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기자회견 스케치
尹·기시다 “北 위성발사는 안보리 위반”
中 리창, 北 거론 없이 “관련 측 자제 유지”
中 언론들, 3국 협력 재개만 강조
한·중·일 정상은 27일 정상회의 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3국 간의 협력 강화와 한반도 평화를 향한 공동의 의지를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리창(李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정상회의를 마치고 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라고 적힌 파란 배경 앞 단상에 나란히 선 세 정상은 의장국인 한국에 이어 일본과 중국 순서로 발언했다.
 | 윤석열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 대통령,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기자회견에서 3국은 한·중·일 정상회의 재개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며 상호 협력을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한·중·일 정상은 또 2025년과 2026년을 ‘한·일·중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하고 인적·문화적 교류를 더욱 활성화하기로 했다.
다만 기자회견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문제를 둘러싼 3국의 온도차가 뚜렷이 드러났다.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위성 발사 예고가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말하며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중국은 직접적으로 북한을 거론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북한이 오늘 예고한 소위 위성 발사는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국제사회가 단호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감행한다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강력히 중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창 총리는 “중국은 시종일관 한반도 평화 안정을 추진하며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인 해결을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관련 측은 자제를 유지하고, 사태가 더 악화하고 복잡해지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수준에 그쳐 직접적으로 북한을 거명하거나 위성 발사를 규탄하는 것을 피했다.
중국 측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3국 간 협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뤼차오 랴오닝대 미국·동아시아연구원장은 이번 정상회의에 대해 “최근 중·일·한 협력은 코로나19 등 요인의 충격을 겪었고, 3국 관계에도 침체가 나타났다”며 “3국이 관계에 ‘냉기류’가 나타난 것이 모두에게 좋을 게 없다는 것을 점차 의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징취안 산둥대 동북아학원·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은 “국제 안보 형세가 준엄하고, 충돌·경쟁이 날로 늘어나는데 중·일·한이 앉아서 협력·발전·소통을 논할 수 있는 것은 그 자체로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과 경쟁·충돌 등 좋지 않은 현상에 대한 일종의 좋은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윤 대통령,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대통령실 제공 |
일본은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한·중·일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재개하기로 하는 등 미래지향적 협력관계 구축을 확인하는 한편 북한, 대만 문제 등 동북아시아 안보문제를 논의했다는 점을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세 나라 정상은) 경제나 안보와 관련된 마찰을 피하고 협력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등의 문제로 한국, 중국과 얽혀 있어 4년여 만의 정상회의 개최에도 불구하고 세 나라 간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한·일 관계에 대해 “비약적으로 개선됐다”면서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일본 측의 양보가 없다’는 불만이 한국 정부, 여당 내에 남아 있다.
(양국 관계가) 반석에 올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박지원 기자, 도쿄·베이징=강구열·이우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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