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19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기자간담회가 15일 서울 종로구 윤보선 고택에서 열렸다.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강동석 예술감독, 피아니스트 박상욱(왼쪽부터). (사진=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
“저 혼자만으로 페스티벌이 여기까지 올 수는 없는 거죠. 같이 연주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많이 도움이 됐어요. 여기에 참여한다고 해서 연주자들의 솔로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연주자들은 정말 순수하게 자기가 좋아서, 실내악이 좋아서 하는 것이고, 덕분에 지금까지 계속 해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강동석 예술감독)
올해 19회를 맞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가 ‘올 인 더 패밀리(All in the Family)’라는 주제로 돌아온다.
‘음악을 통한 우정’이라는 모토로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과 서울시가 뜻을 모아 2006년 시작된 SSF는 “실내악은 어렵다”라는 편견을 깨고 관객의 지평을 넓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악 축제가 됐다.
SSF는 23일부터 5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갤러리 아트스페이스3·윤보선 고택 등에서 총 14회 공연한다.
국내외 연주자 60명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SSF의 탄생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강동석 예술감독(바이올리니스트)은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피아니스트 박상욱과 함께 15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윤보선 고택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 제19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기자간담회가 15일 서울 종로구 윤보선 고택에서 열렸다.
강동석 예술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
2020년부터 SSF 무대에 오르고 있는 대니 구는 “SSF는 제가 참여하기 이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강동석 감독님은 옛날부터 좋아하고 존경했던 아티스트고, 좀 잘한다고 생각했던 선후배들이 다 이 무대에 서고 있더라”라고 SSF를 향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MBC ‘나 혼자 산다’에도 출연하는 등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대니 구는 “저는 다양한 활동을 조금 더 하면서 더욱더 이런 ‘찐 클래식’ 페스티벌이 저한테 더 의미가 있다.
여러분들도 항상 믿고 올 수 있는 페스티벌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니 구는 실내악이 주는 매력에 대해 “연주자는 하루종일 어두운 방에서 거울 보면서 연습만 하고 우울해질 수 밖에 없다”며 “실내악은 같이 의지하고 합주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게 매력적이다.
갈수록 다른 사람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는데 실내악을 하면서 많이 배우고, 사우나 가서 땀을 빼듯 클렌징하는 느낌을 준다.
‘실내악이 클래식의 중심이었지’, ‘내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가 이런 거였지’ 깨닫게 된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 제19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기자간담회가 15일 서울 종로구 윤보선 고택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강동석 예술감독. (사진=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
박상욱은 “보통 저희가 어렸을 때는 솔리스트의 꿈을 향해서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하다가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서 이렇게 하나의 음악을 만들 때 굉장한 쾌감이 있다”고 실내악의 매력을 설명했다.
이어 “저는 유럽에서 수많은 페스티벌에서 연주를 하고 있지만 SSF가 참 신선하고 특이하다고 느꼈다.
이렇게 많은 아티스트가 화목하게 모여서 어떻게 이렇게 유지되고 있을까 참 신기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 강 감독님의 인자하신 성품과 선생님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후배 음악가들이 본받을 수 밖에 없다”고 강 감독을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박상욱은 29일 아트스페이스3에서 열리는 갤러리 콘서트 ‘선구자’를 비롯해 총 2회 공연에 출연한다.
‘선구자’는 클라라 슈만, 보니스 등 시대를 앞서갔던 19세기 여성 작곡가들을 조명한다.
박상욱은 “유럽에서는 유명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음악을 하는 게 굉장히 자연스럽게 자리가 잡았는데 한국에서도 ‘이런 느낌을 낼 수 있구나’ 싶었다”며 “음악이라는 건 역사적, 인문학적으로 걸쳐지는 부분들이 많은데 여성 화가들의 그림이 걸린 갤러리에서 여성 작곡가들의 곡을 연주하니까 굉장히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오시면 딱딱한 공연장보다는 훨씬 더 편하게, 잘 모르는 실내악 작품도 그림과 곁들여서 다채롭게 들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SSF를 만들어낸 장본인으로서 강 감독은 내년에 벌써 20회를 맞는 소감을 묻자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다.
그동안 처음 시작할 때는 이게 20년까지 갈 거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건 아니다.
사실 제 욕심으로 봐서는 변화가 조금 느린 것 같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 제19회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기자간담회가 15일 서울 종로구 윤보선 고택에서 열렸다.
강동석 예술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
강 감독은 “물론 매년 점점 관심이 커지지만, (SSF처럼) 규모가 크고 이렇게 오래까지 하는 실내악 공연은 아직까지 없는 것 같다”고 국내 실내악 공연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는 “외국처럼 이런 페스티벌이 몇 개월 전에 표가 매진되는 수준까지 올 수 있으면 좋은데 제 생각보다는 그 변화가 좀 느린 것 같다”고 덧붙였다.
SSF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아쉬운 점으로 강 감독은 예산 문제를 꼽았다.
그는 “저희가 매년 4∼5월에 공연을 여는데 예산이 축제 한 달 전에야 확정되니까 어떻게 될지 예측을 할 수가 없다.
외국 같은 경우에는 2∼3년 전에는 공식적으로 예산이 나오고 결정이 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강 감독은 “정말 좋은 솔리스트도 실내악에 적응을 못 하기도 한다.
실내악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은 좋은 음악가라고 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그는 “솔로는 열심히 연습해서 자기 것만 하면 되지만, 다른 사람들하고 유연하게 할 수 있는 자질이 없으면 좋은 음악가라고 할 수 없다.
아주 유명한 솔리스트라더라도 실내악을 하게 되면 어떻게 할 줄 몰라서 당황하는 경우가 꽤 많다”라며 “실내악이라는 게 그만큼 어렵고 재밌기도 하지만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실내악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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