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반응·향후 전망
의협 “대책없이 증원 추진 증명 사례”
“입장 돌변 과학적 근거 뭐냐” 캐물어
전공의들 ‘탕핑’ 고수 속 복귀 부정적
상당수 대학, 국립대 행보 주시 모드
‘5년간 1만명 증원’도 수정될지 관심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 방침을 사실상 철회하고 이미 배정된 증원 규모의 절반까지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고 했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증원을 배정하더니 5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건 2000명 규모도 주먹구구로 정해진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특히 전공의들은 ‘증원 자율 조정’에도 ‘탕핑’(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저항) 기조를 유지하며 병원 복귀에 부정적이다.
다만 집단이탈 두 달간 환자에 대한 죄책감에 정부 입장 변화로 개별 복귀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 1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와 환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실사 땐 뭐했나… 2000명도 주먹구구 방증”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자는 19일 “정부가 얼마나 대책 없이 증원을 추진했는지 증명하는 사례”라며 “막무가내로 추진한 정책을 무효화하고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도 “의대 정원 증원과 배정을 기준 없이 진행했다는 걸 증명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의료계는 총장들과 교육부를 향해서도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의 근거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방재승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전국 총장들은 처음에 3000명을 써냈고, 정부는 2000명을 발표하며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증원 숫자’라고 했는데, 50%를 줄일 수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어디서 나온 거냐”고 반문했다.
 | 정부가 대학별로 2025학년도 입시에서 의대 증원 규모를 최대 절반까지 조정하는 방안을 수용하기로 한 19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대생들이 이동하고 있다.
의대 정원이 늘어난 32개 대학은 2025학년도 입시에 한해 증원 인원의 50∼100% 범위에서 신입생을 선발할 수 있다.
뉴스1 |
김 위원장도 “그동안 총장들은 ‘증원해도 충분히 교육 가능하다’고 했고 교육부도 ‘현장 실사를 통해 결정했다’다고 한 만큼 총장들과 교육부 양쪽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총장들은 교원 확보와 학습 환경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증원을 신청한 것이냐”며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걸 정부가 실토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의료계뿐 아니라 일반 국민도 발표를 어이없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조정 수준이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충북대는 현 정원이 49명이고 배정받은 증원 인원이 151명”이라며 “50%를 줄여도 125명인데 수업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번 조치로는 교수들과 전공의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전망도 나왔다.
방 위원장은 “이 정도 제안으론 교수들이 사직서를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고, 전공의들도 안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방 위원장은 “대통령이 진심 어린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 外 32개대, 1000명대 초반까지 줄까
이번에 증원이 결정된 32개 의대가 모두 정부 방침에 동참하면 2000명 증원 규모는 1000명대 초반까지 줄어들 수 있다.
6개 거점국립대들만 50%로 줄이면 전체 증원 규모는 1700명 수준이 되는데, 상당수 대학은 6개 국립대의 행보를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한 지역거점국립대 관계자는 “국립대는 기초의학연구소 시설과 교원 등 확보에 어려움이 큰 만큼 조만간 본격적인 감축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 검토나 논의에 들어간 학교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건의를 주도한 경북대는 배정된 증원(200명)을 수용할 수 있지만, 의대 교수 등 의견을 참고해 50%가량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전북대는 증원 규모 유지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의대와 협의해 최선의 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사립대인 대구가톨릭대와 동국대 의대 경주캠퍼스 등도 “정부 방침을 따르겠다”며 증원 규모를 50%까지 줄이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상당수 대학은 의대 증원 축소가 가져올 후폭풍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의대 정원이 2∼3배씩 늘어난 경기·인천 지역 대학들도 다시 조정하는 게 부담스러운 분위기다.
정원이 각각 40명에서 120명으로 늘어났던 성균관대와 아주대 의대 측은 “논의가 안 되고 있다”거나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답했다.
인천 인하대·가천대 관계자도 “추이를 살피겠다”고 했다.
강원 지역 한 사립대 관계자는 “다음 주쯤 회의를 열어 조정 폭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다른 대학과 정부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 19일 오후 서울의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
◆‘5년간 1만명 증원’도 수정 가능성
정부가 6개 거점국립대학 총장들이 제안한 의대 정원의 ‘대학 자율 증원’을 수용하면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기존 2000명에서 줄어들게 됐다.
다만 이번에 한해 자율 증원을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매년 2000명씩 5년간 1만명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의료개혁 원칙이 수정될지 관심이다.
정부는 다음주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4대 의료개혁 과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할 방침이다.
2025학년도 의대 자율 증원이 정해진 만큼 2026학년도부터 적용할 의대 증원 방침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당장 ‘매년 2000명 증원’을 고수하던 정부가 두 달간의 전공의 집단이탈 등 의료계 반발로 방침을 사실상 거둬들였다는 점에선 5년간 1만명 증원 규모도 각 대학별 사정에 따라서 수정될 여지가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각 대학들이 50∼100% 사이에서 결정하면 그 숫자를 우리는 받아들이겠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정재영·조희연 기자, 수원=오상도 기자,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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