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 감독이 연출한 <고속도로 가족>은 휴게소에서 사람에게 돈을 빌려 생활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기우네(정일우) 가족은 휴게소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끼니를 때웁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인근에서 중고가구점을 운영하는 영선(라미란)이 이들을 만나게 되고 그녀는 기우 옆에 있는 기우의 임신 중인 아내 지숙(김슬기), 그리고 두 아이의 모습이 안쓰러워 원래 빌리려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떠납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휴게소에서 또 돈을 빌리고 있는 기우를 발견함과 동시에 너무 위험해 보이는 두 아이의 모습에 그녀는 경찰에 기우를 신고합니다. 결국 기우는 경찰에게 붙잡히고 영선은 남아있는 지숙과 두 아이를 자신의 중고가구점으로 데리고 옵니다. 영선의 남편 도환(백현진)의 반대가 있었지만 영선은 지숙을 가구점에서 지내게 해줍니다. 지숙은 떠돌이 생활보다 안정적인 집에서 생활하는 안온함과 더불어 영선이 아이들의 교육을 도와주는 등 행복한 일상을 보내게 됩니다. 그런데 기우가 경찰서를 탈출해 가구점으로 오면서 잠시 동안의 행복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어가는 듯 보입니다.

유사 가족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작품들이 그러할 것이고 최근작으론 <어느 가족>이 있습니다. 국내영화에서도 수많은 특히 독립영화에서 유사 가족의 이야기는 지속으로 제작되고 있고요. <고속도로 가족>은 신문에 거재될 수 있는 한 가족의 모습을 영화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붕괴된 한 가족이 결국 길가로 나오게 됩니다. 가장은 다른 많은 방법들이 있긴 하지만 가족은 함께 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두를 힘들게 하고 심지어 9살인 딸이 학교도 가지 않은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영선이 이 가족을 품는 이유는 비교적 직접적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상실에 오는 것이고 영화를 보지 않은 관객들도 이 상실은 어디에서 오는지 바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연결되는 부분이 바로 지숙의 임신과 출산이기도 합니다.

배우들의 좋은 연기와 앙상블이 있지만 결국 이야기의 신선함이 어쩔 수 없이 떨어지는 건 사실입니다. 그동안 비슷한 이야기를 수십 번은 봤기 때문에 그 안에서 색다른 점을 찾기란 정말 힘들더라고요. 좀 더 장르적으로 갔으면 어땠을까 생각도 잠시 해 본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