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2차 실무회동 공전 거듭
민주, 채 상병·이태원·전세사기법 이어
거부권 행사 尹 대국민 사과 촉구 압박
김건희 여사 일정 비공개 진행도 비판
대통령실 “의제 열어 놓고 협상 임할 것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헌법적 권리
회담 밀릴 수도… 먼저 파투 놓진 않아”
국힘 “민주 정치적 목적으로 회담 이용”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첫 영수회담을 앞두고 해병대 채 상병 사건 및 이태원 참사 특검법안과 전세사기특별법 수용 요구에 더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한 데 대한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는 등 연일 공세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에게 부여된 헌법적 권한인 거부권 행사를 문제 삼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섰다.
영수회담 전 의제 선정을 위한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2차 실무 회동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공전을 거듭했다.
 | “윤석열·이시원 공수처 고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와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공수처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제원 선임기자 |
◆野, 김건희 여사도 ‘정조준’
민주당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은 25일 2차 실무 회동과 관련해 “저희가 제시한 의제에 대해 대통령실의 검토 결과를 기대하고 회의를 진행했는데, 대통령실에서 검토 결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천 실장은 어떤 의제를 요구했는지 구체적 언급은 피하면서도 “국민들이 기대하는 성과 있는 회담이 되려면 저희가 제안한 의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양측은 향후 일정에 대해 정한 바 없이 돌아섰다는 게 민주당 설명이다.
민주당은 영수회담을 앞두고 연일 날 선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채 상병·이태원 참사 특검과 전세사기특별법을 “21대 국회를 마무리하기 직전까지 처리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특히 ‘선 구제, 후 구상권 청구’ 방식의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에 반대하는 여권을 향해 “피해자의 눈물을 방치하고 있다”며 전향적 태도를 요구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긴급 민생회복지원금이 이번 영수회담의 의제가 돼야 한다”고 거들었다.
1인당 25만원을 지급해 내수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취지다.
당 관계자는 “코로나 시기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준하는 금액으로 제시한 것으로, 4인 기구 기준 100만원이 지급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권에서 재정 건전성 악화 및 물가상승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2차 실무회동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수차례 거부권 행사 및 ‘언론 장악’ 시도에 대해서도 “대통령의 분명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있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밖에 금융투자 상품으로 연간 5000만원을 초과하는 양도차익을 거둘 경우 부과되는 금융투자 소득세도 내년 1월부터 반드시 시행해야 한단 입장이다.
김건희 여사도 정조준했다.
민주당 최민석 대변인은 한·루마니아 정상회담에 양국 대통령 부인 일정이 비공개로 진행된 것을 두고 “나라 망신과 부끄러움은 모두 국민의 몫이 됐다”고 논평했다.
대통령실이 명품가방 수수 등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김 여사의 모습을 감추기 위해 외교적 결례를 불사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해석된다.
◆“거부권은 헌법적 권리”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영수회담 의제로 사실상 이 대표의 정치적 공약이 된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에 이어 채 상병·김 여사 관련 특검법, 윤 대통령의 사과 등 공세적 의제로 확장하는 것에 대해 곤혹스러워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양측은 ‘1인당 25만원’ 지원금 등 핵심 의제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 중 25만원 지원에 대해선 규모와 대상을 조정하며 검토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요구에 대해선 사실상 수용이 어렵다는 기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첫 영수회담을 시작으로 앞으로 계속 이러한 만남을 지속하며 추가 논의를 할 수 있을 텐데 처음부터 대통령의 헌법적 권리인 거부권 행사를 하지 말라는 요구를 하면 수용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 이상훈 해병대전우회 총재가 23일 서울 서초구 해병대전우회 중앙회에서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 조속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용산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요구하는 25만원 지급과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 “경제 정책적인 관리에 있어서 말씀을 드리면 현재 소비나 내부 부분이 꽤 안정적으로 나오는데 자칫 내수를 자극하는 정책을 펴면 물가를 높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먼저 제안한 만큼 끝까지 의제를 열어놓고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의제를 모두 열어놓고 논의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실무협의가 계속 난항을 겪으면 다음 주에도 영수회담 성사가 어려울 수 있고, 더 밀릴 수도 있지만, 우리 쪽에서 먼저 파투를 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양측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약 40분간 첫 실무협상을 진행한 뒤 이날 2차 회동을 가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정치적 목적으로 회담을 이용하려 한다”며 대통령실을 엄호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협치를 통해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그런 생각을 갖고 이 시점에서 가장 국민이 기대하는 영수회담의 의제나 목적을 판단해서 모처럼 여야의 협치 분위기를 잘 만들어가는 그런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상범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가장 현안인 의료개혁, 의대 정원 증원 문제 등을 먼저 시작하는 것이 협치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배민영·이현미·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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