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영씨, 공연 리허설 뒤 쓰러져
유족, 뇌사 판정에 장기기증 결심
음악을 사랑했던 50대 성악가가 2명에게 새 생명을 나눠 주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6일 양재영(향년 53세)씨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간장, 우측 신장을 기증했다고 21일 밝혔다.
기증원에 따르면 양씨는 지난달 3일 오랜 시간 준비했던 공연을 하루 앞두고 세종문화회관에서 리허설을 마친 뒤 쓰러졌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가 됐다.
유족들은 기증자 몸의 일부가 누군가와 함께 세상에 숨 쉬고 있다는 게 위로가 된다고 생각했고, 기증자가 삶의 끝에서 생명을 살리는 좋은 일을 하고 떠나길 바라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다.
서울에서 2남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양씨는 고등학교 중창단에서 재능을 발견해 음악을 시작했고, 교회 성가대 지휘 및 서울시립합창단 단원 등 다양한 음악 활동을 했다.
유족들은 그를 감수성이 풍부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상하며, 가족들을 늘 먼저 챙기는 사람으로 추억했다.
동생 양승영씨는 “형, 이별하는 날 그런 생각이 들었어. 뭐가 그리 궁금해서 하늘나라로 먼저 떠난 거야. 우리 죽으면 천국 간다고 이야기했었잖아, 형이 사랑하는 할머니랑 엄마랑 함께 여기보다 행복하게 잘 지내. 그리고 우리 다시 천국에서 다시 만나. 형, 사랑하고 보고 싶어”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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