 비싼 한우 맛이 나겠어? 그렇다면 삼겹살? 아니 도대체 무슨 맛일까?’

집으로 가는 내내 햄스터의 맛이 무엇인지에 대해 내 마음과 뇌는 열띤 토론을 했고 직접 내 입속에 햄스터 고기를 넣기 전까지는 풀리지 않을 궁금증이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방으로 들어온 나는 가방에서 어미 햄스터와 새끼를 포함한 세 마리를 꺼냈다. 낑낑대는 소리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소리로 들렸지만 나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그런건 아무래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연필꽂이에 있던 커터칼을 들어서 햄스터 한 마리를 낚아채고 곧바로 배를 갈랐다. 집에 마침 아무도 없었기에 요리를 해먹기에는 충분했었다. 배를 가르자 붉은 피와 햄스터의 끽끽대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내장이 쏟아졌고 그 어린나이에 손질이라는 건 전혀 몰랐던 나는 얼핏 Tv에서 보던 고기 손질법만 떠올리면서 내장을 쏟아 내버리고 두툼한 부분만 잘라내어 접시에 옮겼다.

프라이팬에 살살 기름을 두르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한 생명에 불과하던 어미 햄스터와 그 햄스터의 새끼들이 고깃덩어리가 되어 접시에 올려져 있던 걸 본 나는 무언가 떨떠름함을 느꼈지만 그 녀석들의 고기가 어떤 맛인지 궁금했기에 그런 건 도무지 상관이 없었다.

나는 잘게 손질된 고기를 프라이팬에 올렸고 고기는 노릇노릇 익어가기 시작했다. 맛 좋아 보이는 향기가 코로 들어왔다. 어느 정도 익었다 생각했을 쯤, 나는 그 고기들을 다시 접시에 담아 소금과 참기름을 풀은 양념장에 푹 찍어 입으로 넣었다.

“맛없어.”

고작 나는 그 한 마디를 내뱉었지만.

궁금증은 풀렸다. 그리고 그 궁금증이 풀린 순간, 나는 알 수 없는 희열을 느꼈다. 그건 지금까지 느껴본 적도 없었던 최대의 쾌락이자 희열이었다.

햄스터였고 고깃덩어리였고 내 몸의 영양분이 되었던 그 ‘덩어리들’은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어서 버려졌지만.

같이 햄스터를 기르던 친구가 나를 탓하며 내 부주의함으로 인해 햄스터가 도망갔다고 하며 절교했지만.

나는 그 이후로 ‘궁금증’이란 것은 해소된 순간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쾌락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장담했다.

그렇게 성인이 된 나는 이따금 궁금증 해소의 쾌락의 시초가 되었던 초등학교 4학년 시절을 떠오른다. 그것을 계기로 나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 궁금증의 큰 단점이 있다면, 그 의문점이란 건 1년마다 딱 한 번 찾아온 다는 것이었다. 물론, 자잘한 의문점이 찾아올 때도 있지만 그 의문점을 해결 하지 않아도 딱히 불안 증세나, 두드러기나, 극한의 스트레스가 찾아오지도 않았기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됐었다.

그건 랜덤이었다. 동시에 나에게 있어서 불가항적 메시지였다. 거대한 의문점이 찾아오는 것은 1년마다 딱 한 번이었지만 그게 겨울인지, 여름인지, 봄인지, 가을인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그건 겨울에 찾아올 때도 있었고 여름에 찾아올 때도 있었다. 정말 다행히도 반사회적이거나 비인륜적인 의문점은 들지 않았었다.

예를 들어,

‘사람을 죽이면 어떤 기분일까?’

‘사람의 고기는 어떤 맛일까?’

‘여자를 강간하면 어떤 기분일까?’

그런 더럽고도 추잡하다고 느낄 수 있는 의문점은 절대로 들지 않았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찢을 수 있는 의문점은 든 적도 있었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는 변태스러운 행위라던가 나를 하루 종일 때리면 어떤 기분일까 같은 의문점이 든 적도 있었다.

물론, 20대 중반 무렵 이건 확실히 정신병이 아니고선 설명할 수가 없겠다고 느꼈다. 10년 이상, 1년마다 지속되어온 그 ‘의문젼과 ‘의문점의 해소’에 대하여 아무리 생각해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정신병’이라는 한 단어뿐이었다.

“음......, 강박증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일단 심리치료와 약을 병행해서 치료하면 증상이 호전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정신과 의사는 그렇게 말했고 나는 일주일에 네 번씩 심리치료와 6개월간을 약을 먹으면서 진행했다. 그러나 그 의문점은 또 나타났고, 정신과 의사는 고칠 수 없는 병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나를 포기했다. 이 개같은놈 말을 믿는 것이 아니었는데.

아무튼 이번년은 아직까지 의문점은 들지 않았다. 8월의 더운 날씨를 버티는건 어떤 기분일까 같은 아주 기본적이고도 평범한 의문점이 들면 좋을련만. 의문점이란건 그렇게 간단한 의문점은 또 아니었으니 어떤 의문점인지는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남들이 보기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회사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며 거울을 바라본다. 그냥 남들이 보기에 나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밖에 보이지 않겠지. 어느 그 누가, 어떤 그 누가 나를 의문점을 해소하지 않으면 죽어버릴 정도로 괴로워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을까.

"K씨. 오늘 전체회식이니까 꼭 참석하면 좋겠네.“

퇴근 시간이 다가올 쯤, 부장이 내게 다가와서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안 가면 알아서하라는 말인 것은 사회생활 하루만 해봐도 누구나 알겠지만 다 가기 싫은 마음인건 공통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 부장이 슬쩍 테이블에 포장상자 하나를 내민다.

