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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없는 입법 독주 vs 거부권 대결… 피해는 국민에 전가 [되돌아본 21대 국회]

세계일보 기사제공: 2024-05-27 19:21:31

검찰 수사권 축소법 등 쟁점 법안들
180석 차지 巨野 힘으로 밀어붙이고
의석수 부족한 與 국회 파행으로 대처
尹 정부는 시행령·거부권 행사 맞서
강대강 대치 속 최악 ‘식물국회’ 될 듯
전문가 “3당 체제 22대는 더 매운맛”

21대 국회는 곧 문을 닫는다.
이런 21대 국회를 두고 ‘도대체 뭐 했냐’는 비판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21대 국회는 시종일관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지속했다.
의석수가 부족한 여당은 국회 파행으로 대처했다.
법사위를 비롯해 여러 상임위를 열지 않거나 참석하지 않으며 국회 공전을 초래했다.
국회 내에서 해결하지 못한 야당은 장외투쟁으로 맞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하며 ‘단식투쟁’을 했고, 여러 사안에서 민주당은 천막농성과 더불어 거리로 나가 국회 밖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강대강 대치가 지속하다 보니 초라한 입법성적에서 드러난 ‘식물국회’의 특징도 더해졌다.
21대 국회는 과거 국회의 오점들이 종합적으로 재연되며 최악의 국회로 기록될 위기에 처했다.

국회 ‘일방통행’은 이제 그만 21대 국회의 사실상 마지막 본회의를 하루 앞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전경. 최상수 기자

◆합의 없는 독주와 거부권 대결

21대 국회가 이런 모습을 보인 원인으로는 의석수의 불균형에서 찾을 수 있다.
180석은 민주당에 힘이자 부담으로 작용했다.
민주당은 수권정당으로서 입법 성과를 내야 했다.
국정농단으로 인한 대통령 탄핵 후에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개혁의 과제도 떠안았다.
전반기 당시 야당이었던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은 입법부에서의 열세와 행정권력을 빼앗긴 상태에서 입법 독주에 맞설 방안이 마땅치 않았다.
정권이 교체된 후반기에는 행정권으로 입법부를 통제하려는 상황이 계속됐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회는 다수결의 원칙이 지배한다.
민생이나 정책 현안과 관련해서 아무것도 통과 못 시킨다고 하면 다수당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면서도 “국회는 법만 가지고 있는 법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이니까 소수자 의견도 존중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단적인 예가 검찰 수사권 축소법이다.
개정 검찰청법과 개정 형사소송법이 포함된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민주당의 염원인 검찰개혁의 일환이었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출범 전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속도전을 펼쳤다.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위장 탈당’을 감행했고, 수적 우세를 토대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윤석열정부 법무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수사권을 일부 복구했다.
잘못된 법안을 당시 여당이 협의 없이 단독으로 통과시켰다는 명분도 있었다.
합의의 부재와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우회 방안은 시행령이라는 또 다른 우회 방법으로 무력화됐다.
나머지 쟁점 법안들은 대통령 거부권에 막혔다.

합의가 부족한 입법 독주와 거부권 정치가 만나면서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됐고, 법안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은 떨어졌다.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하루 앞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 직원들이 전자투표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원칙은 국민, 그리고 합의

21대 국회에서도 여야가 충분한 합의를 통해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도 있었다.
후반기에 통과한 이태원 특별법이 그 예다.
이태원 특별법은 지난 1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었다.
하지만 여야가 서로 양보하며 수정안이 통과됐다.

민주당 특조위의 직권조사 권한과 영장청구 의뢰 관련한 조항 삭제를 받아들였다.
민주당은 그간 합의 처리되지 않았던 특별법이 실질적 조사에 어려움을 겪었고, ‘합의 처리’를 원하는 유족들의 바람을 고려했다.
국민의힘은 총선 민심을 살폈다.
법안 자체를 반대했던 국민의힘은 독소조항으로 꼽았던 일부 조항을 삭제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양당 모두 법안의 본래 취지와 당사자의 의견 그리고 민심을 반영한 결과였다.
참사 551일 만이었다.

몇 차례 협의가 좌절됐다고, 절대 양보는 없다고 맞서기만 한다면 쟁점법안 처리는 이뤄지기 어렵다.
덕성여대 조진만 교수(정치외교학)는 “관점마다 다르지만 누더기 같은 법도 필요하다.
해외 갈등 법안들도 그런 법들이 많다”며 “갈등 법안은 서로가 일면 양보를 해야 타협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제22대 국회 개원 기념식을 하루 앞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 홀에서 국회 사무처 관계자들이 행사 준비를 하고 있다.
뉴시스

◆22대 국회는?

22대 국회는 21대 국회보다 대치정국이 더 심해질 전망이다.
정권심판론을 주창한 야권이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고, 영수회담에서도 이렇다 할 협치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았다.
정부 주요 정책에 대한 야당의 반대에 따른 갈등요소도 존재한다.
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안에 민주당은 “예정대로 2025년부터 차질 없이 시행되게 할 것”(진성준 정책위의장)이라고 맞서는 등 개원 전부터 엇박자가 예견됐다.

전문가들은 22대 국회가 21대 국회보다 더 ‘매운맛’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조 교수는 “실질적으로 3당 체제인데 조국혁신당은 민주당보다 더 매운맛”이라며 “이외에도 당선자들이 벌써 천막농성을 하고 있고 정파적인 사안도 많다”고 진단했다.

물론 변수도 있다.
정치연구소 민의 김관옥 소장은 “서로가 생존을 위해서 어떤 형태로든 협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양당이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이라며 “국민을 위한 협치를 통한 입법이라는 것이 가장 유효한 대선 선거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차기 정권 창출을 협치의 단서로 제시했다.
박 평론가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차단하고 민주당의 독주도 막아내고 양보할 건 양보해 주고 또 국민의힘이 원하는 법을 받아낼 수 있는 것은 당 대표의 역량”이라며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변곡점으로 꼽았다.
최우석·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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