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준 감독이 연출한 <리미트>는 노자와 히사시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유괴 사건을 맡은 한 경찰이 자신에게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느 날, 유괴사건이 벌어지고 경찰들은 유괴된 아이의 부모집으로 모입니다. 아이엄마인 연주(진서연)는 유괴범과의 통화를 끝내고 쇼크로 쓰러집니다. 연주를 대신할 가짜 엄마 역을 하기 위해 반장 성찬은 소은(이정현)을 투입하게 됩니다. 과거의 유괴 사건의 실패로 인해 트라우마가 있는 소은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역을 맡게 됩니다.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유괴범은 소은이 연주를 대신하는 대역임을 알고 심지어 소은의 아들을 유괴합니다. 그리고 소은을 이용해 돈을 제대로 챙기려고 합니다. 소은은 어쩔 수 없이 동료 경찰들을 따돌리고 유괴범에게 돈을 주려고 지시한 장소로 가게 됩니다.

아마도 이정현이 맡은 최초의 경찰 캐릭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맡는 유괴 사건이라는 콘셉트는 충분히 메인 캐릭터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자신의 아이까지 유괴를 당한 상황이니 더욱 더 주인공의 액션은 능동적일 수밖에 없고요. 영화 중반부까진 직업적인 경찰로서 유괴 사건에 임한다면 중반 이후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고 아이를 잃은 상황에서 캐릭터는 급변 합니다.

소은과 유괴범이 만나는 순간 범인들에게 큰 비밀이 있어 보이지만 약간은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어 보인다는 것도 예상가능 하고요. 포스터를 보더라도 누가 범인인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범인의 정체보다 그들이 어떻게 그 상황에 놓였는지가 중요한데 이야기는 쉬운 길을 선택합니다. 폭력적인 가정 아래에 자랐다는 설정과 그 가정에서 서로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남매의 콘셉트가 악당이 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죠.

경찰 역의 이정현의 모습은 낯설었지만 엄마로서의 이정현의 모습은 꽤나 감정이입이 잘 되었습니다. 역시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끄는 데엔 전혀 문제가 없는 배우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조금만 더 받쳐주었다면 괜찮은 작품이 되었을 것 같은데 그 점이 좀 아쉬웠습니다. 최근 10년간의 이정현의 모습을 보면 큰 영화의 조연 역이나 작은 규모의 영화에서 좀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나 <헤어질 결심> 같은 영화를 잘 알 수가 있습니다.

세 여배우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라 어떨지 궁금했는데 이야기의 아쉬움이 살짝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세 여배우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고 문정희의 캐릭터가 아마도 호불호가 나뉠 것 같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