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들을 좋아합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나 <바닷마을 다이어리> 같은 영화들은 제 인생영화급이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의 영화들에 반감이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그의 영화들에 깊숙히 박혀있는 코드는 '가족'입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는 어떤 부모가 참부모인가에 대해 뒷통수를 제대로 갈겨줬고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는 너무나 잔잔하지만 따뜻한 미소를 짓게 해주었죠.

그런데 호평 일색에 그에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까지 안겨준 <어느 가족>부터 저에겐 깊은 반감을 품게 되더군요.

과연 영화 속 가족 아닌 가족을 진정한 가족의 표본으로 내세우는게 맞는것인가? 그들은 서로를 이용해먹었을 뿐인데?

도데체 왜 만들었는지 이해못할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과 한국에서 조차 공감받지 못한 <브로커>까지....

진정한 가족을 찾아간다는 구실로 억지로 가족 맺어주기는 이제 그만뒀으면 싶은 마음만 커졌는데....

그럼에도 이번엔 어른들을 배제하고 두 아이들만 내세운 영화는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한 듯 싶어서 <괴물>이 궁금했고 기대도 해봤는데....

이벤트 당첨 영화는 왠만하면 좋게 포장하려는 편인데,

이번 영화 <괴물>은 도저히 그러질 못하겠네요.

퀴어 취향은 아니지만, 굳이 동성애를 비난하거나 배척하지는 않는데....

아.... 굳이 초딩들까지 동성애의 프레임을 씌워야만 했는지....

그리고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갑질과

그로 인해 완전히 파괴된 교사의 삶을 계속해서 여과없이 사정없이 토해내는데....

아..... 정말 너무나 영화 보는 내내 너무나 고통스럽더군요.

거기에 자신의 죄를 타인에게 뒤집어씌운 사회 지도층 역시 곱게 포장....

네.....굳이 제목이 <괴물>인건 어쩜 이러한 이들 모두가 괴물일 수도 있고, 

과연 누가 괴물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들을 예술성으로 아름답게 포장하기엔 너무 고통이 심하고 반감이 크네요.

그 어떠한 후회나 반성도 없고 당한자, 삶이 파괴된자에 대한 그 어떠한 위로도 없고....

맹목적으로 그리고 의무감으로 봐왔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들을 계속 봐야만 하는가 싶기도 하네요.

호평이 다수에 칸 영화제 각본상까지 수상한 영화이지만, 저에겐 다시는 보고싶지 않은 영화로 기억될 듯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