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부터 25년을 함께 지낸 친구들 단톡방에서 동네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5km, 10km, 하프, 풀코스로 참여할 수 있는데, 단체로 한 번 해볼까?

5km로 하자, 이왕하는 거 10km 해보자, 이거 왜 하는데?
4명이 모인 단톡방이 시끄러웠다. 
 
결국 친구 4명은 10km
친구 아내, 우리 아내 2명, 자녀 4명은 5km 코스로 신청했다.
(당일에는 친구 아버지, 친구 조카까지 총 12명이 달렸다.)
 
여담으로 마라톤 참가비는 5km는 상주시민 20,000원(상주시민 10,000원) 10km와 하프는 45,000원이었다.
풀코스는 50,000원(이건 뭐 평생 몰라도 될 것 같다.)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참가 기념품이 5km는 마라톤 신발이나 티셔츠였으며, 
10km는 패딩이나 네파 시계였다. 
이정도면 참가비가 전혀 아깝지 않은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팀 이름은 뭘로 하지?
여기서 이런 저런 드립이 난무하다가. 
멋진 이름이 하나 나왔다.  

Bralstars 
브랄스타즈
지금 생각해도 부끄럽고 우리에게 딱 어울리는 팀명이다. 
팀명을 정하고 나서, 문뜩 드는 생각
혹시 등번호에 팀명이 나오진 않겠지?
설마 나오겠어?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고 했던가.
 
나왔다.
Bralstars 
그래도 작아서 잘 안보이니까. 다행이었다. 

마라톤을 신청하고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있엇다. 

개인적으로 군대에서 구보좀 했던 1인이다. 

물론 23년 전이지만 내 다리는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 믿었다. 

제대 후 운동을 안했지만 10km쯤은 껌이지, 

라고 생각을 하고, 한 번 가볍게 달려보았다.
 
쉬트!!!
 
허접한 체력의 몸뚱아리를 확인하고, 그날부터 틈틈히 런닝, 산책, 등산을 다녔다. 
다른 친구들 역시 오랜만에 몸을 쓰는 것이다보니 각자의 방법으로 마라톤을 준비했다.

한놈은 안했다. 
자기를 챙겨서 갈 녀석이 있을 것이라 믿고 있는 놈이다. 
우정을 다지기 위한 마라톤이 흔들린 우정이 되는 날이 되지는 않겠지? 
라며, 자신을 챙겨갈 것을 정기적으로 부각시켰다. 

그렇게 2023.11.19(일) 마라톤 대회날이 다가왔다. 

가족들과 함께 경기장으로 향했다. 

기념품 수령하고, 경품추첨 탈락을 확인하고, 인증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출발시간이 다가왔다.
풀코스, 하프코스, 10km, 5km 순서로 순차적으로 출발했다. 
10분 정도 달리자 두 녀석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난, 충분히 순위권을 노릴 수 있는 실력이었지만, 

마라톤 준비를 하지 않은 친구녀석을 버릴 수 없었다.
그녀석과 함께 하기로 마음 먹었다. 

녀석이 걸을 때 같이 걷고, 녀석이 달리면 함께 달렸다. 
그렇게 우리는 완주를 해버리고 말았다. 

다른 두 녀석은 우리보다 20분 일찍 도착해 우리를 마중해주었다. 

물론 내가 달렸다면 녀석들보다 빨리 들어왔을터!!!
녀석들 운 좋았다. 

 5km를 달린 아이들과 아내들도 우리보다 먼저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안전하게 완주를 마쳤다. 
 
중국집에서 회포를 풀면서
다음에는 1시간 주파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렸다. 
땀 한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이런저런 무용담을 나누었다. 

 함께 달린 2학년, 4학년, 5학년 아이들 칭찬과 소소한 보상도 잊지 않았다.
완주 메달을 보며 좋아하는 아들의 모습이 뿌듯했다.
 
처음 경험해보는 마라톤이었는데, 친구들과 함께 준비하는 과정이 뜻깊었다. 
서로 런닝 시간을 공유하고, 격려하며 응원했다. 
 
함께 달리고, 함께 먹고, 즐기는 그 시간이 참 소중했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함께 오래도록 즐기자.
브랄스타즈 친구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