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압박 속 수싸움 치열
네이버 몫 시장가치 현재 8.2조원
경영권 프리미엄 더하면 10.7조원
SB, 실탄 부족 소수 지분 노릴 듯
네이버, ‘적정가격’ 제시 대응 전망
라인야후, 동남아서도 사업 진행
양측 모두가 포기할 수 없는 상황
대통령실 “차별조치 강력히 대응”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하라는 압박 수위가 심상치 않다.
결국 관건은 라인야후에 대한 네이버의 매각 지분이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다.
글로벌 전략의 차질이 불가피한 네이버와 이미 승기를 잡은 소프트뱅크가 ‘동상이몽’ 중이라 협상이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 |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의 모습. 뉴스1 |
14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라인야후를 둘러싼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협상은 장기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네이버는 라인야후 지주회사의 지분을 절반씩 나눠 가진 소프트뱅크와의 지분 매각 협상에 나선 상태다.
핵심은 네이버의 지분 매각 단가다.
라인야후 가치는 현재 2조9000억엔(약 25조5000억원)이다.
이 중 A홀딩스가 라인야후 지분 64.4%를 들고 있고, 네이버 몫은 32.2%로 약 8조2000억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인수에 붙는 일반적인 프리미엄 30%를 더한 적정 매각가는 10조7000억원 이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 | 사진=AP연합뉴스 |
소프트뱅크의 1분기 기준 보유 현금은 17조5000억원 정도다.
하지만 1분기 영업이익은 13% 감소한 2조1700억원에 그친 상태라 소프트뱅크가 네이버 측 지분을 전부 인수하기에는 재무적 부담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소수 지분만 넘겨받으려 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사장은 네이버의 A홀딩스 지분매각과 관련해 “투자에 걸맞은지 고려해, 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시장에서의 평가금액이 아니라 소프트뱅크에게 무리하지 않은 금액이 제시가격이 될 것이란 뜻으로 읽혔다.
지분매각 없이도 이미 라인야후 지주사인 A홀딩스의 경영권을 장악한 소프트뱅크가 적극적으로 지분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작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A홀딩스에 대한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절반이지만, 이사회는 5명 중 3명이 소프트뱅크 측이었다.
소프트뱅크가 숫자로 밀어붙이면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라인야후 이사회 멤버도 신중호 대표이사 겸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유일한 한국인이었지만 그마저도 지난 8일 해임되면서 현재는 새 이사회 전원이 일본인으로 채워진 상태다.
네이버는 지분 매각 장기화를 고려하는 한편, 글로벌 전략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다.
당초 라인야후는 일본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 폭넓게 쓰이면서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 핵심 플랫폼으로 꼽혀왔다.
업계에선 라인야후가 지배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을 분리해 네이버가 직접 관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미 라인야후가 동남아 핀테크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한 상황에서 소프트뱅크가 이를 포기할지는 불투명하다.
글로벌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네이버로서는 라인매각 이후 대규모 실탄을 확보해야 인공지능(AI) 분야 등 신사업 투자가 가능하다.
향후 AI 기반 데이터 부가가치를 높일 글로벌 업체 투자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에 네이버와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고 행정지도를 내린 '라인야후 사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14일 서울 서초구 라인프렌즈 강남 플래그십스토어의 모습. 연합뉴스 |
ICT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시작한 협상이지만, 미래를 고려한다면 최대한 라인야후에 대한 지분 가치를 인정받고, 적정가격에서 지분을 매각하는 게 최선”이라며 “소프트뱅크의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결국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전날에 이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적절한 정보보안 강화 대책이 제출되는 경우 일본 정부가 자본 구조와 관련돼 네이버의 의사에 배치되는 불리한 조치를 취하는 일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정부는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어떤 차별적 조치나 기업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게 면밀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호·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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