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인터뷰①에서 계속됩니다.
학전(學田). ‘배우는 못자리’란 뜻이다.
1991년 개관한 이곳은 이름처럼 숱한 대중문화인을 양성했다.
황정민, 설경구, 장현성, 김윤석, 조승우, 윤도현, 이정은 등 기라성같은 배우와 가수들이 학전무대를 통해 성장했다.
지난 5일 종영한 SBS 3부작 다큐멘터리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는 스스로 ‘뒷것’을 자처하며 학전극단 에서 ‘앞것’인 스타들을 키워낸 김민기를 조명한 작품이다.
단순히 학전을 거쳐간 배우들의 이야기 외에도 야학, 어린이집 건립, 농사일 등 그간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가 방송되며 먹먹한 감동을 남겼다.
다큐멘터리의 실제 ‘뒷것’이기도 했던 김명정 작가는 지난 2010년 MBC ‘놀러와’의 ‘쎄시봉 특집’을 주도했던 ‘올드케이팝’의 대모다.
김작가는 7일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암투병 중인 김민기 선생님이 학전 폐관 전 마음의 준비를 하시고 자료를 정리하고 계신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이 작품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 탄광촌에서 지낸 광부의 경험…뮤지컬 아동극 ‘아빠 얼굴 예쁘네요’로 탄생
다큐 3부작에 분량상 담지 못한 이야기도 많았다.
그 중 하나가 선생이 탄광촌에서 광부로 일한 경험이다.
김 작가는 “김민기 선생은 충남 보령 탄광촌 막장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빠 얼굴을 창피해하는 아이들을 밝게 만드는 뮤지컬 아동극 ‘아빠 얼굴 예쁘네요’를 만들었다”며 “놀랍게도 아이들의 유머코드를 다 알고 계신다”고 감탄했다.
인생의 비극을 희극으로 승화시킨, 탐구적인 사회학자와 같은 ‘시선’ 덕분이었다.
어린이극 ‘고추장떡볶이’는 부모가 입원, 출장으로 떠난 집에서 어린이들이 누렸던 자유와 무서움, 이중적인 감정을 그린 작품이다.
아들과 함께 작품을 관람한 김작가는 “아이들의 감정을 어떻게 그리 잘 알고 그려냈는지 놀라운 따름이다.
그간 많은 해외 뮤지컬을 비싼 돈을 주며 봤는데 이걸 왜 이제야 봤나 싶은 감정이 들 정도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어린이극에 밴드음악을 고집한 것 역시 그의 소신이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음악감독으로 이제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쳤던 정재일 음악감독은 김민기에게 “녹음해서 틀면 쉬운데 왜 그걸 안하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민기는 “세상에 좋은 우유가 많지만 아이들에게는 모유를 먹여야 한다”고 답했다.
악기소리를 아이들이 직접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 작가는 “재정적으로 어려워도 밴드 세션 비용을 모두 지불했다.
그래서 세상의 존경을 받는 것”이라며 “김민기 선생이 만든 ‘겨레의 노래’는 노래에 참여한 100명의 저작권을 등록했다”고 말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의 광고도, 글로벌 제작사가 ‘개똥이’ 판권을 요구하며 내민 백지수표도 그 앞에선 다 무용지물이었다.
그저 어린이 웃음 하나면 충분했다.
지극했다.
목동시가지로 변한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야학 강사로 나섰다.
서울대 미대 회화과 출신인 김민기는 미술도 영어도 가르쳤다.
손이 퉁퉁 부은 소녀공에겐 자신의 손을 그리게했다.
직접 영어교재를 만들어 아이들을 가르쳤다.
어린이들을 위해 어린이집 설립을 추진했다.
건축비 마련을 위해 무대에 서길 꺼린 김민기가 콘서트를 열었다.
자취를 감춘 그를 보기 위해 티켓 3000장이 순식간에 팔렸고 300만원이 모였다.
당시 강남 아파트값보다 큰 금액이었다.
‘해송어린이집’을 만들었다.
공공육아 목적으로 최초로 설립된 어린이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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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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