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에서 한국 대표팀 패했지만 팬들, 대표팀의 투지에 박수 보내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포르투갈 승리 꼽혀…우르과이전 결과 촉각
롤드컵 유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태극기 새긴 문구 각인
“모든 경기가 인생이고 드라마였습니다.
”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응원을 위해 밤을 새웠다는 축구팬 이후섭(36)씨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대한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이씨는 한국과 브라질의 16강전 경기를 보기 위해 반차까지 썼다.
지난 월드컵 때까지는 실망하고 싶지 않아 아예 승리에 대한 기대도 하지 않았다는 이씨지만 이번 대회는 한국 국가대표팀 유니폼도 사고 여러 사람과 함께 응원도 하면서 매 경기 몰입했다.
 | 지난 3일 새벽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예선 한국과 포르투갈 경기 합동 응원에 나선 붉은 악마들이 한국 김영권이 동점골을 기록하자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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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비록 8강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실망하지 않는다”며 “한국 축구가 충분히 경쟁력 있는 모습으로 12년 만에 16강에 진출했고 그 전 대회에서 많은 아픔을 겪었던 대표팀, 특히 당시 막내급이었던 손흥민 선수가 어엿한 캡틴이 되어 팀을 16강으로 이끌었다는 게 너무 멋있었고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선수들은 보여주고 증명했다”며 대표팀에 박수를 보냈다.
6일 진행된 브라질과의 16강전 경기에서 한국은 큰 점수 차로 패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을 격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거리에서, 호프에서, 집에서 경기를 보며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낸 시민들은 상대와 실력 차가 컸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투지에 감동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월드컵에 생애 첫 광화문 거리 응원을 나갔다는 김모(27)씨는 “경기에서 져서 허탈하고 아쉽긴 했다”며 “하지만 현장에서 모두 하나가 돼 응원을 하는 모습에 감동했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이 고마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가 열린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붉은 악마와 시민들이 응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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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이모(20)씨는 “시험 기간이지만 축구를 정말 좋아해 친구들과 밤새 치킨집에서 떠들며 축구를 봤다”며 “브라질이 너무 강했던 탓에 아쉽기도 하지만 월드컵 덕분에 전 국민이 단합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축구팬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12년 만의 16강 진출을 확정한 포루투갈 전을 최고의 순간으로 꼽았다.
당시 포르투갈에 0대1로 끌려가던 경기를 2대1로 뒤집었고,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가 끝날 때까지 팬들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16강 진출이 확정되던 순간 한국 선수들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은 마음”이라는 문구가 쓰인 태극기를 펼쳐 보이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강모씨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역전 골을 넣어 16강에 진출하고 승리의 뒤풀이를 하는 그 장면을 보고 또 봤다”며 “나도 끝까지 나의 필드에 남아있으면 그런 역전 골을 넣을 순간이 올 것이라고 믿고 상상했다”고 말했다.
 | 3일 오전(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성공한 대표팀 황희찬(왼쪽부터), 황인범, 김민재, 나상호가 기쁨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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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은 ‘롤드컵’이라고 불리는 PC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2022년 월드 챔피언십에서 유래한 문장이다.
당시 최약체 팀으로 꼽혔던 DRX의 주장 김혁규(데프트) 선수가 본선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패배한 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패배에도 무너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끼리만 안 무너지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말했고 이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나갔다.
그리고 DRX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이 문장은 ‘언더독(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 승리’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고,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회자되며 ‘도하의 기적’을 이뤄낸 한국 국가대표팀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됐다.
이날 브라질과의 경기는 새벽 4시에 시작됐지만 광화문에는 지난 경기보다 많은 3만5000∼4만명(붉은악마 추산)이 모였다.
이는 애초에 예상했던 1만5000명을 훌쩍 뛰어넘은 숫자다.
앞선 우루과이전에는 2만6000여명, 가나전에는 5000여명, 포르투갈전에는 2만여명이 거리 응원에 나섰다.
붉은악마 측 관계자는 “늦은 시간임에도 지난 경기보다 더 많은 분이 찾아주셨고 큰 점수 차로 지고 있었지만 대부분 끝까지 남아계셨다”며 “브라질이 세계랭킹 1위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고 졌다고 비판하기보단 대표팀이 그동안 잘해왔다며 응원해주셨고 월드컵을 즐기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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