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실 연내 합의 강조
누적 기금적자 매년 30.8조 늘어
지속성 불신 가입자 감소 악순환
‘보험료율 9%’ OECD 절반 수준
인상 땐 기금고갈 2055→2070년
올해 연금개혁을 이루지 못하면 미래세대가 짊어질 부담은 하루 856억원씩 늘어날 전망이다.
기금 고갈 우려가 커지면서 국민연금 가입자도 매년 5000명씩 줄어들고 있다.
연금개혁을 통한 연금제도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의장실에 따르면 연금개혁을 지체할 경우 현행 제도(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하에서 향후 70년 동안 누적될 기금 적자는 2156조원에 달한다.
매년 30조8000억원씩 늘어나는 것으로, 월 단위로는 2조6000억원, 일 단위로는 856억원씩 증가한다는 계산이다.
 | | 서울 국민연금공단 종로중구지사 모습. 연합뉴스 |
연금개혁이 17년간 지체되면서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은 크게 악화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1988년 ‘보험료율 3%, 소득대체율 70%’로 처음 도입된 이후 기금 고갈 우려가 제기되면서 두 차례 개혁을 거쳤다.
1998년 김대중정부는 보험료율을 3%에서 9%로 끌어올리고 소득대체율을 70%에서 60%로 낮췄다.
2007년 노무현정부는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낮추고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했다.
이후에도 저출생·고령화 현상으로 국민연금 기금은 빠르게 소진됐지만 추가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
현 추세대로이면 1990년생이 국민연금 수급을 시작하는 2055년 기금이 소진될 전망이다.
연금개혁 지체로 연급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하는 악순환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민연금 고갈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연금제도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들이 국민연금 가입을 기피하고 있어서다.
주부나 군복무자 등 국민연금 임의가입자는 2020년 30만9000명에서 2023년 29만4000명으로 줄었다.
연평균 5000명씩 가입자가 감소하고 있는데, 자영업자 등 장기체납자는 2023년 기준 371만명에 달한다.
국회의장실은 “국민 공론화 과정을 거쳐 국민연금 모수개혁에 대해서는 여야 이견이 많이 좁혀진 상황”이라며 “21대 국회에서 모수개혁을 하고, 22대 국회에서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시민대표단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론조사에서 과반(56.0%)이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인상하는 안을 택했다.
이를 토대로 여야는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데에는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장실은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동시 추진할 경우 합의에 더 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민의 수용성을 고려해 국민연금을 단계적으로 개혁하자는 입장이다.
우선 국제적 수준에 비해 현저히 낮은 보험료율을 인상해 기초연금 및 직역연금 후속 구조개혁을 위한 여건을 조성하자는 것이다.
현행 국민연금 보험료율 9%는 OECD 평균 보험료율 18.2%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보험료율을 인상해 기금 규모를 키우고,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4.5%)에 실적치(5.92%)를 반영한 5.5%로 재정계산할 경우 기금고갈 시점은 2070년 이후로 연장된다.
다만 시민사회에서도 여전히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연금행동)은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면서도 “시민의 뜻에 따른 ‘소득대체율 50%’ 연금 개혁이 실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장) 등이 참여하는 연금연구회는 국회가 논의 중인 개혁안을 ‘개악안’이라고 비판하면서 21대 국회에서 졸속 논의하는 대신 22대 국회에서 연금개혁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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