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가사노동자 설문 결과
83% “일자리 확보·지원 방안 필요”
이용자 70%도 “대책 마련을” 응답
하반기 필리핀 인력 100명 투입에
이용자 면접 결과 찬반 의견 병존
비용 절감 기대 속 문화 갈등 우려
서울시가 올해 하반기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을 앞둔 가운데 서울의 가사노동자와 가사서비스 이용자 모두 외국인 투입에 따른 국내 인력시장 잠식 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서울시의 ‘가사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서 일하는 가사노동자 73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8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유효응답자의 83.13%가 “외국인 도입 시 내국인 일자리 확보와 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3.29%에 그쳤다.
외국인 투입에 따라 내국인 일자리 확보가 어려워지거나 노동 조건이 악화할 것을 우려해 내국인 고용 관련 지원정책이 우선 마련되어야 한다는 답변도 나왔다.
실제 가사서비스를 이용 중인 서울시민 가운데서도 외국인 도입 시 내국인의 일자리 확보와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긍정 응답이 높았다.
가사서비스 이용자 176명을 대상으로한 조사 결과 70.45%는 “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답변했고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4.54%로 낮게 나타났다.
가사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심층면접 결과 외국인 가사노동자 확대 도입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병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절감에 대한 기대를 표하는 동시에 육아·양육의 문화 차이 등으로 갈등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신원 검증 과정의 곤란함과 내국인 가사노동자 노동 조건에 미칠 부작용 등을 들며 반대한다는 부정적 견해를 표하는 응답자도 있었다.
이번 조사는 서울시 의뢰로 한국고용복지연금연구원(연구책임자 전용일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이 위탁 수행했다.
시는 2022년 제정한 ‘서울시 가사노동자 조례’에 근거해 가사서비스 시장, 가사노동자 규모와 분포 등을 파악해 가사노동자 보호·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 서울 소재 가사노동자는 총 13만3665명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13만2011명이 내국인, 외국인(중국동포)은 1654명이었다.
보고서는 “가사노동자의 노동은 상당한 감정노동과 강도 높은 육체노동을 수반하며, 고객과의 관계에서 괴롭힘(갑질) 등 인권 침해에 상시 노출된다”며 “‘서울형 가사노동자 유급병가제도’를 마련해 시행할 것과 산업안전보건, 감정노동자 보호, 직장 내 괴롭힘 등 예방에서 사후조치까지 지원책을 마련할 것” 등을 제안했다.
시는 올해 하반기 맞벌이 가정과 한부모 가정, 다자녀 가정 등에 필리핀 외국인 가사도우미 100명을 투입할 예정이지만, 보고서의 정책적 제안이 외국인에게도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실태조사를 담당한 시 노동공정상생정책관 관계자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투입은 시 다문화담당관에서 준비하고 있다”며 “내국인 가사노동자에 한해 지원책 마련되지 않을까 추측한다”고 설명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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