“아, 이건. 창립기념일이라고 뭐 수건 같은 건데 아까 K씨만 안 받아가서 말이야. 집에 갈 때 챙겨둬.”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부장이 자리를 뜨고 난 후에 대충 상자를 테이블에 던졌다. 허나, 상자는 잘못 맞고 파티션 사이로 떨어져버렸고 짜증 섞인 한숨을 내뱉은 나는 고개를 숙이고 어두운 파티션 사이를 쳐다보았다. 상자는 내 테이블이 아닌 반대편 H대리 테이블 파티션 쪽으로 떨어진 것을 확인한 나는 욕지거리를 조그맣게 내뱉으며 왜 저기까지 간 거야 하고 뺑 돌아서 파티션 사이에 끼어있던 상자를 뺐다.

“어우, 진짜......”

내가 상자를 주워서 그렇게 말한 순간, 온몸의 모든 피가 끓는 기분이었다. 주변의 모든 대화가 정지하고 우주에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 되었다. 암흑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확실했다. 이 느낌. 이건.

‘전혀 뺄 수 없을 것만 같은 사이에 껴버린 상자를 빼면 어떤 기분일까?’

발끝부터 시작해서 종아리, 무릎, 허벅지, 허리, 가슴, 목, 그리고 머리까지 그것이 전달되는 건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그 생각을 느끼고 온 몸에서 변화가 일어난 것은 달팽이보다도 더 느리게, 천천히 시간이 지나고서였다.

나는 의자에서 다리를 미친 듯이 떨었다. 온 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기분이었다. 손바닥을 쥐었다가 폈다를 몇 십번 반복했다. 목덜미를 미친 듯이 긁고 시계만을 바라보았다. 야근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그 생각뿐이었다.

“자, 오늘 회식도 한 번 즐겨보자고.”

6시가 되자 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애써 안정심을 유지하려고 표정을 굳혔다. 회식이고 나발이고 지금 이 상황에서 이 의문점을 해결하지 않으면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 아니,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상자, 상자. 상자. 아무 상자나......, 빨리......”

내 상태를 유심히 본 H대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저......, 괜찮아요? 안색이......”

“어? 아아, 어......, 갑자기 몸이 안 좋아서......, 부장님한테 회식은 빠진다고 좀 전해줘.”

“네? 말도 안돼요. 그 회식 빠지면!”

“아니! 좀 말좀 해줘! 씨......, 아, 아니야.”

“역시 이상해요. 몸 어디 불편한거 맞죠?”

“아무튼 말좀해줘.”

그 말을 끝으로 H대리와 부장이 부르는 소리도 무시한 채, 짐을 챙기고 부랴부랴 회사를 뛰쳐나왔다. 회식이고 나발이고 지금 의문점에서 나를 구하지 않는다면......, 어찌 될지는.

아니 잠깐만, 지금까지 내가 의문점을 해소하지 않으면 어떻게 됐었지?

지난해와 그 작년의 해를 떠 올려본다. 그 때도 정말 죽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지 실제로는 죽지 않았었다. 다만, 의문점을 어떻게든 해소하려고 했었으니까.

그럼 그냥 죽는 건가?

지금 와서 그딴 것이 뭐가 중요하지? 벌써부터 셔츠는 식은땀에 푹 젖어있고, 거울은 보지 않았지만 다 죽어가는 송장마냥 초췌해 있을 것이 분명했다.

궁금증이란 것은 어째서 이렇게 나를 괴롭게 하는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쓰레기봉투가 널브러진 전봇대 주변을 살펴보았다. 상자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야 그렇겠지. 폐지 줍는 노인들이 다 가져가니까! 나는 머리를 쥐어뜯는다. 손톱도 같이 물어뜯는다. 발을 동동 구르다가 일단 집으로 가서 확인해보자는 생각을 한다.

“빨리......, 빨리......”

미친 사람처럼 길거리로 뛰어가서 택시를 잡으려고 애를 썼다. 택시는 3분만에 잡혔지만 그 3분이라는 건 나에게 30분과도 같았다. 그만큼 절박할 정도로 의문감에 대해서 갈망하고 있었다. 의문감에 굶주린 흡혈귀처럼 그것을 쫓고 그것에게서 해소되어야만 나라는 인간은 존재했었다. 인간의 궁금증은 이토록 무서우리란 것은 나만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게 어떠한 궁금증이건 하다못해 황당하고 어이없을 정도의 궁금증이라고 해도 인간을 옭아매는 것은 변함없다는 건 사실이다. 궁금증이란건 그런 것이자, 인간을 괴롭혔던 원초적인 감정이었다는 것을 항상 깨닫는다.

“궁금증......, 궁금증......”

택시에서 내가 그렇게 계속 중얼거리자 식겁한 표정의 택시기사가 백미러에 비춰진 나를 보고 있었다.

“괜찮은거요?”

“궁금증......, 궁금증......, 네. 괜찮, 괜찮습니다. 그것보다 빨리 좀 가주세요. 제발.”

택시가 집 앞에 도착하자마자 만 원짜리 지폐를 던지고 거스름돈은 됐다는 말을 하고 곧바로 문을 열고 집까지 뛰어갔다. 집 근처의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곳에는 박스는 하나도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돈을 주고 사서라도 박스를 모아놓는 것이 좋았을텐데. 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늦어도 한참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