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희인 감독이 연출한 <아버지의 마라탕>은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처음 마주치게 된 이복 자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마라탕을 운영하는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큰 딸을 오랫동안 왕래가 없었던 아버지의 마지막을 위해 장례식을 치룹니다. 한창 장례가 진행되는 도중 처음 보는 두 여성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큰 딸은 두 여성을 보자마자 이복동생이라는 것을 알아챕니다. 처음 보는 동생들이지만 생각보다 좋은 관계로 셋은 지내게 됩니다.

남편과 이혼 후 홀로 생활을 해왔던 큰 딸은 아버지의 마라탕 집을 처리해야 하는데 그것이 전혀 쉽지가 않습니다. 나름의 단골과 전통이 있는 가게였고 직원들도 자부심으로 가게에서 일을 해 온 모습 때문에 더욱 더 가게를 팔지 못합니다. 결국 그녀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마라탕 집을 운영합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 전에 만들어 놓았던 소스가 떨어지자 문제가 발생합니다. 주방장은 아버지의 레시피를 몰랐고 결국 큰 딸이 스스로 아버지의 소스 맛을 찾아야 되는 상황에 놓입니다. 이 상황에서 이복동생들이 그녀를 도와주러 홍콩으로 돌아옵니다.

각기 다른 엄마를 두고 있는 세 자매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상속 문제 따위에 집중하지 않고 사이가 썩 좋지 않았던 아버지의 과거 모습과 딸에 대한 나름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큰 딸 입장에선 자신의 엄마를 버리고 떠난 남자이기 때문에 용서가 쉽지 않았지만 나머지 두 딸은 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이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성인이 되어도 남아 있더라고요.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것은 둘째 셋째 딸이 장례식 이후 본인의 집으로 돌아가서 펼쳐지는 에피소들이었습니다. 둘째는 프로 당구 선수로 입지를 다져가지만 친모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또한 그녀는 전 남편 그러니까 둘째의 아빠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도 반대했습니다. 셋째의 경우 엄마도 이미 떠났고 아버지 마저 떠난 현재 외할머니와의 소통이 아주 중요한데 상당히 애틋하게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물리적으로 가까운 사이에서의 갈등이 좀 더 부각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30살이 훨씬 넘어 처음으로 만난 이복 자매들의 관계가 더 좋아 보이는 아이러니가 흥미롭더라고요. 역시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의 총합은 어떻해서던지 평균값으로 수렴하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