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가수는 노래 따라간다”
가수가 특정 노래를 부르면 그 노래의 가사처럼 삶이 흘러간다는 속설이 있다.
이러한 속설이 코미디언들에게도 적용되는 듯 보인다.
그 주인공은 ‘나락퀴즈쇼’를 진행하며 대세 유튜버 대열에 오른 피식대학이다.
이들은 프로그램 제목따라 ‘나락’으로 가는 중이다.
논란은 지난 12일 유튜브 ‘피식대학’이 공개한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영양에 왔쓰유예’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시작됐다.
해당 콘텐츠는 피식대학 멤버 정재형, 김민수, 이용주가 경상도 지역 곳곳을 여행하고 돌아다니며 소개하는 내용이다.
영상 속 멤버들은 경상도 영양에 도착해 “롯데리아 없나, 인도가 없다.
인도랑 횡단보도랑 신호등이랑 아무것도 없다”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이들은 지역 제과점에 방문해 햄버거빵을 먹으며 “할머니가 해준 맛이다, 내가 느끼기엔 부대찌개 같은 그런 느낌이다.
못 먹으니까 그냥 막 이렇게 먹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피식대학의 무례한 행동은 계속됐다.
한 백반집에 방문해 “특색 없다, 내가 공무원인데 여기 발령받으면…여기까지 할게, 인간적으로 너무 재미없다”라고 말했고, 특산품인 블루베리 젤리를 맛보면서 “할매 맛이다.
내가 할머니 살을 뜯는 것 같다”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이들의 말은 코미디라고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는 상황이었다.
영상 공개 직후 네티즌들은 “무례하다”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한국전력 영양지사장도 댓글을 달았다.
영양 지사장은 “핸드폰 중독되면 한전 취직해서 영양 보내달라니요! 그래 말씀하시면 우리 지사 근무하는 후배들이 너무 딱합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기에 공무원들도 우리 한전 직원들도 와 있는 거다”라는 댓글을 남기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오도창 영양군수도 18일 입장을 밝혔다.
오 군수는 영양을 찾는 이들에게 제대로 된 휴식과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로 홍보하며 응수했다.
오 군수는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눈 떠보니 영양이 스타가 됐다.
부족하지만 영양의 진짜 모습은 별 볼 일 없는 세상에서 별천지를 누리고 자작나무 숲에서 천연의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전국에서 100세 인구가 가장 많은 최장수 군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바쁜 일상이지만 영양에 오시면 제대로 숨 한 번 쉴 수 있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당신을 기다린다는 자작나무 꽃말처럼 여러분이 오시기를 기다리겠다.
많이 찾아 달라”고 덧붙였다.
◆소속사 대응도 문제…편집자는 아군인가 적군인가
소속사의 대응도 문제다.
피식대학이 소속된 메타코미디는 논란이 불거진 후 6일째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사태가 더 악화한 후에야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공개적인 논란에 직면했을 때 적극적이고 투명한 대응의 부재는 치명적이다.
문제를 방치할 경우 대중의 신뢰를 상실하고 그들의 이미지에 오래도록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환승연애 논란에 휩싸인 한 배우는 침묵을 지키다가 결국 공식 석상에서 문제를 언급해야만 했다.
그 결과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피식대학 편집자의 문제도 크다.
해당 영상을 편집하면서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것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편집자는 콘텐츠의 책임자로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미리 감지하고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는 것은 피식대학의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명확한 사과 주체...사과만 하면 된다
사과 주체는 명확하다.
이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진정성 있는 사과는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치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과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피식대학이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팬들과 대중들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월드클래스 수준의 게스트를 초대한다는 것이 품격을 높여주지는 않는다.
실제로 품격 있는 방송인이 되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지닌 깊이와 진정성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잠시 뒤를 돌아보며 자신들의 행동을 반성하고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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