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연출한 1946년 작 <오명>은 나치의 딸과 미 정부요원이 나치 일당의 정보를 깨내기 위한 작전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아버지가 나치 첩자로 밝혀진 이후 아버지를 증오하며 방탕한 파티 생활을 이어나가는 앨리시아(잉그리드 버그만)은 파티장에서 멋진 남자인 데블린(캐리 그랜트)를 만납니다. 하지만 알고보니 그는 미 정부요원이었습니다. 데블린과 상사들의 회유와 협박에 의해 둘은 작전을 위해 리우로 떠나게 됩니다.

작전은 리우에 있는 나치 스파이 핵심 멤버인 알렉산더에게 접근해 정보를 빼오는 것입니다. 사실 앨리시앞 아버지의 지인이기도 한 그는 오랜전부터 앨리시아를 맘에 품고 있었죠. 그래서 둘은 일부러 그에게 접근하게 되고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앨리시아는 알렉산더와 결혼에 이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앨리시아와 데블린이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죠. 둘은 작전이 시작 되기전 불꽃같은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데블린 입장에서는 작전도 중요하지만 앨리시아를 향한 마음이 정리가 되지 않고 앨리시아 또한 빨리 작전을 끝내 데블린에게 달려가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하지만 작전은 길어지고 데블린은 마음을 접으려고 하지만 이상한 낌새를 챈 알렉산더가 앨리시아에게 몸쓸 짓을 하게 됩니다.

<현기증><싸이코>와 함께 히치콕의 최고작 중 하나라고 불리는 <오명>을 드디어 스크린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론 고전 영화 중 <카사블랑카>와 함께 최고의 멜로드라마라고 생각되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오명>은 쫄깃한 긴장감과 함께 두 사람의 멜로라인 뿐만 아니라 알렉산더와 나치 일원들이 서로를 의심하고 용서하지 않는 무서운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도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나 엔딩 쇼트는 마치 <엑소시스트>의 메린 신부가 레건의 집을 들어가기 직전 그러니까 그 유명한 포스터의 장면처럼 알렉산더도 그런 공포심을 느꼈을 것 같아 더욱 더 감정이입이 되더라고요.

당대 최고의 두 배우가 펼치는 연기는 물론이고 비주얼적으로도 엄청난 케미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오명>은 히치콕의 어마 무시한 연출력도 있지만 두 배우의 매력도 100퍼센트 드러난 작품입니다. 거의 20년 전에 작은 화면으로 봤었는데 역시 스크린으로 보니 그 위대함이 더욱 더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