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9일로 미뤘지만 출사표 ‘0’
‘찐윤’ 李와 경쟁 정치적 부담감
하마평 중진 의원들 눈치싸움만
나경원·안철수는 출마 선언 독려
“李, 불출마 선언하라” 압박 고조
李 “나보다 좋은 사람이 하면 돼”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선거일이 출마 후보가 없다는 이유로 일주일가량 미뤄졌지만, 구인난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 새 주인 기다리지만… 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 선거일이 출마 후보가 없다는 이유로 9일로 연기됐지만 선뜻 나서겠다는 인물이 없어 구인난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민의힘 원내대표실.
이제원 선임기자 |
유력 후보로 꼽힌 친윤(친윤석열) 핵심 이철규 의원뿐 아니라 하마평에 오른 중진 의원들은 눈치만 보는 분위기다.
당내에선 단독 추대설이 돌던 이 의원을 향한 불출마 요구와 함께 중진들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초 원내대표 후보 등록일이었던 1일,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중진 모두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은 채 침묵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전날 차기 원내대표 후보 등록일을 5일로 연기하고, 당초 3일이었던 선거일은 9일로 미루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가 없어 이 의원이 단독 추대될 가능성이 거론되자 선거 일정을 전격 연기한 것이다.
이날 당내에서도 중진 의원들을 향해 출마 선언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나경원 당선자는 SBS 라디오에서 “이철규 의원 단독 출마, 단독 당선 이런 모습은 당에 건강하지 못하다”며 “원내대표 후보에 많은 분이 나와 건강하게 경쟁하고, 거기서 비전도 얘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정치력이 어느 정도 되시는 분들이 (원내대표로) 나서야 한다.
가급적 수도권 다선 의원 중에서 이 역할을 맡으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출마자가 한 명도 없는 상태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이 의원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마 가능성을 시사해 오며 대세론을 형성한 이 의원과 맞붙는 것은 정치적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시절부터 신뢰관계를 쌓아 ‘찐윤’(진짜 친윤석열)으로 불린다.
 |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지난달 25일 영입인재 낙천자들과 조찬모임을 하기 위해 여의도 한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왼쪽은 조정훈 의원. 연합뉴스 |
원내대표 출마를 검토 중인 한 중진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단일대오가 중요하기 때문에 괜히 분열하는 것보다는 하나로 결속해서 간다는 전제하에 역할을 생각하겠다”고 밝혔다.
원내대표 주자로는 박대출·성일종·송석준·이종배·추경호 의원 등이 꼽힌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이 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상현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이 의원은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이기 때문에 상보다는 벌을 받아야 한다”며 “이 의원이 악역을 자처하겠다고 하는데, 진짜 악역은 총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백의종군 선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현진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서 이 의원을 향해 “당 사무총장과 인재영입위원장, 공관위원까지 어쩌면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책임자”라며 불출마를 촉구했다.
고동진 당선자는 이날 개인 블로그에서 “당이 원내대표 추대론과 대세론에 대해 갑론을박 중”이라며 “국민의힘이 자성과 반성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없다면, 결국 대한민국의 보수 정치는 자멸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이 불출마를 검토하는 기류도 엿보인다.
이 의원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나보다 좋은 사람이 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일관되게 했다”고 말했다.
당이 위기 상황에 빠졌는데도 중진 의원들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수도권 당선자는 통화에서 “선배들이 진짜 용기가 없는 것 같다.
괜히 나섰다가 반윤(반윤석열), 비윤(비윤석열)될까 봐 걱정한다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중진 다수가 영남권이라 절박성이 없는 게 비극”이라고 말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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