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인생’이기 때문일까요. 요즘 60세는 청년이라고 할 정도로 예전 나이에 대한 생각에 비해 모두 젊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 사용해온 만큼 느껴지는 신체의 나이는 누구나 있습니다.
마음은 분명히 20대인 것 같은데, 몸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느낌, 있잖아요. 그런데 일반인보다도 신체의 예민한 감각을 사용하는 운동선수들은 ‘노화’를 느끼는 순간이 더 빠를 겁니다.
그래서 선수생활에서 물러나는 때가 일반인의 은퇴 시기보다 훨씬 빠른 걸 테고 말입니다.
종목에 따라 조금 차이는 있긴 하지만 40대에 현역으로 활동하는 선수들도 일단 많지는 않죠. 그래서 지난주 있었던 최경주 선수의 KPGA 최고령 우승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3라운드를 마쳤을 때 최경주 선수는 6언더로 2위와 5타차 앞서 있었습니다.
연장전에서 승부를 겨룬 박상현 선수와는 7타 차이였죠. 1983년생으로 작년 제네시스 상금왕을 차지한 박상현 선수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차곡차곡 4개의 버디를 기록하며 최종 스코어 3언더로 경기를 마쳤습니다.
하지만 최경주 선수는 12, 13번 홀에서 연속 보기를 기록하며 4언더로 마지막 홀을 시작하였습니다.
파세이브만 해도 우승할 수 있었는데, 3번째 벙커샷이 많이 길게 나오는 바람에 보기를 추가하면서 결국 연장전에 돌입했죠.
18번홀에서 펼쳐진 연장전, 최경주 선수의 세컨드 샷은 워터헤저드-개울로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개울에 아주 작은 돌다리 같은 섬 위로 올라갔습니다.
잔디도 제법 평평한 곳에 말입니다.
이 작은 섬 위에서 세 번째 샷을 홀 옆으로 붙인 최경주는 파세이브에 성공, 연장 두 번째 홀에서 결국 우승컵을 품에 안았습니다.
한국에서 12년 만의 우승이자 KPGA사상 최고령 우승! 역대 최고령 우승은 PGA가 52세, KPGA가 50세였는데요. 최경주 선수는 호적상의 나이는 54세이지만 실제 나이 56세로 우승을 했으니 정말 어마어마한 기록인 것이죠. 사실 17번 홀부터 느낀 허리 통증으로 스윙이 부자연스러웠다고 인터뷰한 최경주 선수. 우리가 행운이라고 느끼는 세컨드 샷도 그의 성실함이 만들어낸 실력의 부산물일 것입니다.
우승자에게 물세례를 하기 위해 나온 후배들이 인사를 하며 물을 뿌리는데요. 아마 그들도 최경주 선배님처럼 오래오래 잘하고 싶다라는 바람들을 갖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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